당신의 아이를 카이스트에 보내고 싶은가요?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04.2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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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과학의 매력》ㅣ살림ㅣ284쪽ㅣ1만4000원

#1. 나는 어릴 때부터 과학과는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이런 내가 과학에 빠진 것은 아빠와 즐겼던 낚시의 영향이 컸다. 낚시를 하며 물고기를 잡기 위해 혼자 가설을 세우고 나만의 낚시 방법을 만들어 낚싯줄을 바다에 던지며 여러 실험을 했다. 선장님의 말씀이나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 속에서 원리를 생각하고 이를 응용해 나만의 가설을 세우는 연습을 했다. 낚시라는 다소 엉뚱한, 그러나 조금은 특별한 과학교육을 받은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짜 과학은 과학시간에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를 들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등의 속담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속담이 나오게 된 원리를 따지다보면 결국 뇌에 그 답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닌 중학교의 한 선생님은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에 5분 동안 복습하는 것이 시험 기간에 한 시간 동안 복습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다’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뇌를 공부하면서 뇌를 구성하는 뉴런 자체가 곧바로 복습하면 기억에 더 잘 남을 수밖에 없는 분자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이스트 생명공학과 학생 신치홍)

 

#2. 제주도 현장 탐구 활동 때 반 행사를 위해 풍선장식을 하던 중 나는 한라봉의 껍질을 까 알맹이를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그런 후 풍선을 받았는데 그때마다 풍선이 펑 터져버렸다. 친구들과 차이점은 내가 한라봉을 만졌다는 것 말고는 없었다. 그 현상으로부터 시작된 (끈질긴) 연구결과 벤젠고리가 고무풍선을 터뜨리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하게 됐다.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겪은 특별한 경험과 이에 관한 엉뚱하지만 절대 작지 않은 의문에서 시작된 연구가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유기화학의 ‘유’자도 몰랐던 내가 수많은 반응을 이해하고자 밤을 새워가며 반응식을 적고 공부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만족스러운 연구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한라봉과 풍선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알게 된 것은 사물이나 현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준 훌륭한 경험이었다.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학생 이기우)

 

이처럼 26명의 카이스트(KAIST) 재학생들이 각자 일상에서 경험한, 또는 자기가 알고 있는 다른 유명 과학자들의 과학활동으로부터 알게 된 《색다른 과학의 매력》을 엄선한 책이다.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많은 것들이 세렌디피티(Serendipity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됐다. 떨어지는 사과에서 비롯된 뉴튼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대표적이다.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원했던 플레밍의 페니실린 역시 방치해놓은 페트리 접시에 자라는 푸른곰팡이 주변의 포도상구균이 모두 죽어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지 13년 만에 이룩한 쾌거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의 몫이다. 종교는 오히려 감염병 확산을 부채질 하는 경우마저 우리는 지금 목격 중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세계는 이제 코로나19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중 하나는 의약학을 포함한 과학자들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란 점이다.

과학은 1+1=2처럼 정직하다. E=MC2 의 주인공 아인슈타인이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주식은 과학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호수를 거니는 백조가 우아할 수 있는 것은 수면 아래서 물갈퀴로 열심히 헤엄치는 백조의 과학적 발 덕분이다. 과학자는 우아한 인류를 위해 물속에서 열심히 헤엄치는 생존과 문명의 발이다.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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