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독설’ 해프닝으로 끝나나…북한 둘러싼 ‘오보’의 흑역사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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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6년 전에도 사망설…독살 등 억측 난무
현송월‧김영철 등은 죽었다 부활하기도
정체불명 ‘소식통’에 의존하는 보도 때문

‘또’ 오보일까. 미국 언론 CNN이 촉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두고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CNN은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은 뒤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첩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미국 정부는 ‘모른다’고 했으며 한국 정부는 ‘이상 징후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위독설은 그가 살아있는 모습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이상 수그러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이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면, CNN은 대형 오보를 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왜 유독 북한 관련 소식에서는 오보가 끊이지 않는 걸까. 국내외 언론의 북한 관련 오보의 ‘흑역사’를 짚어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월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월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월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독살‧처형에 피격설까지…도대체 무슨 근거로?

CNN은 과거에도 북한 관련 오보를 낸 이력이 있다. CNN은 지난 2015년 5월 김 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독살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지난 1월25일 북한의 설 명절 기념 공연에 김경희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언론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1986년 조선일보가 보도한 ‘김일성 피격설’은 역대급 오보로 꼽힌다. 당시 조선일보는 “세계적 특종”이라며 12면 중 7개 면을 관련 기사로 도배했는데, 보도가 나간 당일 해외 언론을 통해 김 전 주석의 살아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워낙 큰 오보였던 터라 이 사례는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외에도 각종 오보 때문에 다수 북한 인사들은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다. 현송월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 등은 국내외 언론에서 숙청되거나 처형됐다고 보도된 인물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버젓이 살아있다.

한때 숙청설이 나돌았던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 한국공동사진단
2018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 참석한 현송월 당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소식통’의 함정…고급 정보이거나 쓰레기거나

이러한 오보들은 공통적으로 정보 출처로서 ‘대북소식통’을 거론한다. 문제는 그 소식통의 정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대개 한반도 관련 기사에서는 탈북민 단체나 정부기관 관계자를 통한 비공식적 정보가 ‘소식통’이란 탈을 쓰고 인용되는데, 그 정보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인지 독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게다가 북한의 경우 정보통제가 엄격하기 때문에 각종 의혹들에 대해 검증하기 어렵다. 또 아무리 오보를 내더라도 북한 측에서 공식적으로 항의하거나 언론중재위 소송을 거는 경우가 전무하기 때문에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가 나오기 쉬운 구조이다. 특히 북한 매체조차도 김 위원장의 일정을 세세하게 보도하지 않는 데다, 그의 일정 자체가 북한 내에서 고급 기밀로 통하기에 정보 확인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편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섣부른 추측을 자제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연구원은 “어떤 것도 아직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고, 미 국익연구소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 역시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은 아직 추측에 불과하다”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두연 국제위기그룹(ICG) 선임연구원 또한 “김정일과 김일성 때도 비슷한 추측이 제기됐고 틀린 경우가 많았다”며 “이 같은 소식은 매우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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