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정치는 결과다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4.27 09: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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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일컬어 누구는 허업이라고 하고 누구는 말이라고 합니다. 어떤 이는 투쟁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꿈이라고 말합니다. 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어느 하나로 정치를 규정하기는 힘듭니다. 다 자신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규정하는 것이지요. 저는 정치는 결과라는 데 한 표 던집니다. 국회에서 숱한 말싸움이 오가고 때로는 몸도 부딪치지만 결과가 없다면 공허합니다. 남는 것은 공중을 떠도는 말과 국회 회의록뿐일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에게 결과의 핵심은 입법입니다. 법을 만들어 국가와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체계를 정하는 것이 고갱이입니다.

입법은 단순히 국회의원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정부가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법을 고치거나 만들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사법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북한과 같은 1인 세습 왕조체제가 아닌 민주사회에서 시민을 대변하는 국회의 역할은 날로 커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권 차원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포괄적인 국가 운영에서의 성과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때로는 입법, 사법, 행정을 아울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과 같은 것들이지요. 지금 코로나19를 극복해 가는 과정도 이와 맥락이 같습니다.

지난 총선 결과 국민은 정부·여당에 한껏 힘을 실어줬습니다. 한국정치사에 기록될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을 탄생시켰습니다. 중앙권력-지방권력-입법권력을 몰아줬습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사건입니다. 이제는 야당 탓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만큼 어깨 또한 무거워졌습니다. 선거 이후 승리의 환호성이 요란하지 않은 것은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결과의 엄중함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흥분만큼의 두려움과 긴장이 감도는 모습입니다. 얼마 전 통화한 한 민주당 국회의원은 “180석을 얻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하더군요. 아마 대부분 국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정부·여당은 결과로 말해야 합니다. 말이 아니라 성과를 내야 합니다.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능란한 정치력을 발휘해 협상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투쟁가나 선동가보다 노련한 협상가가 여권 전면에 나설 때가 됐습니다. 국회가 재편된 만큼 상대를 인정하고 틀 안으로 끌어들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성숙한 정국 운영이 요구되는 시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파가 이제 시작된 만큼 이 난국을 극복하는 데 모든 정치력을 결집시켜야 합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회, 일하는 국회, 국회다운 국회, 국민을 통합하는 국회로 만들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음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긴다. 민주당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라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말은 맞는 얘기입니다.

총선 이후 미래가 주목되는 인물이 몇 있습니다. 지난 호에는 이낙연 당선자에 주목했고 이번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미래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여권이 큰 틀의 정국 운영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윤 총장의 거취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정국이 시작됐습니다.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8월7일 국회를 방문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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