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거센 반발…“무기한·전권 요구 모욕적”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4.2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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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비대위 출범 앞두고 반대 목소리 커져
심 원내대표 밀어붙이기에 강한 불만
“정치적 무능력자, 금치산자 선언하는 꼴”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 미래통합당이 내부 반발에 부딪히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당 대표 권한대행)는 23일 오후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나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결론짓고 본격적인 당 쇄신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전날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는 20대와 21대 총선 당선인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인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대위 출범을 공식화 한 직후부터 당내에선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이 대선까지 기한 없는 비대위 체제와 전권 보장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또 당의 명운이 달린 설문조사를 전화로 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찬성이 43%, ‘조기 전당대회’ 찬성이 31%로 나타나 과반을 넘는 의견이 없었다.

이 때문에 심 원내대표가 비대위 체제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번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한 조해진 당선인(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이런 체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21대 84명의 당선자가 당을 스스로 다스리거나 개혁할 능력이 없는 정치적 무능력자, 정치적 금치산자들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당선인은 김 전 위원장이 요구한 ‘무기한·전권 비대위’가 “모욕적”이라며 비판했다. 

낙선한 김선동 의원(서울 도봉을)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0석이 넘는 정당이 무뇌가 아니라면, 스스로 사심만 버리면 우리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들어낼, 이런 쇄신을 하면 국민들도 지켜봐 주실 거라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비대위 전환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라며 “차라리 ‘헤쳐모여’ 하는 것이 바른길”이라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김종인 체제’에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이었지만, 김 전 위원장이 2022년 대선까지 당의 전권을 쥐고 관여할 뜻을 내비치자 ‘반대’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재선에 성공한 통합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김종인 비대위’ 출범 등 당의 진로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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