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사업 출격한 쿠팡, 로켓배송 쥐고 또 한번 혁신 주도할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7 08:00
  • 호수 159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에 옷 사면 오늘 도착” 의류 당일배송 시대 연 쿠팡
의류 PB 확장에 관심 쏠려

의류와 신발 등 대부분의 패션 아이템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저렴하다. 평상시 온라인으로 패션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간혹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 이 옷을 당장 내일 입어야 하는 상황이라든가, 사이즈나 제품 정보가 애매해 반품을 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주문한 옷을 오늘, 혹은 내일 새벽까지 받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 맞지 않는 옷을 무료로 반품할 수 있다는 것은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주효한 서비스가 될까.

로켓배송으로 온라인 쇼핑의 배송 혁신을 이뤄낸 쿠팡이, 그 배송 시스템을 무기로 패션사업에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패션 브랜드를 한곳에 모은 편집숍 C.에비뉴를 선보이며 소비자 공략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쿠팡은 자체 의류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를 론칭해 운영해 왔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이제는 패션 플랫폼과 자사 브랜드를 강화하며 패션사업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이미 손에 쥔 무기는 또 있다. 강력한 고객 충성도다. 이커머스에 대한 소비자 의존도는 계속 올라가고 있고, 쿠팡은 그 선두에 있다. 과연 쿠팡이 패션사업에서도 또 한번의 혁신을 주도하게 될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소비자 충성도 확보하고 패션사업 확대

4월1일 오픈한 C.에비뉴는 브랜드와 상품 카테고리별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둘러볼 수 있도록 검색 기능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이용자 특성에 따라 상품 추천 연관도를 높여 맞춤 쇼핑도 가능하게 했다. 품질이 인증된 제품에는 C.에비뉴 배지를 달았다. 배송은 무료, 반품도 무료다. 여기에 쿠팡의 이점인 로켓배송 서비스를 더했다.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로켓와우(월 2900원) 회원의 경우, 다음 날 오전 7시 전까지 구매한 상품을 받아볼 수 있게 한 것이다. 계절 패션 정보, 유명 브랜드의 스토리와 룩북 소개, 매주 2개의 패션 키워드를 담은 필수 아이템 제안 등 패션과 관련된 정보도 플랫폼 속에 녹였다. 쿠팡은 C.에비뉴의 론칭에 대해 “쿠팡만의 혁신적인 물류와 기술이 패션을 만나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디자이너 제품부터 공식 입점한 해외 브랜드 상품을 비롯, 4월29일 기준 102개의 브랜드가 쿠팡에 입점해 있다. 패션 진출을 본격 선언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특화된 배송 서비스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타 플랫폼의 배송이 2~3일 걸리는 데 비해, 로켓배송 상품은 다음 날까지 물건이 도착한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로 쿠팡 C.에비뉴에 들어가보니 대다수 제품이 로켓배송으로 ‘내일 도착’을 보장하고 있었다. 로켓와우 회원의 경우 ‘내일 새벽 도착’이 보장된다. 탑텐과 폴햄 등 가격대가 저렴한 캐주얼 의류를 중심으로 매출이 상승 중이다.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패션 제품 역시 가성비 중심의 상품이 선호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확보한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린다. 고객 충성도는 더 높아지고 수익성은 강화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쿠팡의 패션사업 진출 전략을 이렇게 분석한다. 매년 온라인 시장에서 그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패션사업을 통해 쿠팡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도전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34조5830억원으로 전년보다 18.3% 증가했고,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86조7005억원으로 25.5% 증가했다. 이 중 의복과 신발, 가방을 비롯한 패션 품목 거래액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31.7%, 모바일 쇼핑 거래액의 31.4%를 차지했다.

실제로 쿠팡은 고객을 독보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더욱 약진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들이 쿠팡에서 결제한 총 금액은 1조6300억원으로 이베이코리아의 1조4400억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1월28일 하루 평균 330만 건의 주문량을 기록한 쿠팡은 이후 꾸준히 300만 건의 주문량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매입과 자체 배송망을 갖춘 덕에 코로나 여파 속에서도 최소 반나절이면 소비자의 집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 무시할 수 없는 쿠팡만의 장점이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19 쇼핑앱 사용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쿠팡으로 쇼핑을 한 사람은 1222만 명으로 2위 쇼핑 애플리케이션 11번가(676만 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는 ‘이탈률’이 가장 낮은 것도 쿠팡이었다. 쿠팡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사람 중 실제로 쇼핑한 사람의 비율은 90.8%를 기록했고, 쇼핑 애플리케이션을 단 1개만 사용하는 사람의 비율도 쿠팡이 1위(28.3%)였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발표한 ‘오픈마켓 사업자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쿠팡은 국내 주요 온라인 쇼핑몰 중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배송과 상품정보, 서비스 품질 등의 측면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가 쿠팡에 높은 만족도를 보인 것이다.

쿠팡이 패션 PB사업을 확대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쿠팡은 지난해 2월 ‘베이스알파에센셜’이라는 패션 브랜드를 출시, 기본 의류를 포함한 ‘가성비’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쿠팡
쿠팡이 패션 PB사업을 확대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쿠팡은 지난해 2월 ‘베이스알파에센셜’이라는 패션 브랜드를 출시, 기본 의류를 포함한 ‘가성비’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쿠팡

의류 PB로 한국판 유니클로 될까

오프라인에서의 모객을 바탕으로 성장한 이마트의 의류 PB 데이즈의 사례처럼, 고객을 확보한 뒤 접근성이 높은 제품부터 판매하는 쿠팡의 전략이 주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 온라인 쇼핑이 쇼핑 시장에서 더 주목받는 시대이니만큼, 언택트 소비 증가로 온라인 모객에 성공한 쿠팡이 패션사업을 얼마나 키워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래서 또 주목되는 것은 쿠팡의 패션 PB사업이다.

이미 쿠팡은 자체 브랜드 ‘탐사’를 통해 생수와 화장지, 종이컵 등을 선보였고, ‘마케마케’라는 이름의 주방·생활용품 브랜드도 출시한 바 있다. 식품 브랜드 ‘곰곰’ 역시 쌀, 즉석밥, 라면 등에서 레토르트 식품까지 확장됐다. 유통 마진을 줄이고 상품 매입가를 낮출 수 있는 PB상품은 쿠팡에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이미 그 영역을 넓혀가는 일은 10종 이상의 자체 브랜드를 쏟아낸 쿠팡에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쿠팡의 패션 PB ‘베이스알파에센셜’의 확장론이 다시 떠오르는 이유다. 편집숍 론칭을 시작으로 패션 PB를 확대해 패션사업 전반에 힘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금까지 400여 개의 PB를 출시했는데, 전체 PB에서 의류와 액세서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아마존은 아마존 이센셜 등 180여 개 의류, 신발 등의 자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아직 쿠팡의 패션 PB제품군은 한정적이다. 쿠팡이 지난해 2월 론칭한 베이스알파에센셜은 기본과 가성비라는 키워드를 중시해 무난하게 입기 좋은 디자인과 품질을 추구하는 자체 패션 브랜드다. 현재 쿠팡에서 판매하는 베이스알파에센셜 제품은 남성용 바지, 기능성 러닝, 여성용 나시, 반팔 티셔츠, 양말, 속옷, 슬리퍼, 크로스백 등 일명 ‘기본템’들이다. 쿠팡의 의류 PB가 기본 상품들을 주로 판매하면서 성장한 유니클로와 같은 브랜드로 확장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쿠팡이 올해 초 시니어 직급의 PB패션팀 매니저들을 채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품군을 니트나 셔츠 등까지 확대해 6월부터 본격적인 의류 PB사업을 시작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쿠팡 측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회사 관계자는 “브랜드 론칭 이후 상품 카테고리가 다양화된 부분은 있지만, 아직 이후 계획과 출시 시기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 어떤 시점에 출시한다는 개념은 아니고, 카테고리를 점차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본 아이템 한계 있어…디자인 등 고민해야”

현재 쿠팡에서 판매하는 베이스알파에센셜 제품은 유니클로의 유사 제품에 비해 가격대가 낮게 책정돼 있다. 대다수의 제품에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기본을 지향하기 때문에 따로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없는 데다 가성비에 만족한다는 평도 많다. 특히 강력한 배송 시스템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이끌고 있다. 유니클로의 경우 2~3일 이상이 배송에 소요되는 데 비해 베이스알파에센셜의 모든 제품은 늦어도 내일 도착하고, 로켓와우 회원은 오전에 구매할 경우 ‘오늘 도착’까지 보장한다. 당일 저녁에 활용할 옷을 당일 오전에 주문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준영 마케팅 컴퍼니N 대표는 《노준영의 트렌드로 요즘 세상 읽기》를 통해 “쿠팡이 패션사업에 나선 것은 가성비와 ‘편리미엄’이라는 트렌드에 그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정 금액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가성비’라는 트렌드는 지속되고 있으며, 옷을 구매하기 위한 노력을 줄여주고 배송 시간을 줄여준다는 편리성이 고객들에게 주효한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인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패션사업 진출이라는 쿠팡의 선택은 유효적절하다고 본다. 의류는 가볍고 배송하기도 쉬운 데다 품질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쿠팡의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 역시 코로나19를 겪으며 상승했다. 쿠팡에 대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형성된 상황에서 패션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장년층에게도 온라인 쇼핑이 학습됐기 때문에 쿠팡의 패션사업 진출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패션 시장의 트렌드 변화가 심한 만큼 기본 아이템만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품질과 디자인, 제품의 선택에 대한 고민은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