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3) 뷰노] 코로나19 속에서도 빛 발하는 ‘의료 AI’ 리더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4.30 10: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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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의료기기 시장 ‘신(新) 빅3’ 되는 게 목표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업체인 뷰노의 임직원 20여 명은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며칠 밤을 새우며 일했다. 전체 직원의 5분의 1가량이 집에도 못 가고 고생을 했다. 병원도, 방역 당국도 아닌 AI 기업이 왜 그렇게 바빴을까. 

그 배경엔 아직 스타트업임에도 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뷰노의 철학이 있다. 뷰노는 지난 4월3일 AI 기반 흉부 전산화단층촬영검사(CT) 영상 판독 솔루션 ‘뷰노메드 렁퀀트’와 흉부 엑스레이 판독 솔루션 ‘뷰노메드 체스트 엑스레이-코로나19 버전’을 무상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은 코로나19로 인한 폐 섬유화(폐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현상)를 탐지하고 비정상 정도를 정량화해 보여준다. 코로나19의 효율적인 진단과 치료법 확인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뷰노 홈페이지
ⓒ뷰노 홈페이지

코로나19 관련 AI 기술 무료로 공개 

이번에 공개한 두 솔루션은 아직 정식 인허가를 받지 않았다. 오랜 기간 정성 들여 연구개발(R&D)을 했는데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자체 판단하에 인허가와 제품 출시 단계로까지 가진 못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폐 정량화를 분석하는 AI 기술이 필요해졌다. 

다른 제품에 집중하던 뷰노는 망설임 없이 폐 정량화 솔루션을 다시 꺼냈다. 사회에 무료로 내놓고, 핵심 인력이 달라붙어 지원했다. 코로나19로 경영 상황도 좋지 않은 가운데 오직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란 키워드에만 집중했다. 김현준 뷰노 대표는 “(수익 없이) 비용만 지출하고 있지만, 거기서 성취를 느끼는 게 뷰노의 철학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의료는 공공의 영역이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우리가 작게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임직원 모두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집행임원제도는 기업 경영과 감독의 기능을 분리한 지배구조다. 이사회에는 집행임원에 대한 선임과 감독 권한을, 집행임원에겐 업무 집행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빠른 의사 결정, 경영 투명성 강화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도다. 

그러나 상장을 앞둔 뷰노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뷰노는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바탕으로 올해 중 코스닥 상장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현재 100억~15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기존 경영구조로 잘해 나가고 있고, 그대로 상장하면 될 텐데 굳이 왜 변화를 택하느냐고 우려했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뷰노 임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뷰노의 업무 특성과 비전을 고려하면 집행임원제도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상장’보다는 회사의 ‘성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개척자 정신과 자부심으로 무장 

집행임원제도 도입에 따라 이예하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김현준 부사장은 대표집행임원이자 경영총괄(CEO)로, 정규환 부사장은 집행임원이자 R&D총괄(CTO)로 직함이 바뀌었다. 이들은 2014년 함께 뷰노를 탄생시킨 창업 멤버다. 이 밖에 R&D본부와 사업화본부, 국내영업실 등 부서 및 관련 업무는 각 담당 집행임원들이 맡는다. 집행임원들은 급변하는 AI 기술과 의료 환경에 대응해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소신을 지키는 경영 이면엔 탄탄한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뷰노는 AI 기술을 접목하는 의료사업 분야에서 전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일한다. 시작부터 뷰노는 그야말로 시장 개척자였다. 이예하 의장, 김현준 대표, 정규환 CTO 등 공동창업자들은 2014년 AI 딥러닝(컴퓨터가 사람의 뇌처럼 사물이나 데이터를 분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란 무기 하나만 들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두루 살펴보며 ‘영점 조준’을 마친 후 의료산업에 뛰어들었다. 

의료는 다른 AI 분야보다 경쟁자가 확연히 적었다. 또 AI 기술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문제에 도전해 스타트업으로서 한 획을 긋겠다’는 뷰노의 야심이 향하기에 적합했다. 사전 시장조사 과정에서 ‘우리나라 의료산업이 그렇게 크지 않다’ ‘AI 의료기기로 돈 벌긴 어렵다’는 등 비관론이 들려와도 개의치 않았다. 옳은 길이라 생각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고(go)’ 하는 것. 이는 뷰노의 경영 철학이 됐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중간 점수는 합격점 그 이상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은 물론 국내외 모두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4월21일 뷰노의 CT 영상 기반 폐결절 검출 솔루션 ‘뷰노메드 흉부 CT AI’에 대해 판매 허가를 내렸다. 뷰노메드 흉부 CT AI는 측정이 까다로운 지름, 부피 등 정량적인 폐결절 정보를 1분 내로 제시한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업무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솔루션이다. 강북삼성병원, 국립암센터,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주요 병원 3곳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을 걸쳐 성능을 입증한 거라 의미가 크다고 뷰노는 설명했다. 

AI 의료기기 인허가 1호 

뷰노메드 흉부 CT AI를 포함해 뷰노가 현재까지 식약처 인허가를 받은 건수는 5건에 달한다. 식약처에서 AI 의료기기에 허가를 내준 첫 사례도 바로 뷰노 제품인 ‘뷰노메드 본에이지’였다. 골연령 진단 보조 제품 뷰노메드 본에이지가 2018년 5월 허가를 받으며 뷰노는 명실상부한 국내 AI 의료시장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뷰노는 뷰노메드 본에이지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 대형병원에서 수년간 수집된 엑스레이 영상 수만 건을 AI에 학습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의사를 보조할 수 있는 수준의 판독 능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했다. 

지금은 국내 주요 병원 30여 곳이 뷰노와 제품 개발 업무협약(MOU) 또는 공급계약을 맺고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선진 의료 시스템과 좋은 데이터 품질은 뷰노의 또 다른 자산이다. 

사실 R&D보다 힘든 것은 AI 의료기기를 제도권에 올리는 작업이었다. 뷰노가 창업했던 시기 국내에는 AI 의료기기 인허가 가이드라인이 아예 없었다. 관련 제품이 인허가를 받지 못해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암울한 상황이었다. 뷰노 역시 창업 후 한참 동안 R&D와 동시에 인허가 획득을 위한 사전작업에 매진해야 했다. 

뷰노를 비롯한 업계의 지적과 건의를 받아들여 정부는 AI 의료기기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이 분야를 가장 잘 아는 뷰노는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에 업계 대표로 참여했다. 2017년 말 드디어 가이드라인이 나왔고, 1호 수혜자는 단연 뷰노였다. 이후 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식약처 허가를 받은 AI 의료기기는 20여 개다. 허가 획득을 위해 대기 중인 제품도 50여 개에 이른다. 뷰노가 AI 의료산업 발전의 마중물이 된 셈이다. 

롤모델이 없는 뷰노는 고독한 싸움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해 가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식약처 허가를 받은 ‘뷰노메드 펀더스 AI’(망막 병변 검진 솔루션)는 틀을 깨고 한발 더 나아가는 이정표가 됐다. CT, 엑스레이 등 영상자료 판독에서 벗어나 환자에게 직접 서비스하는 제품을 개발, 국내 최초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급성장하는 AI 의료시장, 세계가 한국에 주목 

요즘 해외에서 열리는 AI 의료학회의 의제는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I 의료기기 분야 변방국이었던 한국을 달리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한국 의료 시스템과 더불어 AI 의료기기에 대한 해외 관심도도 대폭 높아졌기 때문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AI 의료산업이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글로벌 시장분석 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세계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2016년 14억4100만 달러에서 2023년 227억9000만 달러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상되는 연평균 성장률은 48.7%에 달한다.

뷰노 역시 최근 해외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미국 아이오와에서 열린 바이오의료 이미징 분야 국제 심포지엄(ISBI 2020) 안저 판독 대회에 참여한 뷰노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돌아왔다. 노인성 황반변성 판독에 관한 3개 평가 항목에선 1위를 차지했다. 뷰노는 세계에서 인정받은 기술을 향후 뷰노메드 펀더스 AI 업그레이드 시 적용할 예정이다. 

뷰노는 이미 20여 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해 필립스코리아와 헬스케어 AI 개발 및 해외 진출을 위한 MOU를 맺은 데 이어, 유럽연합(EU) 내 핵심 AI 기업, 연구기관 등과도 솔루션 공동 개발에 나섰다. 미국·유럽·아시아 등 대륙별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작업도 준비 중이다. 

뷰노의 궁극적인 목표는 AI 의료 분야에서 세계 ‘톱3’ 안에 드는 것이다. 김현준 대표는 “현재까지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 필립스(Philips), 지멘스(Siemens) 등 이른바 ‘GPS’가 이끌어 왔다. AI 때문에 새로운 GPS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앞으로 5년이 될 수도, 10년이 될 수도 있지만 뷰노가 그 ‘신(新) GPS’ 중 한 곳으로 자리 잡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하드웨어 기반 의료기기에서 변방이었던 대한민국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분야 중심 국가로 만드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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