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3) 뷰노] “SAIT에서 일했던 3명, 딥러닝 기술만 갖고 창업”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4.30 10: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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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삼성 AI 연구원에서 차세대 유니콘 CEO로 변신한 김현준 대표

“올바르다고 판단한 일에 인생을 걸었다.” 

김현준 뷰노 대표는 인터뷰하는 동안 ‘올바름’ ‘인생’ ‘철학’ 등의 표현을 반복해서 썼다. 대답은 거침없었고, 업(業)에 대한 애정과 소신이 뚝뚝 묻어났다. 최근 뷰노가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그는 대표집행임원이자 경영총괄(CEO)로 취임했다. 취임 일성은 ‘올바름을 담는 그릇이 되자’였다. 돈이나 외형 성장만 추구하지 말고 의료산업에 꼭 필요한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창업 6년 차. 이제 뷰노는 김 대표의 인생 자체가 됐다. 그는 “개인적인 비전과 회사 비전의 차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함께 뜻을 모아 뷰노를 세운 이예하 의장, 정규환 CTO도 같은 마음이다. 공동창업자 3명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SAIT)에서 처음 만났다. 모두 데이터를 분석하고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전문 연구원이었다. 당시 이들은 AI 딥러닝의 무한한 가능성을 봤다. 이어 안정적인 직장을 과감히 박차고 나온 셋은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의료 AI 기업을 이끌게 됐다. 

얼핏 실패 없는 성공신화로만 비칠 수 있지만, 이면엔 수많은 시행착오와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김 대표는 “매 순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의료산업 전반이 침체된 현재도 고비”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와 뷰노는 자신 있는 AI 기술로 다시 위기를 돌파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건강보험수가 인정’이란 산도 넘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AI 의료수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다. 수가 등 여러 현안이 해소되고 나면 뷰노는 한 단계 더 올라서 있을 것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창업 멤버 3명이 모두 SAIT 출신이다. 

“내가 삼성에 2005년부터 근무했고, 이후 이예하 의장이 합류해 3년 정도 함께 있었다. (뷰노 창업 전 삼성에 근무한) 마지막 연도에 정규환 CTO도 들어와 3명이 1년여 동안 같은 R&D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떻게 공동창업을 결심하게 됐나. 

“셋 다 SAIT 음성인식팀원으로 일하며 마음이 잘 맞았다. 삼성 스마트폰에 들어갈 음성인식 엔진을 함께 개발했는데, 상용화 제품보다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갤럭시노트5부터 탑재하게 됐다. 이런 경험이 자신감으로 이어져 2014년 창업하게 됐다.” 

공동창업자 3명 모두 정통 개발자에 AI 전문가다. 그러나 창업 전 경력만 놓고 보면 의료 분야와의 연관성을 찾기는 힘든데. 

“삼성에 있을 때도 의료분야 R&D는 한 번도 안 했다. AI 딥러닝이란 기술만 가지고 창업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 비트코인, 감시 카메라, 자율주행 등도 들여다보며 주력 분야를 찾는 일을 6개월 정도 하다가 의료를 접했다. 우리가 가진 기술만 놓고 볼 때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고 본다. 의료 쪽에 AI 등 신기술이 접목될 여지도 많다고 생각해 방향을 AI 의료기기로 잡았다.” 

롤모델 회사가 있었나. 

“롤모델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전혀 없었다. 어떤 회사가 롤모델이란 생각이 들다가도 기술·사업적 진도를 나가다 보면 또 아니었다. 스타트업은 남들이 해 보지 않은 일을 하는 거다. ‘따라 할 만한 게 도저히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러 그냥 우리가 한번 다 바꿔보자고 다짐하게 됐다.” 

뷰노가 커지면서 직원 수도 많아졌다. 몇 명이고 어떻게 구성돼 있나. 

“110명가량이고 60% 정도가 개발자다. 40% 중엔 의사, 변호사, 회계사, 비즈니스 담당자 등이 있다. 창업 초기엔 개발자 비율이 80%에 달했다.” 

채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더라. 회사가 커지면서 해야 할 일, 원하는 직군도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아직 AI 의료산업이 초기 단계이다 보니) 우리가 만든 기술을 우리와 가장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의료기기 회사, 제약사 등에 제안해도 받아들이는 측면이 (우리 방향과) 달랐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 여러 기능을 만들어 정착시켜야 했다.” 

창업 이후 계속 성장해 와서 별다른 고비가 없었을 것 같다. 

“고비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코로나19 국면)도 사실 고비다. 코로나19 때문에 AI 의료기술이 주목받아 좋지 않겠나 싶지만, 어렵다. 보통 AI 의료기기를 구매하려는 병원들은 1년 전에 예산을 잡는다. 그해 영업을 바탕으로 이듬해 예산을 편성해 의료기기 등을 구매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잡힌 의료기기 구매 예산이 최근엔 코로나19 대응에 돌려져 있다. 환자 수 급감으로 병원 경영상 어려움도 크다. 당연히 우리에게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다만 이런 고비들은 (창업 후) 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필요한 일들을 묵묵히 하며 성장해 왔다. 현 상황에서도 단순한 위기라 여기는 차원을 넘어 해야 할 일을 흔들리지 않고 하려 한다.” 

병원이나 의료소비자 등의 니즈(needs)는 어떻게 파악하나. 

“여러 채널이 있다. 기본적으론 의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의사들에게 일차적 의견을 듣는다. 문제는 의사들 니즈가 환자들 니즈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면밀히 파악해 걸러내는 작업을 한다. 동시에 통계를 확인한다. 가장 의료비 지출이 많은, 검사 건수가 많은, 의료인력 수가 부족한 지역 등에 관한 통계를 보면 비즈니스 포인트가 나온다. 해당 지역 의사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이때 파악하는 니즈는 ‘실제 제품이 팔릴 수 있는’ 니즈일 경우가 많다. 요즘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곳에서 제품 개발 요구가 들어온다. 어떤 부분에 우선순위를 둘지가 숙제다.” 

뷰노가 3년 혹은 5년 후를 보고 준비하는 계획은 무엇인가. 

“AI 의료기기에 대해 건강보험수가(의료행위의 보수로 주는 돈)를 책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업계에서 노력한 끝에 수가를 받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지난해 12월에 나왔다. 수가를 인정받는 데 2~3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단기 목표는 AI 의료기기가 시장에서 활용되면서 실제로 유효하다는 보편적인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입증된 기기는 당연히 수가를 받게 될 것이다. 수가를 받는 AI 의료기술은 전 세계에서도 보편적으로 활용되리라 본다.” 

스스로의 비전은. 

“회사 창업하고 6년째다. 개인의 비전과 회사 비전의 차이가 없어졌다. 인생 자체가 회사의 비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아울러 계속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가운데 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돼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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