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동학개미운동에 대한 단상
  •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4.29 16:00
  • 호수 1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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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창궐하며 세계경제 추락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에야 소폭 반등했으나 글로벌 주식시장의 추락과 함께 우리 주식시장 역시 큰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공포가 매도를 부르고 그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패닉 장세를 경험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시장에서 매우 특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통상 폭락 장세에서는 투매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이 이번에는 새롭게 주식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대형 증권사 영업점은 신규계좌를 트려는 손님을 응대하기에 바쁠 정도였다. 실제로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 계좌에 넣어둔 고객예탁금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분분한 추론이 가능하지만 금융회사에 대한 불신도 한 가지 유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불완전 판매와 같은 금융사고, 라임자산운용이 보여준 비리와 그들만의 검은 거래들, 그리고 감독 당국의 안이한 대처 등이 더 이상 나의 소중한 돈을 맡길 수 없다는 자각으로 이어졌다. 부동산의 조정과 저금리를 빌미로 개인의 주식투자 러시를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건물 외벽에 걸린 증권사 간판들을 투자자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건물 외벽에 걸린 증권사 간판들을 투자자가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은 예대 마진의 축소로 인한 수익 감소를 위험한 금융상품의 판매 수수료로 메웠다. 증권회사는 주식 투자자들을 외면하고 부동산 금융을 비롯한 IB업무에 매진했다. 증권사 객장에 가도 주식을 상담할 직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덕에 적지 않은 증권사가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규제 완화로 난립한 자산운용사는 선두주자였던 라임자산운용의 파행 영향으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금융의 혁신은 요원하고 금융소비자의 권익은 후퇴하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신조어를 접하며 우리 금융회사의 부재를 느낀다. 좋은 금융회사의 자취가 없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금융의 후진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국채와 이자도 없는 은행에만 돈을 맡겨놓고 투자는 해외에서만 하는 이중성이 일본 자본시장을 왜소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기업의 출현을 억제했다.

이제 우리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돈을 들고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결과는 어찌 될지 모르나 금융 당국은 걱정된다는 말을 할 게 아니라 이들이 건전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금융회사의 혁신을 자극하는 적극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 첫걸음은 금융소비자들을 부당하게 대하고 손실을 입힌 금융회사들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될 것이다. 자본시장에 장기 투자하는 자금에 대한 세제를 비롯한 장려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역발상으로 생각해 보면 자본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우리 국민이 자청해서 주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이 한낱 투기적 주식투자 열풍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오롯이 금융 당국과 우리 금융회사들의 몫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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