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 비탈면 붕괴 “산사태 아닌 인위적 성토사면이 원인”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홍주 기자 (fort0907@naver.com)
  • 승인 2020.04.2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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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토목학회 사하구 성토 비탈면 붕괴사고 원인조사
부산시, 용역결과 바탕으로 곧 정비사업에 착수 할 것

지난해 10월 3일 주민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사하구 비탈면 붕괴사고는 산사태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쌓은 흙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결론 났다.

부산시는 이 사고 원인조사와 보강대책 용역을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에 맡겼다. 대한토목학회는 조사 결과 사하구 비탈면 붕괴사고는 일반적인 산사태가 아닌 성토사면(인위적 흙쌓기 비탈면) 붕괴 사고로 판단된다고 4월24일 밝혔다.

조사 결과 붕괴지 성토 사면은 석탄재층, 폐기물층, 슬래그 혼재토사층 등으로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당시 붕괴사고는 일반적인 산사태가 아닌 인위적으로 쌓은 흙이 무너진 성토사면 붕괴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3일 주민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사하구 비탈면 붕괴사고 현장. ©부산시
지난해 10월 3일 주민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사하구 비탈면 붕괴사고 현장. ©부산시

산사태 취약지역 생활권주변 지반‧지질‧사방 등 전문가 투입 정밀조사

현재 성토사면의 석탄재는 추가 붕괴와 지반침하 가능성을 배재할수 없어 우기 및 집중호우에 따른 지반 거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고, 항구적인 복구를 포함한 사면 보강작업이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구 시에는 현장에 남아있는 석탄재를 제거하고 양질의 토사로 매립한 후 다단 옹벽, 배수로 설치 등으로 마무리할 것을 제안했다. 부산시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곧 정비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용역을 수행한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의 조사결과를 모두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산지사면(흙쌓기 비탈면), 인공사면(인공 흙쌓기 비탈면) 등을 대상으로 생활권 연접 산지사면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산지사면관리등급화 및 유지관리방안을 수립해 정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붕괴 사고 책임 공방…책임소재 가릴 경찰 수사 등도 지연

이 사고는 구평동 야산에서 토사와 성토 석탄재 등이 150m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식당·주택 등을 덮쳐 주민 4명이 숨졌고, 인근 공장 20여곳은 유실된 토사로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피해를 봤다. 

사고지역은 산사태 취약지역에 포함돼 있지 않던 곳이다. 이 때문에 사고원인을 놓고 ‘많은 비가 원인이라는 천재’, ‘부실 배수로가 낳은 인재’라는 논란이 일었다. 붕괴 사고를 둘러싼 책임소재를 가릴 경찰 수사 등도 지연됐다.

부산시 의뢰로 산사태 원인조사를 맡은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는 같은해 12월 연제구 연산동 토목회관 6층에서 ‘사하구 성토 비탈면 붕괴 원인분석 및 보강대책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이날 보고회에는 피해 유가족과 대한토목학회 연구팀,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사하구청·국방부와 땅 소유주 동아학숙, 부산시와 사하경찰서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붕괴가 발생한 지역은 원지반 위에 크게 3개의 매립 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원지반 바로 위에 생활 쓰레기 등 각종 폐기물과 석탄 슬래그(찌꺼기), 토사가 혼합된 매립 층이 있었고, 그 위에는 석탄재가, 제일 위에는 예비군훈련장 연병장 조성을 위한 얇은 모래층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연구팀은 1982년과 1996년, 2002년과 2015년에 일대를 찍은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매립 층은 1982년과 1996년 사이에 형성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주민 증언에 의하면 1982년에서 84년 사이에 사면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부분은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기도 했다.

결과에 따라 책임 소재가 달라질 수 있어 유가족 등 피해자,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국방부와 사하구, 수사를 맡은 경찰 등 관련자들이 결과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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