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링거 사망사건’ 피고인에 살인죄 적용…징역 30년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4.2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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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동반자살로 볼 근거 없어…사회와 격리 필요”
피해자에 치사량 이상 약물 투약해 살인한 것으로 판단
서울의 한 건강검진센터에서 간호사가 프로포폴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 최순실씨의 대리처방으로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 의약품이 청와대로 유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 연합뉴스

동반자살로 위장한 뒤 마취제를 투약해 남자친구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부천 링거 사망사건'의 피고인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임해지 부장판사)는 24일 선고 공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직 간호조무사 A(여·32)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동반 자살을 하기로 약속했다는 증거는 피고인 진술이 유일한데 그 진술이 빈약할 뿐 아니라 신빙성도 매우 낮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성매매를 했다고 의심한 뒤 살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범행 전) 부검으로 주사 쇼크를 알 수 있는지 검색하는 등 의학지식을 이용해 보관하던 약물을 피해자에게 투약하고 자신은 약물을 빨아먹는 방법으로 동반 자살로 위장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전혀 반성하는 기미 없이 살인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유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돼 참회하고 유족에게 속죄하는 게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던 피해자는 당시까지도 꾸준히 개인회생 대금을 납부했고 부친으로부터 급여를 받는 등 자살할 정도로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씨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남자친구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의 고민과 자살하자는 이야기에 동화돼 동반 자살하려 했다"며 살인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A씨는 2018년 10월21일 오전 11시30분께 경기도 부천시 한 모텔에서 링거로 마취제 등을 투약해 남자친구 B(사망 당시 30세)씨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씨의 사인은 소염진통제인 디클로페낙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B씨의 몸에선 마취제인 프로포폴과 디클로페낙 등이 치사량 이상으로 검출됐다. 사건 당시 B씨와 함께 모텔에 있던 A씨도 약물이 검출됐지만 치료 가능한 수준의 농도였다.

경찰은 A씨가 B씨에게 치사량 이상의 약물을 투입한 것으로 판단해 위계승낙살인죄 등을 적용해 불구속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위계승낙살인죄는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처럼 속인 뒤 상대방의 동의를 얻어 살해한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나 보강 수사를 벌인 검찰은 A씨와 B씨가 동시에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살인죄를 적용해 A씨를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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