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_금융] 숲이 아니라 나무 보는 ‘슬기로운 주식투자’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7 16:00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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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도 안정 찾아가는 주가 …낮은 가격 아닌 실적 챙겨야 할 때

이제 ‘시장이 정상이 된다’는 믿음이 주가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주가가 올라 이미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최근에 코스피지수가 1900선에서 밀고 당길 뿐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또 한 번의 상승이 나오려면 주가가 아닌 다른 재료가 필요하다.

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사태처럼 주가가 갑자기 떨어졌을 때 처음 반등은 가격을 매개로 이뤄진다. 주가가 갑자기 낮아졌기 때문에 다른 재료가 없어도 스스로 올라오는 것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경기 회복이나 기업 실적 개선이 가시화할 때까지 휴식에 들어간다. 이런 모습은 두 번의 위기 때는 물론 1930년 대공황 직후에도 똑같이 나왔다. 이를 현재에 대비해 보면 당분간 시장이 답답한 형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투자자들 역시 바뀐 시장에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사이 투자자들은 좀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여러 테마주를 쫓아다니기 마련이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관련주가 오른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코로나19 관련주는 우리 방역체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개선으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련 없는 기업까지 테마에 들어오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단계가 되면 회사가 정말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지 투자자들이 따지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련성이 없거나 치료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없을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하게 되는데, 이미 많은 바이오 기업이 이 단계에 들어와 있다.

급락했던 주식시장이 정상을 회복했기 때문에 더 이상은 낮은 가격이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주식시장이 새 국면에 들어선 만큼 가격에서 기업 실적으로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이 바뀔 것이다. 1분기 실적부터 챙겨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가 상품 투자를 멀리해야 하는 이유

연초 배럴당 60달러 정도였던 국제유가가 코로나19로 20달러까지 내려오자 많은 투자자가 유가 관련 상품에 투자했다. 주식에 이어 유가도 급반등하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다. 결과는 실패였다. 유가가 한때 -37달러까지 떨어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다.

앞으로 석유 관련 투자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가격이 하루에 30% 넘게 오르내리는 상황이어서 유가를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참고해 높게 잡아도 당분간 유가는 20~3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할 걸로 보인다. 원자재는 주식과 달리 실제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래서 수급의 균형이 한번 깨지면 가격이 급변하지만 다시 균형을 찾으면 그때 가격이 오랜 시간 유지되는 속성을 보인다.

1984~99년 사이 유가가 그런 형태였다. 2차 오일쇼크가 지나간 후 1983년에 석유 공급이 늘면서 유가가 8달러까지 떨어졌다. 곧 반등해 10달러대에서 수급의 균형이 이뤄졌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유가가 15년 동안 이어졌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급이 수요보다 월등히 많아 가격이 높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20~30달러대에서 유가의 균형점이 만들어진다면 석유 관련 투자로는 수익이 나기 힘들다. 유가가 낮은 수준에서 깔리는 형태여서 매수해 장기 보유해 봐야 미미한 성과밖에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이전에도 신흥국 경기 둔화로 석유 수요가 크지 않았다. 반면에 공급은 셰일오일 등 새로운 유전 개발로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 둘의 균형이 어긋나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진정되어도 가격이 크게 오르기 힘들다. 당분간 유가 관련 상품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좋다.

 

신흥국 국채 매력 커져

가격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된 상품 하나가 더 있다. 브라질 국채 등 신흥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이 그것이다. 신흥국 채권은 코로나19로 큰 손실을 봤다. 가장 많은 판매 잔고를 가지고 있는 브라질 국채의 경우 연초 이후 넉 달 사이에 손실이 25.7%나 났다. 러시아 국채 역시 -23.2%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작년에 브라질과 러시아 국채 투자가 24.5%와 32.4% 수익을 낸 것과 비교된다.

신흥국 국채가 이렇게 저조한 성적에 그친 건 환율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활동이 약해지자 달러가 강세로 변했다. 달러가 불황에 강한 통화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달러 강세를 흡수할 능력이 있지만 신흥국은 그렇지 못하다. 달러 강세의 영향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어 신흥국 통화가 약해졌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도 신흥국 통화 약세에 한몫을 했다. 이번에는 금융위기 당시 경험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달러 수요가 많았다. 그 수요를 채우기 위해 선진국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던 신흥국 자산을 내다 팔 수밖에 없었고 해당 국가들의 환율이 약해졌다.

유가 급락도 환율에 영향을 줬다. 러시아, 브라질 등 핵심 신흥국은 석유 판매 대금이 재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상황에서 유가가 급락하자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환율이 약해졌다. 연초 달러당 4.0헤알이었던 브라질 환율이 지금은 5.5헤알까지 올라왔다. 넉 달 사이에 달러 대비 헤알화가 37% 절하된 건데 그만큼이 브라질 국채 투자의 손실로 기록됐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 경제활동이 재개될 경우 신흥국 환율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다. 그 전에도 신흥국에서 환율 약세로 인한 수출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선진국의 공격적인 금융완화 정책으로 신흥국 국채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투자한 나라가 부도나지 않는 한 해당국 국채에서 이자가 나온다. 현재 10년 만기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7.2% 정도다. 괜찮은 수익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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