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광주 가는 길…“다시 감옥으로” vs “망신주기 재판”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4.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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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중절모 쓰고 나타난 전씨,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차량 탑승
연희동 자택 앞에서 시위 열렸지만 큰 충돌없이 마무리
전씨,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1년여 만에 다시 광주 법정 출석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11일 오후 광주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11일 오후 광주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친 뒤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27일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24분께 부인 이순자(82)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섰다. 마스크와 중절모를 착용하고 나타난 전씨는 부인과 함께 대기 중이던 검정색 세단 차량에 곧바로 탑승한 뒤 광주로 떠났다.

이날 전씨의 자택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단체 회원들과 취재진 100여 명이 모였다. 경찰은 자택으로 향하는 골목과 자택 정문 앞에서 신원 확인을 거친 뒤 기자와 집회 참가자들만 들어갈 수 있도록 출입을 통제했다.

5·18 정신을 지키는 민주시민들, 5·18 구속부상자회 등은 전씨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전두환은 역사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대국민 사과하라", "집단학살범 전두환은 다시 감방 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보수단체 자유대한호국단도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 "전 대통령이 왜 광주에 가서 재판을 받아야 하느냐"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전씨를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은 '망신주기 광주지법, 공정한 재판 가능할까요' 등의 문구가 적힌 표지판을 들고 있기도 했다.

경찰은 자택 주변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양측 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전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전씨가 광주지법에 출석한 것은 지난해 3월 11일 인정신문을 위해 출석한 이후 1년여 만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조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지적하며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그 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변경된 재판부가 지난 6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전씨의 재판 불출석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전씨 측은 출석 의사를 밝히고 부인 이씨를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석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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