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의 공통점은 ‘피봇’ [이형석의 미러링과 모델링]
  • 이형석 한국사회적경영연구원장ㆍ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6 11:00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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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기업 순위 해마다 바뀌어 지속성과 경쟁우위 위해 끊임없이 '단계적 구조 바꾸기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파워 34위에 오른 넷플릭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했던 1분기에도 넷플릭스는 57억7000만 달러의 매출과 7억910만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8%, 순이익은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태생부터 잘나갔던 것은 아니었다. 넷플릭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콧밸리에서 1997년 탄생했다. 인구 1만 명의 작은 도시였다. 당시는 비디오를 가게에서 빌려 보던 시기였다. 넷플릭스는 인기 비디오나 베스트셀러 등을 우편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일반화됐지만 소위 음식을 배달하는 그럽허브(Grubhub)나 도어대시(DoorDash) 같은 모델이었다.

이후 넷플릭스는 아이튠즈처럼 인터넷을 통해 영화 등을 구매하거나 대여해 주는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1차 전환한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오프라인 비디오 가게를 초토화시켰지만 고객들은 신의 선물이라며 환호했다. 광대역 웹이 일반화되자 넷플릭스는 또다시 고도화를 준비한다.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로의 전환이다. 사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전에도 다양한 채널이 있었다. 프리미엄 영화채널 HBO, 케이블TV 채널 숏타임(Showtime), 그리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제공하는 훌루(Hulu) 등이 대표적이다. 넷플릭스는 이들 플랫폼을 이기기 위해  ‘콘텐츠의 월마트’라 불릴 만큼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확보했다.

넷플릭스는 1997년 창업 이후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피봇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넷플릭스 공동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CEO ⓒ연합뉴스
넷플릭스는 1997년 창업 이후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피봇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넷플릭스 공동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CEO ⓒ연합뉴스

넷플릭스, 성장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피봇

하지만 다른 채널들 역시 콘텐츠 확보 능력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같은 메뉴로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온 3차 성장 전략은 독창적인 콘텐츠와 라이선스였다. 즉,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을 자체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몇 번의 고도화 과정을 거친 넷플릭스는 마지막으로 현지화 전략으로 나섰다. 그 지역이나 나라에 맞는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기업이 성장해 가면서 단계적으로 구조를 바꾸는 것을 피봇(Pivot)이라 한다. 피봇은 농구나 핸드볼 등 구기종목에서 한 발을 축으로 회전하는 것을 말한다. 즉,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가치는 유지하되 경쟁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방향이나 행태를 일부 바꾸는 것인데, 대부분의 기업은 이 피봇 과정을 통해 성장해 왔다.

유튜브 역시 넷플릭스와 비슷한 피봇 과정을 거쳤다. 유튜브는 2005년 창업 당시 튠인훅업(Tune in hook up)이라는 비디오 기반 데이트 서비스였다. 사용자들이 자신의 이상형을 설명하는 짧은 비디오를 업로드해 상호 매칭하는 형태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용자들은 이성 간 만남보다 오히려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올리는 것을 즐겼다. 여기에서 인사이트를 얻어 동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그 덕분에 유튜브는 피봇 1년 만에 급성장할 수 있었고, 16억5000만 달러에 구글이 인수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공유 SNS 플랫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지금의 비즈니스 모델로 시작한 건 아니다. 소셜 네트워크 게임 스타트업인 마피아워즈(Mafia Wars)와 위치 기반 SNS 서비스인 포스퀘어(Foursquare)를 조합해 만든 비즈니스 모델로 버븐(Burbn)이라는 스타트업이 시초였다.

이 앱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자가 로그인해 스토리를 공유하고 사진을 올릴 수 있도록 단계별로 설계됐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사진을 올리는 데만 열을 올렸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인스턴트(instant)와 텔레그램(telegram)을 묶어 인스타그램으로 피봇한 후 급성장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은 단 551일 동안 존재했고, 불과 12명이던 작은 스타트업이었는데, 페이스북이 10억 달러에 매입했다.

앞서 언급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의 피봇 과정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발견된다. 바로 소비자 행동에서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점이다. 아직도 상당수 기업은 소비자의 불만을 소음(noise)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을 잘 수렴하면 기업에 얼마나 멋진 사운드(sound)로 돌아오는지 위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회사 관계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튜브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회사 관계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셜커머스의 효시인 구루폰(Groupon)

은 2007년 더포인트(The Point)라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공동 창업자인 앤드루 메이슨(Andrew Mason)이 휴대폰 계약을 취소하려다 거부당하면서 아이디어를 냈다. 당시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문제를 다수의 힘을 모아 해결해 보자는 일종의 사회운동 차원이었다.

하지만 기업의 지속성에 문제가 생기자, 이번에는 사회문제 해결에서 소비자 행동으로 살짝 비틀었다. 처음 시도한 방법은 그의 아내와 친구들이 사던 고가의 지갑이 턱없이 비싸다고 판단, 20명이 함께 살 테니 할인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구루폰이 그룹(group)과 쿠폰(coupon)의 합성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소위 공동구매의 시작이었다.

 

뉴노멀 시대의 피봇은 ‘지금 즉시’

이처럼 피봇한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은 창업자가 가진 미션, 사회적 문제가 기반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미션이라도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은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영리 수단을 하나 얹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기업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자금도 지원하고 있지만 수익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도 피봇 과정을 거친다. 페이팔(PayPal)은 1999년 컨피니티(Confinity)라는 포켓용 컴퓨터를 통해 지갑 대용 서비스를 시작해 온라인 지불 시스템으로 피봇했고, 쇼피파이(Shopify)는 스노보드 쇼핑몰로 시작해 오늘날 다국적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일반적으로 피봇은 매몰비용을 수반한다. 그때까지 들어간 돈과 시간을 날려 보내는 아픔이다. 하지만 장수 기업의 순위가 해마다 바뀌듯, 지속성과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피봇이 필요하다. 사람이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마다 옷을 바꿔 입어야 하듯이 기업이 고객을 유인하고 록인(rock in)하려면 소비자의 니즈를 견인하는 선제적 피봇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뉴노멀 시기에 기업의 피봇은 선택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의무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것도 나중이 아니라 ‘지금 즉시(Jus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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