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김봉현, 친노 인사 타깃 로비했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4 10:00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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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고문 지낸 '친노' 김갑수 통해 여권 로비 의혹

“김갑수 전무를 통해 정권 실세들을 만났다.” 여러 언론으로부터 라임자산운용의 ‘실질적 전주(錢主)’라고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4월23일 검거)이 ‘친노(親盧)’ 인사로 알려진 김갑수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를 통해 여권의 핵심 인사들을 소개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회장 측 관계자 A씨는 “김 회장이 자신에게 ‘김갑수 전 대표와 지방 MBC 대표를 지낸 이아무개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주선으로 여권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았다는 사실을 언론에 전해 달라’고 말했다”고 시사저널에 밝혔다.

시사저널은 A씨의 주장을 접하고 관련 내용에 대한 확인 취재에 나섰다. 당시 김 회장은 사정 당국의 수사망을 피해 도피 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후보(전 전문건설공제조합 감사) 역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2018년 3월경 김갑수가 나를 찾아와 ‘밥 한 그릇 하자. 뭐 그리 바쁘냐. 아주 괜찮은 친구가 하나 있는데 같이 봐도 되느냐.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해 김(봉현) 회장을 만났으며, 저녁 술자리도 김갑수가 ‘내가 (술값을) 내겠다’고 해 가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갑수와는 20년가량 정치권에서 알고 지낸 형, 동생 하는 사이”라고 설명한 이 전 후보는 “김갑수가 ‘인터불스(스타모빌리티 전신) 투자로 꽤 짭짤했다(이익을 얻었다는 뜻으로 해석)’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투자 권유에 이 전 후보가 솔깃해한 것은 김 전 대표의 투자 성공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후보와 김 회장 측 주장을 종합하면, 김 전 대표가 김 회장이 제공한 내부정보를 토대로 투자에 나서 부당이익을 얻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김 회장 측은 이를 활용해 김 전 대표와 친분을 쌓으려 했다. 이 밖에도 김 회장 측은 “2018년 8월 김갑수 전 대표가 주선해 이종필 전 부사장과 함께 국회로 가 여러 정치권 인사들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김갑수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 ⓒ뉴시스
김갑수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 ⓒ뉴시스

전 지방 MBC 대표 이아무개씨와 김갑수씨 통해 여권 인사 만나

1967년생인 김갑수 전 대표는 부산대 사학과를 나와 2003년 친노 방송매체인 ‘라디오21’에 합류하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맺었다. 라디오21은 2002년 11월, 16대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김 전 대표는 2004년 이 회사에서 대표이사까지 맡는다. 그런 다음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김 전 대표는 정치권 입문 초기 DY(정동영 의원)계로 분류됐다. 2003년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 비서실 차장을 맡기도 했다.

김 전 대표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대표로 재직한 시기는 2013년 7월부터 2014년 9월까지다. 김 전 대표가 대표로 활동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열린우리당 시절 정치권에서 활동한 인사들이 함께 만든 여론조사기관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측은 “일련의 일들은 (김 전 대표가) 회사(한국사회여론연구소)를 퇴사한 후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를 그만둔 시점은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면서다. 이상호 전 후보나 김봉현 회장 모두 김 전 대표를 모 대기업 전무로 기억하고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김 전 대표가 임원으로 재직했던 회사는 SK텔레콤으로 확인됐다. SK텔레콤에서 김 전 대표의 공식 직함은 고문이었다. SK그룹 관계자는 “2017년에 고문 계약을 체결해 매년 1년씩 세 차례 직을 맡았으며, 올해 3월 하순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 측은 “시사저널이 관련 취재에 나선 후 SK로부터 해촉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사저널이 김 회장, 김 전 대표와 관련해 취재에 나선 것은 3월20일부터다.

외부에선 김 전 대표를 ‘김 전무’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당초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대외협력 업무를 챙기기 위해 SK그룹 입사를 준비했지만, 언론에 관련 소식이 알려지면서 막판에 무산됐다. 이후 SK텔레콤은 김 전 대표에게 고문직을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시사프로그램 ‘스타까토’에 출연한 김갑수 전 대표(왼쪽) ⓒ노컷뉴스 화면캡처
시사프로그램 ‘스타까토’에 출연한 김갑수 전 대표(왼쪽) ⓒ노컷뉴스 화면캡처

김 전 대표의 활동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SK그룹 내부에서도 그의 입사 여부와 활동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무급 연봉에 법인카드와 수도권 골프장 회원권이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주된 업무는 SK텔레콤의 대외적 민원을 해결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김갑수 전 대표에게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며 문자메시지도 여러 번 보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다만 김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시사저널에 “김 전 대표가 ‘사실과 달리 부풀려진 게 많으며 정치권 로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목받는 SK 대관 조직

김갑수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가 ‘라임 게이트’와 관련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론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가 재직한 SK그룹으로도 쏠리고 있다. SK그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 정부와 밀접한 친분관계에 있다는 소리를 들어왔다. 2017년 12월 청와대가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정유시설 건설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났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정 그룹 총수를 따로 만난 것 자체가 괜한 오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는 “임 실장이 UAE 왕세제를 만난 것은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한 것이지, 기업 애로 해소에 있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현재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커뮤니케이션위원회에서 그룹 전체의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한다. 이형희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이 과거 책임자였고, 지금은 박영춘 부사장이 총괄하고 있다. 김 전 대표가 활동했던 SK텔레콤에서는 현재 조영록 전무가 대외협력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김희선 전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조 전무는 전남대 재학 시절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에서 핵심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조 전무 밑에 지원담당과 성장담당 등 두 파트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원담당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등 주요 부서를 담당하고, 성장담당은 신사업 관련 상임위와 일부 정부 부처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 대외협력 조직에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현 정부와 밀접한 인사로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서관으로 활동한 채아무개 매니저(SK텔레콤), 전혜숙 민주당 의원과 배재정 전 민주당 의원의 비서관 출신 서아무개 매니저(SK E&S), 김경수 경남지사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비서관 출신인 권아무개 매니저(SK C&C)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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