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치후원 韓日전…한국이 졌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6 10:00
  • 호수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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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글로벌 매출은 소니 2배인데 대미 후원금은 2분의 1…”정치권 겨냥한 대안 없어” 

삼성전자가 소니를 뛰어넘은 건 새삼스럽지도 않은 사실이다. 단 미국 정계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그룹 차원에서 소니의 정치후원금 규모가 삼성의 2배가 넘기 때문이다. 로비가 합법인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이 일본보다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 비영리 정치감시단체 오픈시크릿츠에 따르면, 2019년 1월~2020년 3월 삼성그룹의 후원금 집행 규모는 약 21만9800달러(2억7100만원)로 집계됐다. 57만8100달러(7억1300만원)를 후원한 소니그룹의 2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들 수치는 200달러 이상 모금액만 합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매출 230조4000억원을 기록해 소니그룹보다 2배 넘게 벌었다. 반면에 후원 규모는 정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두 그룹은 모두 민주당 측에 후원금의 과반을 썼다. 삼성그룹은 전체 후원금의 66%인 11만2000달러를, 소니그룹은 87%인 32만1400달러를 후원했다. 소니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가장 많은 5만9600달러를 후원했다. 삼성은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에게 최고액인 7500달러를 후원했다. 그는 3월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경선을 포기했다.

그룹이 아닌 전자제품 부문 자회사만 놓고 비교하면 삼성전자가 우위에 있다. 소니그룹 중 소니전자 미주법인과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아메리카(SCEA)의 후원금 집행액은 총 1만 달러도 안 된다.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중국 화웨이는 고작 470달러에 불과하다. 단 이러한 비교는 객관적이지 않다. 이익단체의 정치자금 집행 통로이자 거액이 모이는 정치활동위원회(PAC·팩)를 갖춘 자회사는 그룹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소니그룹의 8개 미주 자회사 중 팩을 보유한 법인은 소니픽처스와 소니뮤직 등 두 곳이다. 이 중 소니픽처스의 후원금만 따져도 29만4000달러로 삼성그룹 전체 후원금보다 많다. 화웨이는 팩을 꾸리지 않고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후원 내역을 그룹별로 봐야 하는 이유다.

후원 경쟁, 현대차도 도요타에 밀려

소니그룹 후원금이 삼성그룹을 웃돈 건 중간선거가 끼어 있던 2017년 1월~2018년 12월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2년 동안 후원금 총액은 삼성이 29만7100달러, 소니가 112만8000달러였다.

자동차업계의 위상에서도 한국은 일본에 밀리는 형국이다. 일본 도요타는 2014년 ‘도요타·렉서스팩’을 만들어 정치권에 줄을 대 왔다. 그때부터 올 3월까지 도요타 팩과 직원들이 투자한 금액은 296만여 달러에 이른다. 팩이 없는 현대자동차는 같은 기간 직원들이 총 6000달러를 후원한 게 전부다.

금권이 패권으로 여겨지는 미국 정계에서 기업의 후원활동은 관행이다. 정치권도 이에 보답하곤 한다. 오픈시크릿츠 조사 결과,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때 기부금을 낸 기업 60여 곳이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삼성전자도 1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윤홍근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업도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후원을 한다”고 했다. 또 “일본은 대대적으로 로펌 등을 통해 (미국 정계를) 후원해 왔다”고 덧붙였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한국 대기업들이 오래전부터 워싱턴에서 주목을 받아왔지만 정치권을 겨냥한 구체적 대안은 없었다”면서 “기업들이 자체 이익을 위해 팩을 만들 것을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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