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서 발생한 규모 3.1 지진 원인, 여전히 ‘안갯속’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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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서북서 2.1km 지점…지난달 26일 이후 잇달아
‘최근 8일간 같은 지점서 39번이나’ 발생…‘이례적’
[인터뷰] 우남철 기상청 지진분석관 “큰 지진 전조는 아닌 듯”

기상청은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km 지역에서 5일 오후 10시 7분께 리히터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이 지점에서 지난달 26일 규모 1.8 지진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8일 사이 39건의 지진이 관측됐다. 문제는 기상 당국이 뚜렷한 지진 발생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주민들의 불안감 고조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 지역에서 잦은 지진 발생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긴 하나, 큰 지진의 전조 현상이라고 속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남 해남 지진 발생 위치 ⓒ기상청
전남 해남 지진 발생 위치 ⓒ기상청

규모 2.0 이상은 4건…주민 불안감도 증폭

기상청에 따르면 진앙은 북위 34.66도, 동경 126.4도다. 지진 발생 깊이는 21km다. 이번 지진은 올해 국내 발생한 지진 중 1월 30일 경북 상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3.2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 지점에서는 지난달 26일 규모 1.8 지진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8일 동안 39건의 지진이 관측됐다. 그중 통보가 되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은 지난달 28일(규모 2.1), 30일(규모 2.4), 이달 2일(규모 2.3)에 이어 네 번째다. 이날 지진의 규모가 가장 강했다.

지역별 관측장비에서 기록된 계기 진도는 전남에서 ‘3’으로 기록됐다. ‘진도3’은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현저하게 진동을 느낄 수 있고, 정지하는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다. 지진동은 해남 전역은 물론 인근 목포·무안지역에서도 감지됐다. 전남소방본부 측은 “이날 오후 10시 30분까지 지진 피해 신고는 없었다”며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만 10여건 있었다”고 했다. 

 

“과거 지진이나 단층 확인없어”…기상청 “예의주시” 

해남 서북서쪽 21km 지점에서 어떤 연유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기상청은 지진 발생의 원인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원인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은 과거 지진이 자주 일어난 적 없던 터라 단층 존재 여부도 조사된 것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보통 지각에 있는 에너지가 해소되면 지진이 멈추지만 이번과 같이 지진이 자꾸 일어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 지점에서는 추가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지점에 4일 추가로 임시 관측소를 설치해 지진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오후 8시 54분쯤 일본 가고시마현 서쪽 해역에서도 진도 6.0 규모의 지진이 발생, 제주 일부지역에서 지진동이 감지됐다.

 

‘지진공포’의 습격…소문·추측 무성

지진 발생 원인이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지역 주민들과 네티즌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선 각종 억측이 나도는 상태다. 일본 지진의 여파 때문이다는 설부터 인근 방조제로 인해 지진이 났다는 얘기 등 다양하다. 해남 주민 김아무개(여)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진이 잦아지고 규모가 차츰 커지는 같아 걱정된다”고 불안감을 나타냈다. 아이디 쩜**은 “일본 가고시마 서쪽 해안에서 진도6 등 일본도 최근 그 일대에서 지진이 100여 차례 일어났다”며 “거기에서 10시 방향이 해남이며, 진도3 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것”이라며 주장했다. 

네이버 아이디 jds****는 “경험 많은 일본 정부에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SNS에 “지진이 발생한 곳이 해남군 산이면 부동리 쪽으로 인근 금호호 방조제 축조로 인한 내수면 압력 변화 때문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시사저널은 무성한 소문과 추측을 팩트 체크하기 위해 4일 오전 기상청 우남철 지진분석관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우 지진분석관과의 일문일답이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분석관
우남철 기상청 지진분석관

해남 지진의 발생 원인이 명확치 않다.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지역 자체가 과거에 연구나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는 곳이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조차도 저희 기상청에서 1978년부터 지진을 관측한 이래로 처음 발생했다. 그러다보니 현재로선 이 지역에 실질적으로 어떤 단층이 존재해서, 그 단층의 움직임으로 지진이 발생했다고 결론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큰 지진으로 이어질 전조현상 가능성은.

“속단할 순 없지만, 이것이 큰 지진으로 가는 전조현상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웬만한 대규모 단층에 대한 연구는 계속 진행 중이다. 따라서 과거 이 지역에서 대규모 단층이 존재했거나 만약에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선 구조 또는 관련된 연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지역에 (그런) 단층이 존재한다는 조사결과가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 작은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봐선 단층이 존재하나 소규모 단층이 존재할 확률이 높다고 봐야 한다. 지진 규모의 크기는 단층의 크기와 상관이 있다. 아직까지 이 지역에서 큰 단층은 발견된 바가 없기 때문에 대형 지진보다는 작은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보다 수월하게 얘기할 수 있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한 일본 가고시마 서쪽 지진과 관련성은. 

“약간 억측인 것 같다. 그 연관성은 함부로 예단할 수 없지만 진도6 지진의 에너지가 여기까지 어떤 정도로 전달됐는지 확연하게 알 수 없다. 시기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게 예측하는 같은 데 (일본에서) 6.0 지진이 나기 전인 26일부터 이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일본지진)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인근 금호호 방조제 축조로 인한 내수면 압력 변화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표면 상의 압력 변화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왜냐면 (방조제) 축조과정에서 돌이나 흙 같은 것을 부어 넣어서 내수면 압력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추론은 가능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지진이 발생한 지점의 깊이가 20km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엽적인 압력변화가 그 깊은 곳까지 영향을 줬다고 쉽게 추론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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