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어 골프도 美·日 제쳤다…14일 ‘KLPGA 챔피언십’ 개막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09 12:00
  • 호수 159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이후 재개’ 한국 여자골프가 먼저 포문 열어

한국이 세계 골프사를 새로 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낳은 신풍경이다. 지난 5월5일 미국과 일본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KBO리그 프로야구가 개막한 데 이어, 14일부터 프로골프대회가 국내 개막전을 갖는다. 세계 최대의 프로골프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의 남녀 프로골프투어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LPGA 챔피언십’(총상금 30억원)이 처음으로 대회를 여는 것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지난 1월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십, 게인브리지 LPGA, 2월 호주 ISPS 한다 빅 오픈,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을 끝으로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상태로 대회 개최를 못 하고 있다. 이후 LPGA투어는 5월말까지 대회가 최소됐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지난 3월12일 플레이어스 1라운드를 마치고 경기가 중단된 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자선기금’ 마련을 위해 타이거 우즈(미국)와 필 미켈슨(미국)의 빅매치를 계획 중이다. 역시 기금 조성 목적으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더스틴 존슨(미국)이 리키 파울러(미국), 매슈 울프(미국)와 팀매치를 가질 예정이다.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디오픈은 취소했지만 PGA 챔피언십, US오픈, 마스터스 등 메이저대회는 모두 연기해 개최할 예정인 PGA투어는 재개 시점을 6월로 잡고 있다. 하지만 5월6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20만 명, 사망자가 7만 명을 넘으면서 대회 개최 시기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왼쪽부터)박성현·김세영·이정은
(왼쪽부터)박성현·김세영·이정은6

미국과 일본은 코로나19 비상으로 대회 중단

일본은 코로나19가 점차 확산세를 보이면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는 아직 개막전도 치르지 못하고 있고, 일본남자프로골프투어(JGTO)는 개막전 싱가포르 오픈 이후 대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KLPGA는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2020 시즌 개막전 효성챔피언십을 먼저 치른 바 있다. 이후 코로나 사태로 대회 재개가 중단된 상태였다. 남자 투어인 KPGA는 아직 개막전을 열지 못하고 있다.

투어재개나 개막 일정이 여전히 불확실한 미국·일본과는달리 한국은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하면서 굳게 닫혔던 빗장을 서서히 풀고 있다.철저한 검역과 방역에 힘입어 코로나19로부터 어느 정도 청정 지역이 된골프장은 대구와 경북 등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 일반인 입장객이넘치면서 이미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이 때문에 골프계에서는 선수들의 건강에 대한 안전 문제만 확보된다면 대회 개최에는 그리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대회 재개 결정을 가장 먼저 한 곳은 KLPGA. 오는 5월14일 KLPGA 챔피언십이 경기도 양주시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해 4일간 열린다. 이 대회는 골프웨어 전문기업 크리스에프앤씨(대표이사 우진석)가 메인스폰서다. 당초 4월30일부터 5월3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스폰서가 대회 개최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바람에 자칫 무산될 뻔했다.

협회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무엇보다 대회를 치르지 못하면서 선수들과 캐디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서둘러 갤러리(관중) 없이 대회를 치르기로 결론을 냈다. 특히이 대회는 42년 역사를 가진 대회로 KLPGA투어가 치르는 대회 중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기 때문에 천재지변이 아니면 반드시 열어야 할 수밖에 없는 상징성이 있다.

1978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한 부분인여자프로부로출발한 KLPGA는 1988년 독립해 현재 엄청난 발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2000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KLPGA는 자체적으로 대회를 치를 만큼 재산도 크게 늘린 상태다.비영리법인 KLPGA와 별개로 영리법인 주식회사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를 설립해 수익을 창출하고 골프의 저변 확대를 위해 재투자했다. 올 시즌 KLPGA투어가 정상적으로 열렸다면, 2020 KLPGA정규 투어는 모두 31개 대회로 총상금 269억원이었다. 대회당 평균 상금이 8억7000만원에 이른다. 다만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규모를 조금 축소해 25개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조금 특별하다. 스폰서가 없어지면서 협회발전가금 30억원으로 대회를 치른다. 또한 대회 방식도 독특하다. 출전선수가 무려 150명이다. 예선 1차에서 80명, 2차에서 60명으로 줄여 최종전을 벌인다. 다만상금은 출전한 모든 선수에게 성적에 따라 지급한다.

그런데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대회가국내파와 해외파 간의 샷 대결로 펼쳐진다는 점이다. 스타들이 모여 ‘별들의 전쟁’을 벌인다. 미국과 일본에서 대회가 중단되고 코로나19의 위험을 피해 정상급 선수들이 대부분 한국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국내 투어 출전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외국에서 활약하는 출전 선수가 많다.

 

김세영, 상금을 코로나19 구호기금으로 기부하기로

LPGA투어 간판선수로 박성현·김세영·김효주·이정은6등이 출전하고 JLPGA투어에서는 이보미·안선주·배선우가 나선다. 국내파로는 지난해상금왕과 대상, 다승왕을 모두 휩쓴 최혜진이 이 대회 2년연속 우승을 노린다. 또한 국내파는 장하나·이다연·임희정·조아연등 92명 전원이 출전신청을 했다.세계여자랭킹 1위 고진영과 박인비는 국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박성현과 김효주는 올해 들어 첫 출전이다. LPGA투어 출전 기회를 엿보다가 1~2월에 대회 4개를 마친 뒤 중단되면서 기회를 놓쳤다. 빅성현은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이후 약 7개월 만에 국내 대회에 나선다. 박성현은 “이번 출전은 겨우내 닦은 경기력을 점검하고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라며 ”오랫동안 팬들에게 경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해 출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일찌감치 출전을 신청했던 김세영은 이번 대회의 상금을 코로나19 구호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김세영은 “3월까지 미국에서 훈련하다가 LPGA투어가 계속 취소되자 귀국했다”며 “골프 연습을 하면서 틈틈이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LPGA투어 신인왕을 수상한 이정은6도 경기도 지산 컨트리클럽 내 골프아카데미에서 샷을 다듬어왔다. 이정은6은 “모처럼 국내 팬들과 동료들을 만나게 돼 기쁘다”며 “그동안 연습해 온 쇼트게임과 부족한 부분에 대해 점검도 할 겸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올 시즌 공식 대회에첫 출전하는 김효주는 2016년 KLPGA투어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4년 만에 다시 국내 대회 정상을 노린다.

협회는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면 다음 대회를 오는 5월29일부터 3일간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골프클럽에서 제8회 E1채리티(총상금 8억원) 대회로치를 계획이다. 이번 KLPGA 챔피언십 대회는 14일부터 4일간 SBS골프채널을비롯해 네이버, 다음, 올레tv, U플러스 등에서 모두 생중계하며, 대회 재개를 애타게 기다리던 골프 팬들의 갈증을 해소해 줄 전망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