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업종별 실적·기업가치 ‘대격변’ 예고
  • 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 승인 2020.05.13 08: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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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IPO 시장 ‘헬스케어·언택트 잔치’ 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을 녹이는 데 헬스케어 및 언택트(비대면) 기업들이 앞장서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오히려 실적 개선과 함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동안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기업(스팩 제외)은 18개에 이른다. 코로나19 한파가 매서웠던 3월 한 달 동안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이 단 4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변화다.

4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던 기업들은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충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IPO 시장 분위기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업종별로 보면 에스엘에스바이오, 한국파마, 제놀루션, 퀸타매트릭스, 피플바이오, 이오플로우, 비비씨, 티앤엘,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 등 헬스케어(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 기업이 9개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국내 헬스케어와 언택트 기업의 상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씨젠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국내 헬스케어와 언택트 기업의 상장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씨젠 모습 ⓒ연합뉴스

상장예비심사 신청, 헬스케어 ‘쏠림’

앞서 4월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한 곳도 없었다. 5월 IPO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은 임상시험수탁(CRO) 기업 드림씨아이에스와 유전체 분석기업 소마젠 등 두 곳인데 이들은 모두 제약바이오기업이다. 드림씨아이에스는 5월7~8일 기관 수요예측과 12~13일 청약을 실시하고 5월22일 상장할 예정이다. 소마젠은 5월28~29일 기관 수요예측, 6월 12~13일 청약에 들어간다. 6월에는 올해 IPO 최대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SK바이오팜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언택트’ 기업들의 상장도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언택트 기업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이커머스, 게임, 비대면 콘텐츠, 모바일 핀테크, 배달 관련 기업 등이다.

이커머스 업체 티몬은 당초 IPO가 불확실했으나 코로나19로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티몬은 당초 상장을 준비하며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지만 증권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티몬의 재무구조와 사업계속성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티몬의 IPO를 바라보는 증권사들의 시선이 달라졌고, 대다수 증권사는 티몬의 상장 주관사 재입찰에 지원했다. 티몬은 미래에셋대우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를 준비하고 있다.

게임업종에서는 카카오게임즈와 크래프톤(옛 블루홀)이 IPO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뱅크 등 3개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카카오게임즈가 가장 먼저 상장할 예정이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2018년 상장을 추진했지만 회계감리 문제로 상장을 연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IPO 재추진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고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도 상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창업자인 장병규씨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면서 IPO 준비가 한층 빨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래프톤은 현재 엘리온이라는 대작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엘리온 배급을 카카오게임즈가 맡아 게임 출시가 두 회사 상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이 외에도 웹툰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고 있는 카카오페이지와 웹소설 업체 문피아의 상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역시 한국투자파트너스 전무를 지낸 김광옥 부대표를 선임하고 IPO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교촌F&B 역시 언택트 수혜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교촌F&B는 4월24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롯데그룹 출신 전문경영인 소진세 회장을 중심으로 올해 안에 프랜차이즈 최초의 직상장을 이뤄내겠다는 포부다.

업종별 실적·기업가치 재평가 계기

시장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기업들의 실적 흐름과 상장기업의 가치평가를 바꿔놓았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언택트·헬스케어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티몬 같은 이커머스 기업은 대표적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티몬은 지난해 매출 1751억원, 영업손실 753억원을 냈지만 올해 3월 사상 처음으로 1억6000만원의 월간 흑자를 기록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동안 온라인 침투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식품, 생활용품의 온라인화가 급격히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뿐만 아니라 상장된 언택트·헬스케어 기업들의 주가도 급등하면서 해당 업종의 기업에 대한 기업가치 산정 역시 바뀌고 있다. 상장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는 상장예비기업과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피어그룹)을 선정해 그들이 내는 실적과 시가총액 등을 비교한다. 기업의 주식가격을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이 대표적 지표다. 이후 해당 업종 평균 PER 등을 상장예비기업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해당 기업의 적정 기업가치와 희망공모가를 산출한다. 비교 대상이 되는 유사 기업들의 주가가 고평가를 받을수록 상장예비기업의 기업가치 역시 높게 평가되는 셈이다.

실제로 6월 상장을 준비하는 소마젠은 비교 기업에 진단키트 업체 ‘씨젠’을 포함시켰다. 씨젠의 주가는 코로나19로 올해 2월부터 3배가량 폭등했는데 이 같은 주가 상승이 소마젠의 희망공모가를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올해 IPO 시장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가 상장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유가증권보다 코스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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