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설명하면 알아듣는 것도 민주주의의 기본”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2 10: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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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정선거 의혹 관련 토론 마다않는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이준석을 박살 낼 좋은 기회입니다.”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한 네티즌이 4월20일 공개토론을 제안하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천안함 재단에 100만원을 기부한 뒤 토론회를 갖자는 것이다. 이 제안을 꺼낸 사람은 다름 아닌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자신이다. 

이 위원은 ‘투표조작 음모’ 자체를 음모론으로 일축해 왔다. 그러면서도 제기되는 의혹을 피하지 않고 매번 쓴소리를 내고 있다. 4월24일에는 해외에서 토론회를 원할 경우 직접 가겠다고 밝혔고, 29일에는 “투표조작, 사실이면 정계 은퇴” 발언까지 전해졌다. 그는 ‘투표함 바꿔치기’ ‘양당 사전득표율 통일’ 등 의혹에 대해 근거가 부족하다고 맞받아쳤다. 5월7일 이 위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일각에선 ‘이번 총선은 부정선거’란 가설을 반증하기 위해서라도 사후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회과학의 기본론 중 하나는, 의심 가는 정황이 있다면 가설을 세우는 것이다. 그 가설이란 건, 예를 들어 ‘투표함을 바꿔치기했다’ ‘전산 조작이 있었다’ ‘투표지가 혼입됐다’ 등 구체적 시나리오다. 단 이는 굳이 검증하지 않아도 반박 가능하다. 실질적인 검증을 하고 싶다면 가설부터 제대로 세운 뒤에 뭘 어떻게 하자는 얘기를 해야 한다. 그게 안 되니까 계속 재검표 요구만 되풀이하는 거다.”

 

윌터 미베인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한국 총선의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통계 프로그램에 사전투표 데이터를 넣어 돌렸더니, 부정선거로 의심되는 통계적 결과가 나왔다고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나도 그 보고서를 봤다. 그런데 사전투표 시스템이 한국 외에 구현된 나라가 거의 없다. 기표 부정을 잡아내는 프로그램이란 것도 사례 연구를 통해 개발한 게 아니다. 자신이 통상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데이터를 집어넣은 것이다. (사전투표 시스템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통계학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데이터를 굳이 분석한 뒤 ‘결과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건 난센스다.”

 

그래도 미베인 교수는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여러 나라의 선거 부정을 예측했고, 대체로 적중했던 이력이 있다고 하는데.

“한국 선거제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다. 무엇보다 사전투표에 관한 의혹의 핵심은 어떻게 득표율 차이가 이렇게 크게 날 수 있느냐는 거다. 그런데 2002년 이회창·노무현 대선 당시 부재자 투표에서 노무현의 득표수가 (이회창의) 두 배가 넘었다. 통계학적으로 이런 차이는 자주 발생한다.”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법원에 재검표를 요구했다. 재검표를 실시하면 의혹이 사라질까. 

“재검표해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으면 또 새로운 의혹을 만들 거다. 지난 2016년 4월 총선 때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이 재검표를 요구했다. 이후 6월말에 재검표가 시작됐다. 그사이 두 달 정도 먹고살기 좋다고 판단했을 거다. 이번에도 재검표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두 달 정도 있다가 실시할 거다. 어쩌면 법원에서 재검표 요구를 기각하길 바랄지도 모른다. (의혹 규명이) 흐지부지되는 걸 기대하는 게 아닐까.”

 

정치권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계속 제기하면 얻는 게 있다고 보나.

“없다고 본다. 다만 소수의 음모론자들은 금전적 이득을 누리면서 살 것이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 측은 “충분한 의혹을 제시하고 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적당히 설명했으면 알아듣는 것도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선거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데 우리가 왜 동조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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