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올해 롯데지주 이사회 출석률 0%…김우찬 교수 “아무 문제의식도 없어”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3 10:00
  • 호수 1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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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요식행위 만들고 경영진이 다 결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시사저널은 현재 국내 20대 그룹(자산총액 기준) 가운데 오너와 상장 계열사가 있는 기업 총수의 지난해 이사회 출석률을 전수조사했다. 대표 계열사 내지 지주회사를 기준으로 했다. 

조사 결과 삼성, 롯데, 대림, 금호아시아나 등 4개 그룹의 총수이자 사내이사들은 이사회 출석률이 75%에 못 미쳤다.<이사회 출석률 높은 총수와 낮은 총수> 기사 참조 

이사회는 회사 업무 집행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 기업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룹을 대표하고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며 많은 연봉도 받아가는 총수들이 이사회를 등한시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비판 여론 속에서 몇몇 총수는 이사회 출석률을 높이려 노력하지만, 계속 불참하거나 아예 사퇴해 버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를 이끄는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사진)는 대기업 총수들이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결국 이사회와, 더 나아가 주주들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요식행위에 불과한 지금의 이사회 시스템으론 선진 경영을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경제개혁연대가 일부 총수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잇달아 지적한 뒤 상황이 개선됐다고 보나. 

“출석률을 높인 곳도, 아닌 곳도 있다. (올해 들어서도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 이사회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롯데 같은 경우는 전혀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총수들의 사내이사 사퇴 소식도 연이어 들려온다. 

“총수들은 그룹 내 복수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겸직하는 게 보통이다. 만약 사퇴 이유가 ‘몸담은 이사회마다 75% 이상 출석하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핵심적인 몇 개 회사에 대해서만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이사회에 잘 참여하겠다’는 의미면 차라리 긍정적이다. 그게 아닌 다른 이유라면 칭찬할 게 없다.” 

일각에서는 ‘총수 등 사내이사의 낮은 이사회 출석률을 지나치게 비판해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외이사와 다르게 이사회 외에도 다양한 회사 운영과 결정 과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말은 사외이사들은 외부 자문기구일 뿐이고, 경영진이 다 결정하겠다는 뜻 아닌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는 권한, 법적 책임 등에서 전혀 다르지 않다. 주식회사에선 이사회란 기구를 통해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사내이사의 출석률을 유연하게 봐야 한다’는 주장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사외이사 출석률에 대해선 ‘75%’란 가이드라인이 있다. 반면에 사내이사는 기준이 없고 저조한 출석률에 대해 옹호론까지 나온다. 

“(이사회에 잘 참석하는) 사외이사들에게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맡기는 것도 아니지 않나. 총수를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다 결정해 놓고 사외이사인 대학교수, 변호사 등에게 ‘이사회에서 이거 통과시켜야 한다’ ‘통과시켜 달라’고 말하는 게 현실이다. 의안 내용상 문제가 있어도 사소한 것 몇 개 고쳐서 사외이사들 체면 구기지 않게만 해 주고, 또 통과시킨다. 이사회에서 뭔가 논의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이사회를 요식행위로 만들어선 안 된다.”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하는 것 외에 다른 문제는 없나. 

“최고경영자(총수) 승계 관련 문제다. 그룹 1인자가 될 사람을 사외이사들이 자주 만나고, 그 능력을 파악하면서 수년에 걸쳐 모니터링해야 한다. 사외이사들이 다음 최고경영자를 결정하는 권한과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지 않나. 지금 이사회 시스템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경로를 다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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