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노조, 콜센터 직고용 찬반투표…일부 직원 반발
  • 세종취재본부 이진성 기자 (sisa415@sisapress.com)
  • 승인 2020.05.0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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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고용' 갈등 불가피…임금·불평등 논란
예산 확보 방안 절실…공채·제한경쟁 도입도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이 직원들의 반대에 무산됐던 콜센터 직원 직접고용을 재추진하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건보공단 사측과 노조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콜센터 직원 직고용을 검토했지만 직원들의 반대에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직원들은 정부 정책이라는 이유로 반발이 불가피한 무리한 추진보다는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건보공단 사내 게시판 등에 따르면 건보 노조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5월11일부터 5월15일까지 사내메일 또는 마이오피스(사내 홈페이지) 설문으로 민간위탁 노동자 고객센터 노동자의 직접고용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일부 직원들은 노조가 콜센터 직원의 직고용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고 보고 있다.

직원들이 크게 문제삼는 부분은 설문항목이다. 찬성과 반대 항목에 이어, 조건부(우려점 해소시) 사업추진에 동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실상 찬성 항목 2개와 반대 항목 1개로, 결과적으로 찬성 항목에 유리하게 배치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려점 해소시 항목에서도 우선순위 2가지만 체크하도록 해, 사실상 다른 4가지에 대해선 문제 없다는 쪽으로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이같은 설문조사는 노조 내에서도 합의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건보공단 노조 관계자는 "대의원들도 해당 투표에 대해 전해들은 적이 없어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면서 "위원장이 투표로 결정한다고 혼자 발언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이 콜센터 직원 직접고용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직원 제보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이 콜센터 직원 직접고용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직원 제보

'직고용' 갈등 불가피…임금·불평등 논란

직원들이 직고용에 반대하는 배경은 크게 형평성과 임금 문제 등이다. 일반직들은 콜센터 직고용 문제를 공채시험 도입 또는 제한 경쟁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단 입시경쟁을 거치지 않은 직원들을 정부 정책이라는 이유로 직고용하게 되면 또다른 불평등을 발생시킨다는 것.

앞서 콜센터 직원 등을 직고용한 국민연금공단의 경우 일반직과 공무직(콜센터 직원 등)간 갈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일부 공무직이 일반직과 같은 승진제도와 호봉제도 등을 요구하고, 월급명세서까지 내부 게시판 등에 올리면서 임금 수준도 맞춰달라고 요청하면서 부터다.

국민연금 한 직원은 "실제 연금은 공무직들이 직고용되기 전 언급하지 않았던 요구를 하기 시작하면서 (직고용을) 결정할 당시 일부 직원들이 우려했던 (일반직과 동일한 임금 및 승진 등 요구)문제들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면서 "시간을 두고 충분히 합리적인 방안을 찾았으면 좋았을 텐데, 당시 정부 분위기에 맞추다 보니 그 과정이 생략된 측면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건보직원들은 이러한 사례를 게시판 등에 올리면서, 3번 문항에 투표(반대)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직원들의 반대의 다른 이유로는 인력확대로 인한 구조조정 불안, 직렬간 전직 요구 가능성, 호전환 증가로 인한 조합원 업무강도 심화, 처우개선 요구로 노노갈등 심화 등이 있다.

 

예산 확보 방안 절실…공채·제한경쟁 도입도

이런 갈등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큰 폭의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총액임금제로 묶여있어 직원이 늘어난 만큼, 예산이 확대되지 않으면 누군가는 피해를 보는 구조다. 예산한계로 승진 규모를 줄이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연금 직원들이 공무직의 요구사항에 불만을 토로하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공공기관 재원은 국민의 세금이라는 점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비정규직화 일자리에 대한 고용안전성 측면에서 검토하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콜센터 업무까지 정규직화 하게 된다면 (공공기관 특성상)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어 콜센터로 취업을 원하는 취업준비생의 일자리를 박탈할 가능성도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직군에 대한 공채 시험 및 제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형평성 문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콜센터 직원 등도 공채 시험을 통해 채용하거나, 원할시 해당 직군 내 선발 절차 등을 마련해 필요한 직원을 채용하자는 설명이다.

한 건보공단 직원은 "공공기관 입사를 희망하는 청년들은 취업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몇년 간 입시과정을 거친다"면서 "정부정책이라고 1500여명이 넘는 콜센터 직원을 바로 정규직화 한다는 것은 불평등을 떠나 공정한 경쟁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의 자리를 그만큼 빼앗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미 건보공단은 공채에서 콜센터 직원에게 가점을 주고 있고, 실제 콜센터서 근무하다가 공채를 통해 입사한 직원들이 꽤 있다"면서 "굳이 민간 영역에서 잘 운영하던 업무를 논란을 발생하면서까지 추진해야 하는 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옥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옥

건보공단, 직고용 관련 추진한 적 없어…"신중히 접근"

이같은 논란에 건보공단은 일부 노조가 추진하는 것일 뿐, 사측의 입장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작년에 (직고용과 관련해) 사측과 외부전문가, 노조로 구성된 협의회 만들어 회의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당시 내부 반발이 심해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김용익 이사장도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직고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공단은 이들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고객센터 직원에 대한 고용형태 결정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고객센터 상담직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예산을 확보해 인력증원과 임금인상 등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피크제과 고객센터 직원 고용 등 직원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모든 사안은 직원 여러분과 함께 논의하면서 최선의 해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한 공단 직원은 "콜센터 직원들도 일반직과 같이 건보를 위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인데 충분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누군가 던진 돌에 내부 직원간 논란이 발생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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