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대구서 민주당 지지율 35%로 끌어올리겠다”
  • 송창섭‧구민주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9 14:00
  • 호수 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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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역주의 뛰어넘는 비전 제시한 ‘도전의 정치인’ 김부겸 민주당 의원

1987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이토록 압승한 적이 있었을까.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적표다. 하지만 여권에 있어 옥에 티는 TK(대구‧경북)의 철옹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이번 4·15 총선에서 TK 민심은 민주당을 철저히 외면했다. 무엇보다 상징적인 존재감을 갖는 김부겸 의원이 대구 수성갑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16년 김 의원의 총선 승리에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지역자치단체 중 첫 당선자(경북 구미시장)를 내며 TK에서 교두보를 마련했던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결과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이번 TK 선거는 지역주의+이념주의”

선거 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도 ‘김부겸 선거캠프’로선 악재였다. 김 의원은 “선거운동에 나선 가족들이 ‘4년 전과 확실히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며 걱정했는데, 그 결과가 고스란히 나타났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야당 후보들이 막판에 각종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으니까 ‘우리를 완승시켜주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공산주의·사회주의로 넘어간다’고 하더라. 그게 여기(수도권)선 말이 안 되지만, 거기선 먹혔다”면서 “‘보수가 잘한다고 보는 건 아니지만, 이러다 우리 자식들(미래통합당)이 다 죽게 생겼다’는 심리가 TK 지역 전반에 깔려 있다”고 선거 패인을 분석했다.

정가의 관심은 김 의원의 다음 행보다. 총선 기간 중 김 의원은 “지역주의 정치와 진영정치를 청산하고,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확실히 개혁하는 길을 가겠다”며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가 조용히 숨죽이고 있을 거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당장 8월로 예고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직에 도전할지가 관심이다. 5월12일 시사저널과 만난 자리에서 김 의원은 이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나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 고민할 것이며, 이를 위해 조금 더 차분하게 생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를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다. 어떤 생각이 드는지.

“첫 당선 때부터 의원회관 방에 복초심(復初心)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정치는 하다 보면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때마다 처음 시작할 때 마음으로 돌아가, 쉽고 편한 길보다 어렵고 힘든 길을 택하려 했다. 정치는 ‘자신이 누리는 직업’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기를 내놓는 소명’이라 생각한다.”

간략하게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평가한다면.

“확실히 책임질 사람들에게 책임과 기회를 줬다. 대신 앞으로 제대로 못 하면 혼을 내겠지.”

이번 총선에서 TK의 반문(反文) 정서는 더 높아진 듯하다.

“역시 정당에 대한 일체감·귀속감이 강했다. TK의 50대 이상은 대체로 ‘대한민국은 우리가 세우고 지켜온 나라다. 민주당 정권이 길면 길수록 대한민국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만약 민주당이 야당이었으면 ‘정치의 다양성 좀 만들어주세요’라고 했을 텐데, 이번엔 저쪽에서 ‘우리 죽게 생겼습니다’ ‘범보수 망합니다’라며 울다시피 했다. 그러니 ‘보수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심리가 나타났다. 우린 그걸 뚫지 못했다.”

전국적인 인식과는 괴리감이 상당히 큰 것 같다.

“(통합당은) 우리 당, 우리 자식이란 생각이 있으니까 조금은 억지스럽더라도 한풀 접어주는 거겠지. '정치인 김부겸은 좋지만 당장 내 자식부터 살려야 한다’고 하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

결과가 아쉽지 않나.

“시대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받아들어야지 어떻게 하겠나. 이번 선거는 지역주의라는 균열선과 진보‧보수라는 이념선이 적당히 섞였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선거는 보수의 참패였다. TK 지역에서 받은 충격은 어떤가.

“지역 언론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우리 생각과 이렇게 많이 떨어져 있구나’ ‘이러다 우리가 섬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다들 태극기 들고, 자기들과 똑같은 마음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니 놀랐을 거다.”

그러다 보니 중도진영이 사라졌다.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 개혁을 위해서도 제3지대는 필요한데.

“맞다. 꼭 필요했다. 연동형비례제도 그래서 나온 건데 이를 가장 반대한 게 통합당이었다. 지금 소선거구제의 다수득표제는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과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 그런데 왜 고집할까. 자기 동네 이익 때문이다.”

그럼 연동형비례제를 없애야 할까.

“연동형비례제가 문제가 아니라 위성정당이 문제다. 제도를 악용하는 것들을 다시 손봐야 한다.”

결국 민주당도 따라 했는데.

“그래서 내가 처음부터 명분 없는 짓이라고 얘기한 거다. 이러려고 만든 제도가 아니잖나. 그럼 잘못된 거다.”

차라리 민주당이라도 정공법대로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하는데… 정치권 내 최소한의 신뢰가 없었으니.”

이번 선거로 당내 친문의 목소리가 더 커진 것 같다.

“우리당엔 친문·비문이 없다. 지금은 옛날처럼 계파 보스가 있어 그 사람이 돈도 내주고 공천을 책임지진 못하지 않나.”

금태섭 의원 공천 논란 때 보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강했다.

“그런 게 있긴 했지만 그 사람들이 우리 당 의원들의 행동이나 사고를 지배하진 않는다.”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맞다. 그때 민심이반이 많이 됐다. 지금은 재판 과정이니까 좀 더 지켜보자. 검찰도 무리했다는 게 드러났다. 검찰이 상당 부분 집요하게 조국 장관을 타깃으로 삼은 것도 드러나지 않았나.”

조국 장관 문제가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데는 동의하나.

“그렇다. 조 장관도 ‘공정 문제 등 특히 젊은 세대 기준에 못 미쳤다, 미안하다”고 했지 않나.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이번 총선 직전에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아직도 유효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했던 지역주의 타파를 완전히 실현하고 싶다. 무조건 발목만 잡는 정치 말고, 일하는 정치를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민국이 모든 분야에서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당당한 선진국을 만들고 싶다. 디지털 경제와 그린 뉴딜을 통해 성장하고 그 결실을 함께 나누는 돌봄의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 싶은 꿈이 있다.”

당 대표에 도전할 계획인가.

“아직 8월까지 시간이 많다. 총선의 패장이다. 패장이 돌아서자마자 바로 선거에 나가겠다고 하면 성급하지 않겠나. 당의 진로나 진보개혁 세력의 역할이란 큰 그림을 갖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지 않나. 그런 차원에서 나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 조금 더 차분하게 생각해 보겠다.”

개헌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기본적으로는 분권형 개헌에 찬성한다. 내각제냐 이원집정부제냐 대통령제 고수냐보다 오히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역할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느냐 고민해야 한다.”

결국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가 문제 아니겠는가.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개헌이) 어렵다면, 지금 논의하더라도 그 적용 시점을 선거 승패를 알 수 없는 때로 정하는 건 어떨까. 개헌을 해 놓고 적용 시점을 몇 년 후로 미룬다든가 말이다.”

TK 지역은 적폐청산,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많이 궁금해할 것 같다.

“우리가 역사에서 넬슨 만델라를 통해 배우는 지혜는 ‘무조건 잘못을 그냥 덮어준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남아공은 ‘진실과화해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걸 다 기록하고 가해자들의 고백을 받았다. 그게 반성문이다. 대신 죄를 묻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문제도 사법 절차가 끝나면 어떻게든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이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본다.”

이번 선거를 통해 영남에서든, 호남에서든 지역주의를 넘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을 다시 해 봤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은 비겁하게 악마의 주술처럼 지역주의를 불러낸다. 여기에 이념갈등까지 얹혀져 쉽지 않다. 그러나 머잖아 극복되리라 본다. 지금 대구도 20~40대는 특정 정당에 대한 소속감이 없다. 이제 지역주의를 깨는 방법은 제도 변화 아니면 정당 지지율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예컨대 대구 같으면 지금 25%인 민주당 지지율을 35%까지 올리고, 그 위에 후보의 개인기를 더 얹어 돌파하는 정공법으로 가야 하리라 본다. 2년 후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4년 후 총선까지 대구에서 민주당 지지율 35%를 만드는 게 목표다.”

산업화 시대 30년, 민주화 시대 30년이 지났다. 이젠 새로운 가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대립과 분열로는 이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 수가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우리 국민이 왜 지금 행복하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합의, 큰 그림이 없어서다. 이젠 양극화 극복이 필요하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 나라가 돼야 한다.”

지역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도 많이 다른 듯하다.

“지역주의란 것만 타깃으로 삼으면 쉽게 깨지지 않고 악마의 주술처럼 계속 스멀스멀 기어 나올 거다. 이제는 그걸 뛰어넘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대치선을 지역주의에 두지 말고 더 매력 있는, 더 약속이 기대되는 걸로 아예 바꿔버리자는 거다. 그래서 지역주의를 아주 작은 것으로 만들어버리면 정치인들도 그걸로 더 이상 재미를 보지 않게 될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난 젊은 세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들은 사회경제적 모순을 가장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

177석 거대 여당의 독주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실패 경험 때문에 그렇진 않을 거다.”

김 의원에 대해선 정치권에 적이 없지만 반대로 카리스마도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게 내게 주어진 과제라면 과제인데, 그렇다고 과거 계파 보스처럼 움켜쥐는 정치는 없지 않나. 그런 리더십을 보이는 건 이제 불가능하고 또 보일 생각도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미래 사회 공부를 많이 해야겠더라. 미래를 살아갈 젊은이들의 고민과 그들이 꿈꾸는 그림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정치인 김부겸이 어디 쓰일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의 삶 속에서 지낼 계획이다.”

정치인 김부겸에겐 아직 공란이 많아 보인다.

“맞다. 많다. 그동안 사실 앞만 보고 뛰었다. 소위 국회의원‧장관으로 지내면서 바쁜 스케줄대로 살아왔다. 이젠 특별히 정해 놓은 것도 아니니 내 스스로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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