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은 과연 민주당 당권 도전에 나설까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9 08:00
  • 호수 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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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당권 경쟁…이해찬만 한 ‘군기반장’이 안 보인다
친문 견제 속 이낙연 출마 고심…김부겸‧홍영표 등도 저울질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4선의 김태년 의원이 선출되면서 이제 여권의 관심은 당 대표 선거로 모아지고 있다. 이해찬 현 대표의 임기는 오는 8월로 끝난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대선 관리라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민주당으로선 이번에 누구를 당 대표로 뽑느냐가 정권 재창출의 중요한 분수령이다.

무엇보다 신임 당 대표는 당 경선에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정한 경선 관리를 통해 차기 정부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하기에 그 어느 때보다 책임과 권한이 막중하다. 이 모든 것을 이뤄낼 수 있다면 이번에 뽑힌 당 대표는 차기 정권에서도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번 당 대표는 177석의 거대 여당 대표다. 2000년대 이후 이토록 여당 대표에게 막강한 힘이 실린 적이 흔치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4월2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당 유세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4월2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당 유세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문, ‘이낙연 당 대표’ 선출 놓고 의견 엇갈려

관전 포인트는 몇 가지로 모아진다. 우선 대선주자들이 출마할지가 관심이다. 현재 당내에서 대표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은 이낙연 전 총리다. 이 전 총리 주변에선 그가 다음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다. 총리직을 끝마치고 서울 종로에서 화려하게 당선됐기 때문에 대권 도전의 8부 능선은 넘었다.

이 전 총리의 대권가도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당 장악력이다.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본선 경쟁력은 갖추고 있다. 문제는 본선에 오르기 위해선 당내 경선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내 든든한 우군이 있어야 수월하게 경선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전 총리는 호남계의 확실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노골적으로 뭉치는 게 이 전 총리로선 부담스럽다. 호남 후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기 때문에 본선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PK(부산·울산·경남)를 중심으로 한 친문계의 응집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한 당직자는 “이 전 총리는 과거 열린우리당 분당 시절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 행보를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성 친문계는 여전히 의문부호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도 3월19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팬덤(적극적 지지층)이 없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근본적으로는 열린우리당에 동참하지 않은 소수파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에 참여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았다. 다만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표결에 부쳐졌을 때 그는 민주당 소속임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친문 등 범친노 세력에게 이 전 총리는 분명 버리기도, 갖기도 곤혹스러운 카드다.

민주당의 당헌‧당규상 대선주자는 대선 1년 전 당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8월에 당선된다고 해도 임기가 내년 3월까지로 7개월에 불과하다. 최근 당 일각에서 “총선이 끝난 만큼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나온 데 대해 이해찬 대표가 5월10일 열린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공천뿐만 아니라 당의 운영도 시스템에 따라, 예측할 수 있게 가야 한다”고 거부하면서 이 전 총리 추대론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자칫 비대위 구성은 이 대표 등 당권파가 특정 후보를 밀어준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서다. 공정성이 훼손될 뿐 아니라 당내 다른 당권 주자들의 반발도 살 수 있다. 이번 총선을 끝으로 사실상 정계 은퇴에 들어가는 이 대표로선 굳이 이러한 공정성 논란까지 낳으며 이 전 총리를 밀어줄 필요가 없다.

결정은 오로지 이 전 총리의 몫이다. 이 전 총리 주변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이 전 총리의 한 측근은 “당내 기반이 없기 때문에 7개월짜리 당 대표라도 하고 안 하고는 차이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에 또 다른 인사는 “당 대표를 고작 7개월 한다고 해서 당을 확실히 장악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오히려 당만 혼란스럽게 만들 바에야 대선판으로 직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일련의 선택에 있어 이 전 총리의 가장 큰 관심은 당내 최대 세력인 친문계가 어떤 선택을 할지다. 총선 직후 당 주변에선 ‘원내대표-당 대표-국회의장’ 등 요직을 모두 친문계 중진들이 장악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됐다. 그러나 지난 5월7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강성 친문계가 민 전해철 의원이 떨어지면서 변수가 생겼다. 현재로선 친문 내 ‘진문’(강성 친문)과 ‘당권파’ 사이에 약간의 미묘한 의견차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주변에선 ‘강성 친문계는 홍영표 의원을 지지한다’는 소문이 돈다. 당 대표까지 친문계가 장악하게 되면 이 전 총리의 활동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중도보수층까지 끌어안으려는 이 전 총리는 종부세 완화 등 일부 정책에 있어 강성 친문계와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7년 7월6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이낙연 총리(오른쪽)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7월6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이낙연 총리(오른쪽)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우원식‧이인영도 조심스레 저울질

당 대표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선 민주당 내 이낙연 대세론이 얼마만큼 확산되느냐가 관건이다. 이번에 후원회장직을 수락한 20여 명의 초선의원이 이 전 총리를 얼마만큼 밀어줄지도 중요하다. 뚜렷한 계파가 없는 이 전 총리 입장에서는 이들을 통해 당내에 뿌리를 내리려 한다. 당 대표에 뽑히지 않더라도 차기 대선주자로 여유롭게 1위를 달린다면 마땅한 대안이 없는 친문계로서도 이 전 총리 카드를 집어들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이 전 총리의 당내 영향력은 급속도로 커진다. 

확실한 다른 당권주자와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 총리가 대선으로 직행하기 위해선 다른 주자의 확실한 도움이 절대적이다. 대구 수성을에서의 두 번째 도전에 실패한 김부겸 의원도 주목받는다. 김 의원 역시 대선주자다. 김 의원은 5월1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내 쓰임새가 어디까지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시사저널 5월19일자 ‘김부겸 “대구서 민주당 지지율  35%로 끌어올리겠다”’ 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010 기사 참조). 다만 “국민들의 고단한 현실은 정치를 통해 풀어 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인 김부겸이 뭘 할지 고민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여운은 남겼다. 당 일각에선 영남(김 의원)과 호남(이 전 총리)의 지역 간 화합을 위해서도 두 사람 사이에 당권-대권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성 친문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홍영표 의원에 대해선 비토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 20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갈등을 만든 연동형비례제 협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홍 의원이었다는 점을 들어 홍 의원의 리더십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5선에 오른 송영길 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송 의원으로선 두 번째 도전이다. 2년 전 실패 이후 차분하게 선거를 준비한 만큼 해볼 만한 게임이라는 분석이다. 4선인 우원식 의원도 조만간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내 최대 모임인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소속 중에선 이인영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청와대가 누구 손을 들어줄지도 중대한 변수다. 청와대는 하반기 안정적인 국정 수행을 위해선 당·청 간 의견 차가 없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당 대표와 찰떡궁합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확실한 건 누가 되든 이해찬 대표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군기반장이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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