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그룹 3세 회사 ‘폭풍 성장’의 비밀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1 10:00
  • 호수 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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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글로벌 자산 10년 만에 1213% 증가…그룹 차원의 비호 있었는지가 관건

올해는 아주그룹이 창립한 지 정확히 60년째 되는 해다. 1960년 레미콘과 콘크리트 등 건자재업으로 시작한 아주그룹은 2000년대 들어 IT와 제조, 금융, 호텔, 수입차 판매 및 정비, 렌터카, 택배 등으로 사업 영역을 급속히 확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그룹의 연결 자산은 1조9956억 원. 2017년 아주캐피탈을 매각하면서 자산 규모가 4분의 1 토막이 났지만, 레미콘과 호텔, 수입차 판매 사업을 중심으로 여전히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은 아주산업이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6710억원의 매출과 530억원의 영업이익, 20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이 이 회사 지분 84.2%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의 또 다른 핵심 축은 아주글로벌이다. 문 회장의 장남인 문윤회 아주호텔앤리조트 대표가 이 회사의 최대주주(69.1%)다. 현재 아주호텔앤리조트와 아주오토리움, 아주프라퍼티즈(옛 아주모터스) 등 알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3세 승계 과정에서 이들 회사가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재계는 전망한다.

아주그룹 3세 개인회사인 아주글로벌의 자산이 지난해에만 4배 가까이 증가해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아주그룹 본사 ⓒ시사저널 박정훈
아주그룹 3세 개인회사인 아주글로벌의 자산이 지난해에만 4배 가까이 증가해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아주그룹 본사 ⓒ시사저널 박정훈

아주글로벌, 3세 승계에 핵심 역할 전망

주목되는 사실은 이 회사의 연결 자산이 최근 1년 사이 257.8%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단일 매출은 0원, 영업손실은 2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9억7000만원에서 41억원으로 1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거 아주산업으로부터 받던 10억원 안팎의 해외자원개발 자문료가 끊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주글로벌의 자산이 1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한 배경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아주호텔앤리조트가 아주글로벌 계열에 편입된 게 표면적인 이유로 꼽힌다. 2018년까지 이 회사의 주요 주주는 문규영 회장(55.63%)과 아주프라퍼티즈(44.37%)였다. 지난해 아주글로벌이 이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5% 지분을 취득하면서 새롭게 계열사에 편입됐다. 재규어와 랜드로버 판매사인 아주네트웍스를 아주산업에 매각해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3세 체제 전환을 위한 밑그림이 사실상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혹의 시선도 적지 않다. 문윤회 대표가 과거 아주글로벌의 지분을 취득하고, 이후 회사가 급성장하는 과정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아주그룹은 1999년과 2003년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아주산업을 인적분할했다. 이 과정에서 호텔과 레미콘 등 알짜 사업은 신설 회사인 아주산업에 넘어가고, 존속회사인 아주파이프공업(현 아주글로벌)은 껍데기로 전락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이 회사의 매출은 0원이었다.

문윤회 대표는 2010년 문규영 회장으로부터 69.1%의 지분을 넘겨받아 아주글로벌의 최대주주에 오른다. 이후 사업목적을 ‘국내외 자원개발 및 판매업’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10여 년 동안 실질적인 매출은 아주산업을 통해 받는 10억원 안팎의 자문료가 전부였다. 아주글로벌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은 수입차 판매와 자동차 정비업을 통해서였다. 아주그룹은 2013년과 2015년 각각 재규어랜드로버와 볼보의 판매사로 선정됐다. 사업 초창기만 해도 아주산업을 통해 수입차 판매업을 진행했다. 아주산업은 2005년 대우캐피탈(현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며 자동차 금융업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아주글로벌의 최대주주가 되기 직전부터 변화가 생겼다. 2009년 볼보 판매사인 오토리움이 아주글로벌에 합병되고, 자동차 정비회사인 아주모터스(현 아주프라퍼티즈) 역시 아주글로벌의 연결 대상에 포함됐다. 2014년에는 아주네트웍스 주인 역시 아주산업에서 아주글로벌로 바뀌게 된다. 잇따른 M&A(인수합병)와 사업구조 개편으로 알짜 자회사를 확보한 아주글로벌은 최근 10년간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아주글로벌의 매출은 1216억원, 영업이익은 28억원을 기록했다. 문 대표가 지분을 취득하기 직전인 2009년 아주글로벌의 매출과 영업손실이 각각 7900만원과 9억7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큰 성장폭이다. 같은 기간 아주글로벌의 자산은 429억원에서 5631억원으로 1212.6%나 증가했다.

아주글로벌을 두고 그룹 안팎에서 ‘오너 3세’ 밀어주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입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금융을 주업으로 하는 아주캐피탈과 원활한 업무 연계를 위해서라도 아주글로벌보다 아주산업 계열이 적당했다. 오너 3세가 이 회사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알짜 사업을 넘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주글로벌이 아주호텔앤리조트 지분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아주네트웍스를 아주산업에 매각한 돈으로 아주호텔앤리조트의 지분을 취득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산업에 있던 회사를 아주글로벌로 옮겼다가 5년 만에 다시 되돌려 놓은 것에 불과하다”며 “아주글로벌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지분을 저렴하게 취득한 문 대표가 상당한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비호가 있었는지가 논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주그룹 측 “적법한 절차 따라 주식 양도”

물론 아주그룹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 목적이지, 이후 진행된 문윤회 대표의 주식 양도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2010년 진행된 아주글로벌의 주식 양도 역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한다. 그룹 관계자는 “(문윤회 대표의) 주식 양도 가격과 증여세 등은 세법에 맞게 산출해 납부했다”면서도 “관련한 상세 내용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제공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문윤회 대표가 아주글로벌의 지분을 취득한 것은 경영 성과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이었다. 리스크를 책임지고 계열사 투자를 진행한 것”이라며 “자동차 유통 사업을 영위하면서 다른 계열사를 동원한 인위적 매출 만들기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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