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영업 구조조정에 대처하는 법
  • 김상훈 창업통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1 14:00
  • 호수 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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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_창업] 언택트 트렌드 발맞춰 비대면 프로젝트 가동해야

2020년 국내 창업시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시장을 둘러싼 공급과 수요 변수가 급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또한 리셋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세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압축하면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키워드를 묵도하면서, 나름대로의 생존방식, 삶의 방식을 조율하는 시대라고 표현할 수 있다.

요즘 창업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상권에 나가 보면 570만 기존 창업자의 표정을 살필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게도 있고, 코로나 시대를 버티지 못해  ‘임대 문의’를 써붙인 가게도 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폐업 점포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자영업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의 급팽창, 공급과잉의 한국 자영업 시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자영업 생태계 자체가 축소되거나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시그널이 감지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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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창업자들, 새로운 경영전략 필요

전국의 70만 음식점 점주를 비롯한 기존 자영업 사장님들에게도 빨간불이 켜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가장 먼저 심각한 불황을 느끼고 있는 상권은 어디일까? 전국에 200개 4년제 종합대학교, 156개 2년제 대학 등 총 356개 대학가 상권이  있다. 사이버 강의로 대체되는 학교가 많아지면서 학기 중 대학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공략하는 전국 대학가 상권 내 자영업 사장님들은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물론 서울의 홍대나 건대 같은 매머드급 상권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전국에서 수요층이 몰려드는 상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의 중소형 대학가 상권과 지방 대학가 상권을 살펴보면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대학가 상권은 그렇잖아도 방학을 빼면 6개월 영업하는 곳이 많은데, 코로나19 사태로 학교가 개강을 하지 않음으로써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학가 상권뿐만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단체회식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들이 전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표적인 패러다임 변화 징후라고 볼 수 있다. 단체 고객, 회식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했던 기존의 대형 음식점 사장님들은 결단을 내려야 할 수도 있다. 대형 점포를 분할해 작은 가게 형태의 영업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작은 가게 창업, 나홀로 창업 등 1인 고객들의 소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격적인 1인 창업시대, 1인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좇아야 하는 ‘1코노미’ 시대의 도래를 예감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반가운 업종도 있다. 배달 창업시장, 홈쇼핑, 온라인쇼핑에 몸담고 있는 창업자들에게선 즐거운 비명도 들린다. 비대면 창업시장, 언택트 창업시장의 활성화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반면에 피트니스센터, 각종 예체능학원 등 교육 서비스, 오프라인 대면 서비스에 의존하는 피부관리실 같은 뷰티 서비스 업태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대면 서비스에만 의존하는 자영업 사장님들은 비대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가동해야 한다고 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주목되는 ‘소확행 창업’

홀 매출에 의존했던 기존 음식점들도 매출 부진 타개책으로 테이크인 홀 매출과 테이크아웃 포장판매 매출, 그리고 배달 매출, 여차하면 전국의 택배 매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영업전략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570만 기존 자영업 사장님들에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전반적인 경영전략, 운영전략의 새판짜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매년 100만 명의 신규 창업자가 생긴다. 조기퇴직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이어가려는 퇴직자 창업은 물론 청년 창업, 주부 창업. 여성 창업자도 늘고 있는 형국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신규 창업을 노크하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우리나라 창업자들의 평균 창업자금은 7500만원, 대출까지 받으면 1억원 정도의 종잣돈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1억원 창업이 아닌 5000만원 이하 창업에 주목해야 한다. 생계형 창업시장에서는 대출을 줄이고, 최소 자본을 이용한 실속 창업이 중요하다. 큰 가게 창업보다는 작은 가게 창업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시설투자보다는 투자를 최소화하는 창업법이 필요하다. 초보 창업자일수록 권리금이 없다고 매월 수백만, 수천만원의 비싼 월세의 점포를 계약해 창업하는 것은 금물이다. 투자 수익성을 밀도 있게 예측하는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겉만 화려한 대형 상권 특급입지보다는 후미진 틈새 골목입지도 잘 살펴야 한다. 동네 상권, 작은 가게 창업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후다닥 창업이 가능한 얄팍한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유행성 브랜드로 치장한 가맹점 창업 또한 조심해야 한다. 불황기일수록 ‘치고 빠지는’ 브랜드들이 넘쳐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신규 창업자의 비즈니스 로드맵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창업’이라는 게 단순히 돈 놓고 돈 먹는 야바위 시장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창업인생과 결부된 문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변화하는 창업시장에 걸맞은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를 따져야 한다. 창업자 스스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배우고 익힌 다음 제대로 창업하는 전수형 창업이 절실한 시점이다. 창업자가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 어떤 비바람이 불어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빠른 창업’보다는 ‘느린 창업’에 주목해야 한다. 빨리빨리 창업은 빠른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빠르게 창업하는 풍토를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도제식 창업, 전수 스타일 창업법을 주창하는 이유다. 핵심 기술을 전수받는 방법이나 단순히 레시피 정도를 전수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 기존 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은 성공 창업자의 패러다임과 스타일뿐 아니라 생각과 철학까지 제대로 전수받는 창업법이 중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창업자들의 꿈, 미래가치도 달라지고 있다. 부자가 되는 게 꿈이 아니다. 작지만 확실한 나만의 행복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는 이른바 ‘소확행(小確幸) 창업시대’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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