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코로나19 이후 우리 의식주 어떻게 변할까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9 10:00
  • 호수 1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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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에서 업무 보고 온라인으로 쇼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4월11일 코로나19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 이처럼 밝혔다. 신종 감염병 사태로 우리 삶의 형태가 크게 뒤바뀔 것을 시사한 말이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언택트(Untact)’다.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 접두사 ‘언(un)’이 더해져 탄생한 ‘언택트’는 사람 간 대면을 최소화하려는 최근 트렌드를 의미한다.

언택트는 이번에 처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처음 이 단어가 등장한 건 2017년 무렵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언택트는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기피하는 1인 가구와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 중 하나 정도로 여겨졌다. 코로나19 사태는 ‘언택트 시대’를 여는 트리거(기폭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언택트가 향후 우리 삶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일러스트 정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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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휴식 공간에 사무실·체육관 개념 더해져

그렇다면 바이러스가 낳은 언택트 트렌드는 우리 의식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먼저 주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사회적인 거리’를 위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아파트에 AI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적용해 거주자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출입 시스템, 세대 내 환기 시스템과 연계되는 음성인식 IoT 홈큐브,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모바일 커뮤니티 예약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언택트 트렌드의 확산으로 스마트홈이 적용된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주택 매매 과정에서 입지가 가장 중요시됐지만, 이제는 주택의 상품적 요소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입지보다 특화공간이나 다채로운 커뮤니티, 특화 시스템, 주거 서비스 등 ‘상품’ 쪽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과거 입지에 따라 지역별 발전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인프라가 조성되는 등 개발이 이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집=휴식공간’이라는 인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집을 사무공간으로 활용하려는 ‘홈오피스족’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쇼핑몰인 G마켓과 옥션은 재택근무와 개학 연기 영향으로 사무용·학습용 가구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향후에도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재 등 사무공간이 가내 필수 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야외활동이 줄고 홈 트레이닝을 하는 이가 늘어나면서 집은 체육관 기능도 더해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올해 1분기 매출을 분석한 결과, 트위스트 운동기구(113%), 에어보드(68%), 아령(29%), 덤벨·바벨(28%), 다이어트 용품(19%), 헬스기구(13%) 등 홈 트레이닝 용품의 판매가 전년 동기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활용성이 많지 않던 아파트 ‘알파룸’도 재조명받고 있다. 향후 서재 혹은 홈 트레이닝 공간으로 사용 영역이 확장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테리어 시장도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에도 인테리어와 건자재 업체들은 올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한샘은 내부 인테리어와 리모델링을 한 번에 해결하는 ‘리하우스 패키지’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매출액(4934억9600만원)이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다. LG하우시스의 경우 올해 1분기 고급 건자재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9.9% 늘었다.

모바일 인테리어 플랫폼의 매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진 집콕족들이 ‘셀프 인테리어’에 재미를 들이면서다. 이에 따라 ‘오늘의집’과 ‘집닥’ 등의 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16년 28조4000억원이던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올해 41조5000억원까지 커졌고, 향후에도 계속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언택트 트렌드로 우리 밥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언택트로 ‘홈밥(Home+밥)’ 문화가 확산되면서 1인 가구나 디지털 노마드족의 등장으로 호황을 맞던 배달음식 시장은 더욱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달 대행업체 바로고가 올 1분기 수행한 배달 건수는 2102만9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9% 증가했다. 또 식재료를 집 앞까지 배송해 주는 마켓컬리와 쿠팡 등 온라인몰도 매출 증가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식재료 현관 배송업계 후발주자인 오아시스마켓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언택트 소비 트렌드로 지난달 처음으로 온라인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일러스트 정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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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밥’ 문화 확산으로 배달음식업계 함박웃음

전자레인지 등으로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가정간편식과 손질한 식재료 및 양념 등이 담긴 밀키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올해 2월 가정간편식 매출은 전월 대비 5배 급증했고, 티몬은 1월28일부터 3월10일까지 밀키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외출이 줄어듦에 따라 즉석밥이나 통조림 등 가공식품의 판매도 크게 늘어났고, 커피와 디저트 등 후식 판매량도 ‘홈카페족’ 덕분에 증가하는 추세다.

외출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대용량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베이코리아가 1월1일부터 3월29일까지의 G마켓과 옥션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용량 가공식품의 판매가 전년 동기에 비해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1인 가구 증가로 혼자 식사를 하는 ‘혼밥’이 보편화되면서 도시락·컵밥 등 1인식과 소포장·소용량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 상반된 현상이다.

홈밥족과 함께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재택근무로 회식과 저녁 약속이 줄어든 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으로 술자리가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3월 주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이마트24에서는 올해 2월과 3월 와인 매출이 전년 동월 각각 246.2%와 258.7% 증가했다. 또 홈술족이 늘면서 과일이나 과자 등 안주류 매출도 덩달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 정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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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기업들, 온라인·모바일에 역량 총집중

의류 소비 트렌드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홈웨어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옥션이 3월 남녀 패션 카테고리 판매량을 파악한 결과 여성의 경우 홈 트레이닝 열풍으로 레깅스 판매가 전년 대비 116% 증가했고, 부담 없이 입기 좋은 트레이닝팬츠(103%)와 카디건(50%), 루즈핏 티셔츠(82%) 등도 인기를 끌었다. 남성들도 트레이닝복 세트(100%)와 캐주얼 팬츠(35%), 반팔티셔츠(47%) 등 집에서 편하게 입기 좋은 의류에 대한 선호가 증가했다.

반면에 외출복 수요는 크게 감소했다. 패션업계에서 3월은 신상 의류와 아웃도어 용품이 특히 인기를 끄는 ‘봄 대목’으로 통하지만 백화점·아웃렛 등 대형 쇼핑몰의 오프라인 매장에는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의류매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의 2~3월 여성패션 매출은 평소보다 40%가량 감소했고, 남성패션도 30% 가까이 줄었다.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자 패션기업들은 일제히 온라인과 모바일에 역량을 집중하며 언택트족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패션기업인 신원은 올해 4월 여성복 브랜드 ‘비키’의 온라인 브랜드 전환을 선포한 데 이어, 한 달 뒤인 5월에는 스트릿 브랜드 ‘마크엠’의 오프라인 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비축된 역량을 온라인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원은 또 자사 브랜드들의 온라인 역량 강화를 위해 온라인 편집숍 ‘쇼윈도(가칭)’를 오픈할 계획도 세웠다.

LF도 올해 2월 여성복 브랜드 ‘앳코너’를 온라인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또 최근에는 직원의 30%를 IT 관련 인력으로 편성하는 인적 구조 재편을 단행키도 했다. 온라인·모바일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최근 여성복 브랜드 ‘지컷’의 온라인 전용 컬렉션을 출시했고,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올해 3월 빈폴 브랜드 내에서 2030을 타깃으로 한 온라인 전용 컬렉션 ‘그린 빈폴’을 출시했다. 이와 관련해 신원 관계자는 “젊은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 비키는 최근 코로나19 국면을 맞아 자사 다른 브랜드 대비 온라인 매출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이전부터 온라인으로 전환을 생각하던 차에 코로나 사태가 온라인화를 가속화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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