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이 바꾼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與와 달라…‘개혁 매운맛’ 보여줄 것”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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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민정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
25년 교직생활 마무리 후 ‘인생 2막’으로 정치 선택
“文정부 민주시민 교육 아쉬워…표만 의식한 교육정책 바꿔낼 것”

“풀어나갈 문제가 적지도 않은데….”

5월12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열린민주당 당사에서 만난 강민정 열린민주당 당선인(58)은 박수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같은 시각 당사 한 켠에선 첫 당대표로 선출된 최강욱 당선인의 임명식이 열리고 있었다. 강 당선인은 “(최 신임 대표가) 불의 앞에선 센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여유도 있고 수용적인 동료”라며 “신생당의 무거운 짐을 가장 앞에서 지고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기꺼이 나서줘서 참 고맙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4·15 총선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3번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강 당선인을 만나, 새내기 정당의 새내기 정치인으로서의 포부를 물었다. △20대 총선의 의의 △문재인 정부의 평가 △진보정당의 미래 △21대 국회 목표 등 큰 화두를 던질 때마다, 강 당선인은 “1박2일을 얘기해도 모자란다”며 거침없이 답을 이었다.

 

“한국의 정치, 교육을 ‘득표 전략’으로만 봐”

제21대 국회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당선인이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제21대 국회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당선인이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강 당선인은 ‘초보 정치인’이다. 그러나 웬만한 중진의원만큼 빽빽한 언론 인터뷰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가 여의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커리어 때문이다. 강 당선인은 지난 25년간 중학교에서 역사와 사회 과목을 가르쳐온 교사였다. 앞서 대학 교수나 교육 관료가 배지를 단 전례는 있었지만, 평교사가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당선인은 “오늘도 20년 전 제자들이 애기들을 데리고 축하인사를 왔었다”며 “(당선이) 감사하면서도 어깨가 참 무겁다”고 짧은 한숨을 쉬었다.

“교사 출신 국회의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았던 18대 정진후 정의당 의원 이후 두 번째다. 다만 교사단체 대표가 아닌 평교사 출신은 내가 최초더라.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높은 나라가 있을까. 그런 나라에서 (교사 출신 의원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교사가 국회에 진출할 환경이 녹록치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교사는 정계에 입문하려면 사직서부터 내야 한다. 당선되더라도 의회 활동을 하다가 다시 현장에 돌아갈 수 없다. 교원의 정치 기본권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많은 정당 중 ‘스타트업’인 열린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강 당선인이 답답하다는 듯 다시 ‘교육’이라는 두 글자를 꺼내들었다. 짧은 질문에 이어지는 강 당선인의 긴 답변 속에서, 그간 교육계를 외면해온 여야에 대한 울분이 읽혔다.

“내가 정치할 생각으로 교사를 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21대 총선도 원래 뜻이 없었다. 그런데 총선을 앞두고 열린민주당에서 연락이 왔다. ‘여성 평교사’를 비례 후보로 내고 싶다고 하더라. 이 제안이 너무 고마웠다. 내가 (후보가) 아니어도 좋았다. 이 당이 교육을 생각하고 후보를 찾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반면 (민주당 등) 다른 정당은 이미 비례대표 후보가 확정돼 있었고, 교사 출신은 1명도 없었다.”

국회의 교육 인재영입 정책에 ‘F학점’을 매긴 강 당선인. 그렇다면 그가 현장에서 바라본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은 어땠을까. 강 당선인은 “기대가 커서 그런지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을 대선 공약에 내건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인 것 같다. 실제 취임 후 교육부에 관련 지원 부서를 신설하는 등 정책적 환경을 만든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이후 민주시민교육이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학 입시 정책도 마찬가지다. 성적 중심의 경쟁 교육을 탈피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정시와 수시 비율 등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하는 모습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정부가 교육 문제를 ‘득표 전략’ 이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교육은 많게는 2000만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분야다.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교육의 전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당이 못한 일, 열린민주당이 해낼 것”

강 당선인은 거듭 열린민주당을 한국 정치의 ‘대안’으로 짚었다. 그렇다면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과의 합당 기대는 접은 것일까. 강 당선인은 고개를 흔들며 “뿌리가 같은 정당”이라고 답했다. 그는 “열린민주당 창당에 앞장섰던 손혜원 의원도 민주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고. 후보로 들어오신 많은 분들이 현 정부와 일을 했던 분들”이라며 “기본적으로 (민주당과) 지닌 이념이 다르지 않다. 정치적 이념과 노선이 같다면 함께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민주당과 손잡지 않더라도, 열린민주당의 독자적인 가치가 분명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 당선인은 “정치는 수보다 어떤 아젠다(의제)를 던져서 사회를 이끄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대 국회는 한마디로 ‘미스매칭’ 된 상황이었다. 국민은 개혁을 원했지만 국회는 그 이전에 구성됐기 때문이다. 이 불협화음 탓에 개혁의 속도나 폭이 제한돼 있었다. 이제 거대 여당이 탄생했고, 민주당은 역사적 책무를 졌다. 하지만 홀로 100% 모든 일을 해낼 수 없을 것이다. ‘매운 맛’이 열린민주당을 설명하는 언어다. 우리가 (민주당 보다) 더 강한 어조로 개혁을 리드해 나가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강 당선인은 민주당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여야의 ‘낡은 공천’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정치권 일각에선 비례대표의 ‘부실 검증’ 논란이 화두가 됐다. 강 당선인은 “애초 당이 아닌 국민의 시선에서 후보를 정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그렇다면 출마 과정도 국민의 통제권 하에 이뤄지는 게 맞다. 비례후보를 선정하고 명단을 정하는 과정도 민주적인 참여에 의해서 진행하자는 게 우리 당의 시작이었다. 비례후보만큼은 경선 등을 통해 출마자격까지도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례후보 민주적 공천제도, 국민참여 경선제도 등을 제도화하면 된다. 밀실 공천, 낙하산 공천이 관행처럼 되풀이 돼선 안 된다.”

 

“교육위 배정 희망…‘스카이 캐슬’ 깨뜨릴 것”

2019년 11월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학교와 교사는 사회적 쟁점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학교 민주시민교육 토론회에서 강민정 열린민주당 당선인(당시 징검다리공동체 상임이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1월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의회에서 '학교와 교사는 사회적 쟁점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학교 민주시민교육 토론회에서 강민정 열린민주당 당선인(당시 징검다리공동체 상임이사)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개원까지 약 2주가 남았다. 그는 최근 보좌진을 구성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강 당선인이 원하는 상임위원회는 당연히 교육위원회다. 그러나 그는 “(열린민주당) 의석수가 적어 교섭단체들이 먼저 배정하고 남는 상임위 자리를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육위에) 못 가게 될까봐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비례대표는 각 영역의 전문성을 살리라는 취지인데, 국회가 내게 맞는 상임위를 꼭 배정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강 당선인에게 21대 국회 목표를 묻자 지난해 2월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을 언급했다. 《SKY 캐슬》은 빈부격차와 사교육 문제를 다뤘던 드라마다. 강 당선인은 임기 4년 간 한국 사회의 얽히고설킨 교육문제를 풀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21대 국회는 특수한 역사적 의무가 있다. 임기 4년을 그 책임을 완수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특히 교육과 관련해 굉장히 많은 개혁적 요구가 있다. (평교사 출신) 의원으로서 이를 실현하는데 역할을 해야 한다. 성적 위주의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다 해결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전환의 계기는 만든 국회의원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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