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이 바꾼다] 조정훈 "나는 입법노동자...당은 미래정책 실험소"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5.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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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플랫폼정당 ‘시대전환’ 소속 유일한 당선자…“코로나가 정치마저 바꾸는 시대 왔다”
조정훈 시대전환 당선자가 5월8일 국회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시사저널
조정훈 시대전환 당선자가 5월8일 국회에서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시사저널

“제 인생에 처음 경험하는 제명인데…. 그래도 시대전환의 시대적 사명을 버릴 순 없지요.”

신생정당 ‘시대전환’이 21대 국회에 입성한다.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합치면서 시대전환 소속으로 시민당에 참여했던 조정훈 당선자는 자동으로 원대복귀했다. 시민당은 조 당선자를 공식적으로 제명조치 함으로써 합의 이혼 절차를 끝마쳤다. 제명 사유가 궁금했다.

“몇 가지가 있었는데, 제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게 ‘당의 강령과 최고위원의 동의에 불복할 때’였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저는 민주당과의 당대당 통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민주당 당적을 갖고 돌아갈 순 없잖습니까.”

 

비당원도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시대전환' 소속 유일한 국회의원

연세대 경영학과,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국제개발정책학)을 졸업한 조 당선자는 10여년 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했다. 2016년 귀국 후에는 정책 싱크탱크인 여시재에서 부원장으로 일했으며 이듬해 아주대 통일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총선에는 시민당 비례 6번으로 당선됐다.

시대전환은 국내 최초 플랫폼 정당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첫 실험인 플랫폼 정당은 온라인 정당보다 한발 더 앞서나간 신개념 정치체제다.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직접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발전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당원‧비당원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정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의견을 올릴 수 있다. 조정훈 당선자는 자신이 활동할 상임위까지도 당원들에게 직접 묻는다는 계획이다.

 

빅데이터와 집단지성 활용해 실용적 정책 수립

아무래도 민주당과의 관계설정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범여권의 비례정당 출신이기 때문에 언론이나 정가에서는 시대전환을 범여권으로 분류하는 이 상황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커다란 컨테이너선을 앞에서 끄는 게 작은 배인 거 아세요. 747비행기도 작은 자동차가 이끌지 않습니까. 저는 우리 시대전환의 역할이 거기에 있다고 봐요. 민주당 내에는 과거와 손잡고 있는 세력이 있고 미래 세력도 있어요. 우린 민주당 내 미래세력과 어젠다를 공유할 생각입니다. 다른 정당이 생각지 못한 미래 어젠다를 한 템포 앞서서 알리고 싶어요. 쉽게 말해 미래정책 실험소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정훈 시대전환 당선자  ⓒ시사저널
조정훈 시대전환 당선자 ⓒ시사저널

최근 국민적 관심이 된 재난기본소득은 원래 시대전환이 아이디어를 냈다. 3월4일 국회 정론관에서 민생당‧기본소득당‧미래당‧시대전환‧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등이 “코로나19,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 한시적 기본소득을 지금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였는데, 이것이 재난기본소득의 발단이 됐다.

 

"우리 목표는 첫째도 사회문제 해결, 둘째도 사회문제 해결"

이 아이디어는 시대전환에서 활동한 한 빅데이터 전문가의 제안에서 나왔다. 다음은 조 당선자의 말이다. “영국에서 공부한 분이었는데, 다음 대선에서 기본소득이 분명 이슈가 되겠지만, 지금은 좀 빠르다고 봤어요. 그런데 1월말 빅데이터를 돌려보니 생각보다 기본소득에 대한 이슈가 커졌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걸 쟁점화시킨 겁니다.”

이슈를 선점하는 것도 그냥 대충 어림짐작으로 만들지 않는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두고 정책을 수립한다. 그는 복잡다단한 사회문제를 소수가 만든 대안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집단지성을 정책 수립에 적극 활용키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조 당선자는 각계각층의 오랜 경험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대안을 짜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는 별도로 시대전환은 진보성향의 스페인 대안정당 ‘포데모스’(스페인어로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오성정당과의 정책연대를 추진 중이다.

굳이 시대전환의 이념적 성향을 따지면 중도다. 조 당선자는 “탄핵을 부정하는 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고 사회는 아직도 변해야할 게 많다는 점에서는 범 진보세력인 것은 맞다”면서 “우리 세대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가볍고 빠른 속도로 치고나가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 근무 이력...유럽 대안정당과도 연대 모색

때문에 시대전환의 지향점은 실용이다. 그러면서 민족주의자가 아닌 국제주의자를 꿈꾼다. 시장을 바라보는 시작도 진보적이다. 그는 “시장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시장도 결국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다. 굳이 표현하면 우린 수정시장주의자”라고 밝혔다. 조 당선자는 구체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당 운영의 주안점을 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대전환의 시각으로 본 정치는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다. 조 당선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든 도구와 경험, 생각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정훈 시대전환 당선자  ⓒ시사저널
조정훈 시대전환 당선자 ⓒ시사저널

시대전환의 정책은 현실과 이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가령 일자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다르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것은 산업화시대의 논리에요. 솔직히 앞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요. 할 수 있는 게 고작 공공일자리 뿐이거든요. 제가 세계은행에 근무할 때 모든 시도를 해봤는데 그것뿐이었어요. 억지로 55만개의 공공일자리 만들기보다 차라리 그 돈을 청년들에게 줘 그들이 자기계발하도록 해야 해요. 정부의 정책의 궁긍적인 목표는 일자리가 아니라 생활 안정이어야 합니다.”

 

"일자리를 통한 복지보다 생활 안정이 더 중요"

21대 국회에 들어가자마자 그가 생각하는 입법과제는 ‘플랫폼 노동의 법제화’다. 시간을 쪼개 틈날 때마다 하는 ‘쪼가리 일’이 바로 플랫폼 노동이다. 다양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생겨나면서 우리 주변에선 대리운전, 공유차량, 오토바이 배달 등 플랫폼 노동이 출현하고 있다. 현재 우리 노동정책은 노동구조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플랫폼 노동은 비정규직보다도 못한 열악한 노동이라고 보면 된다.

“솔직히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세상은 오지 않아요. 문제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만큼 잘 살면 되죠. 대리운전 종사자가 25만명인데, 우리 사회가 이들을 아무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공무원 철밥통도 깨야 합니다. 공무원이 하나의 계층이 되는 게 말이 되나요.”

 

코로나로 몰고 온 거대정부 출현 걱정돼

남북관계도 패러다임의 변화를 꿈꾼다. 조 당선자는 관련 연구를 위해 지난 3년간 아주대 통일연구소에서 근무했다. 하루 9시간씩 주 5일간 만 4년을 근무했으니 ‘1만 시간의 법칙 관점에서 보면 문제 해결의 기본 조건은 갖췄다. 그는 남북문제는 민족주의적 특수성과 국제적 보편성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조건적인 남북통일보다는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고 상호의 공동이익을 추진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세계은행에 근무할 때 세계가 우리를 어떻게 보고 무엇이 국제적 질서인지를 꿰뚫어봤어요. 어떻게 하면 그들을 설득할지 경험해 봤지요. 그걸 한반도 질서에 반영시키고 싶어요.”

조 당선자는 코로나19가 정치 환경을 바꿀 거라고 본다. 방역이라는 이름 하에 정부의 사생활 침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빅브라더의 출현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로 한국판 거대정부의 출현이 현실화됐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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