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멈춘다’…KDI, 올해 성장률 전망치 2.3%→0.2%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5.2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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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경기 불확실성 높아지면서 역성장 가능성도 있어
“경기회복 더딜 것…금융·유동성 공급·고용안정 위한 정책 시급"
수출이 무려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가운데,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쌓여 있는 수출입 화물 ⓒ 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2.3%에서 0.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올 한해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KDI는 내년엔 한국 경제가 3.9% 성장해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잠재 성장 경로에 도달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20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 경제가 올해 상반기(-0.2%)와 하반기(0.5%)를 거쳐 연간 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에 전망했던 2.3%에서 2.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KDI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국제통화기금(IMF, -1.2%)이나 골드만삭스(-0.7%), 금융연구원(-0.5%)보다는 높지만 현대경제연구원(0.3%)보다는 낮다. 한국 경제가 KDI의 전망대로 0.2% 성장한다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0.8%)보다 심한 침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브리핑에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 역성장할 가능성도 유사한 정도로 높다"고 밝혔다. KDI는 이날 함께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시경제 경로 전망'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활동이 내년에나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올해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코로나19가 조기 진정되는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1.1%까지 올라가는 'V자형' 회복을 예상했다.

KDI는 내년 성장률을 3.9%로 제시하면서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내년에 잠재 성장 경로(2.4%로 추정)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성장세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수출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주요국의 봉쇄 조치로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성장세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올해 수출액이 15.9%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10.3%)에 이어 2년 연속 감소를 기록한 뒤 내년에도 4.1%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수출물량 축소에도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작년(600억 달러 흑자)과 유사한 594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내수 회복에 따른 수입증가로 흑자폭이 409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민간소비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면접촉 기피로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상반기 4% 급감하는 등 올해 2% 감소했다가, 내년에는 5.3%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과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충격이 반영되면서 0.9% 증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증가폭이 7.9%로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건설투자는 토목 부문이 사회기반시설(SOC)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올해 1.4%, 내년에는 2.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 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경기 위축과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와 같은 0.4%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가파른 경기 위축에도 경제활동 참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지난해(3.8%)보다 소폭 높은 3.9%를, 내년에는 4.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자 증가폭은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에서 발생한 충격을 정부 정책이 부분적으로 보완하면서 올해 0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만 명 초반 수준으로 내다봤던 작년 하반기 전망에서 대폭 낮춘 것이다.

KDI는 대내외 경제여건을 볼 때 우리 경제는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성장경로에 대한 불확실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취약계층 지원과 거시경제 안정, 경제시스템 보호에 중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운용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정정책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에 적극 대응하되 연내 추가 재정지출이 필요할 경우 한시적이고 가역적인 성격의 지출을 중심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은 가급적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를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최대한 인하한 후 국채매입 등 비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기업파산과 가계파산, 실업 등이 발생하면 코로나19가 지나간 이후에도 경기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며 "금융정책, 유동성 공급,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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