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그만하자는데…홍준표 “한가하게 품격 찾을 때인가”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5.2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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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참 어렵다”는 洪, 행보 변신 고민하나
통합당은 당선인 토론 거쳐 복당 여부 결정

미래통합당 복귀를 기다리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내 비판에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막말 때문에 야당이 계속 선거에 패배했다는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홍 전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방송 출연을 요청받을 때 하는 고민에 자신의 상황을 비유했다. 그는 "고심할 수밖에 없는 점이 재미있게 방송할 것인가, 점잖고 품위있게 할 것인가 하는 점에 있다"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품격을 강조하는 분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밖에 없어서 요즘 참 어렵다"고 했다. 차기 대권에 도전하면서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야하는데 이것이 막말로 오히려 비판받을지를 걱정하는 모습이다.

그는 "나는 어쩐지 위선적인 냄새가 나서 품격 있는 척 하기가 몸에 배지 않았다"며 "야당은 지난 1년 동안 품격 찾다가 망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한가하게 품격을 찾을 때인가 되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가 17일 오후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인의 시비 앞에서 오는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가 17일 오후 대구 수성못 이상화 시인의 시비 앞에서 오는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복당 후 차기 대권에 도전하려는 홍 전 대표로서는 자신의 막말로 인해서 민심이 당에서 멀어졌다는 비판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도 이날 공개된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내 젊은 사무처 당직자들을 비롯해 실무자 레벨에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홍 전 대표 지휘 하에 몰락한 데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대선·지방선거에서 홍 전 대표 노선의 확장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점을 체감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심재철 전 통합당 원내대표는 ‘통합당 총선 패배 원인과 대책은’ 토론회에서 “패배의 근본적 이유는 반성하지 못하고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공천 잡음, 막말 파동을 비롯해 정부여당의 이슈 선점에 견제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선택을 못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당은 당선인들이 21일과 22일 이틀간 국회에 모여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무소속 당선인들의 복당 문제를 논의한다. 김태호·권성동·윤상현 당선인은 복당에 큰 무리가 없지만 홍 전 대표가 문제다. 통합당은 과거 무소속 당선인의 복당을 별다른 조건 없이 허용해왔다. 특정인을 제외한 선택적 복당을 허용한 사례도 없다.

그러나 비대위와 복당 문제는 얽혀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는 공공연히 홍 전 대표의 복당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자 홍 전 대표 역시 ‘80이 넘은 뇌물 전과자’라는 표현을 사용해가며 김 내정자를 공격했다. 체제를 정비해야할 당이 또 다시 분란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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