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뇌물사건’ 한만호 비망록 재점화…‘검찰개혁’ 명분 되나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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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증인 한만호, 비망록서 “검찰이 꾸민 것” 주장
민주당 “재조사해야” 야당 “법치 무시” 반발

과거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의 핵심 증인이었던 고 한만호씨의 비망록이 공개됐다. 한씨는 비망록에서 자신이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는 검찰 진술은 모두 꾸며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한 전 총리를 목표로 정하고 사건을 꾸며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사건의 재조사를 주장하고 나섰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사안이라 재조사는 힘들더라도, 검찰 개혁의 동력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8월23일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운데)가 2018년 8월23일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의정부교도소에서 만기 출소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는 한 전 총리 뇌물 사건의 핵심 증인이었던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옥중 비망록을 공개했다. 한 전 총리는 한씨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공개된 비망록에서 한씨는 한 전 총리에게 금품을 건네줬다고 한 검찰에서의 진술은 모두 꾸며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0년 당시 사기죄로 수감 중이던 한씨는 검찰에서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내용을 진술했다. 한씨는 당시 작성한 비망록에서 “검찰이 한 총리 유죄만 나오면 사업 재기와 조기 출소를 돕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한 총리가) 유죄가 나와야 한다. 무죄 나오면 형이 더 심해진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검찰에서 뇌물을 건넸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법정에서는 “뇌물을 주지 않았다”며 진술을 뒤집었다. 핵심 증인인 한씨가 진술을 뒤집으면서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과 3심은 모두 한 전 총리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한 전 총리의 형이 확정됐다. 재판의 주된 쟁점은 한씨가 한 전 총리의 비서 김아무개씨에게 빌려준 3억원의 성격이었다. 대여금인지 정치자금인지 여부와 한 전 총리가 개입돼 있는지가 중요했다. 이 3억원 중 수표로 발행된 1억원이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금으로 사용된 점이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검찰과 2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이 건네졌다는 증거로 판단했다.

한씨의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한 전 총리 뇌물 사건이 검찰의 강압 수사로 만들어진 사건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당장 여권에서는 “재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망록엔 당시 검찰에 어떻게 거짓 진술과 강요, 협박을 했는지 낱낱이 열거됐다”며 “모든 정황이 한명숙 전 총리가 검찰 강압수사와 사법농단 피해자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가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착수하길 바란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깊이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며 “검찰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특정 사건과의 연관성에 집착하기보다 (잘못된) 풍토를 개선하는 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구체적인 정밀 조사가 있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비망록을 둘러싼 의문은 바로 이 오랜 검찰개혁 과제인 검찰의 정치 개입과 연결된다”며 “의문이 분명히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여당이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미 대법원에서까지 확정된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은 “(한 전 총리는) 일국의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분”이라며 “조용히 재심을 청구하고 그로 인해 억울함을 밝혀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서 정치 쟁점화하거나, 싸잡아서 국가 기관을 불신하게 분위기를 조장하는 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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