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문희상 “55년 정치인생 후회 없어”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5.2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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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9일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정치여정 마무리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가장 기억에 남아
아들 석균씨 공천 논란엔 “모멸감 느끼기도”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채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채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퇴임을 앞둔 문희상 국회의장이 "평생 정치의 길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만감이 교차하지만 후회가 없는 삶이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21일 국회 사랑채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어이 이날이 오고야 말았다"며 자신의 정치 여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문 의장은 "평생의 업이자 신념이던 정치를 떠난다니 심경이 복잡했다. 말짱 도루묵 인생이 아니었나 하는 깊은 회한이 밀려든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아쉬움은 남아도 후회 없는 삶이었다. 보람이 가득했던 행복한 정치인의 길이었다"고 평가했다.

문 의장은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무려 다섯 정부에서 제게 역할이 주어졌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수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197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던 때를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를 가장 슬펐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1979년 동교동 지하서재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처음 만난 날 그 모습이 지금도 강렬하고 또렷하게 남아있다"며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세상' 그 말씀이 저를 정치로 이끌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날 모든 것을 걸고 이뤄야할 인생의 목표가 분명해졌다. 그리고 1997년 12월19일 김대중 대통령님이 당선됐다"며 "수평적이고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현실이 됐고, 이로써 저의 목표는 모두 다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는 지난 총선 당시 아들 석균씨가 공천 세습 논란에 휘말렸을 때를 꼽았다. 문 의장은 "내가 아들을 출세시키려고 위치를 이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쓰라린 심경을 느꼈다"며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 컷오프됐을 때도 그만큼 모멸감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경기도 의정부에서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15대 낙선을 제외하고, 20대 총선까지 6선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지냈고,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기획단장을 맡아 당선을 이끌었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며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과 함께 참여정부 밑그림을 그렸다. 

2005년엔 열리우리당 의장으로 선출됐고 2008년 18대 전반기 국회에서 부의장직을 지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참패한 후에는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수습하는 역할을 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을 지낸 문 의장은 오는 29일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현역 정치인 생활을 마무리한다. 문 의장은 "은퇴 후 의정부로 돌아가 어머님께서 가꾸시던 것과 비슷한 텃밭을 일구는 것이 진짜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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