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5) 원티드랩] “코로나19 속 구직 팁? 사람 모이는 기업 잘 보라”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8 08:00
  • 호수 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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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기 대표 “두 번의 창업 실패가 중요한 밑천”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전반이 얼어붙은 가운데서도 취업 기회는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구직자들은 어떤 산업군이 기회를 잡을지, 해당 산업군 내의 어느 기업이 성장할 수 있을지 등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고 이 대표는 조언했다. 원티드랩은 ‘채용을 많이 하고 있느냐’를 기업의 자신감이나 성장 가능성을 나타내는 척도로 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직군을 중심으로 새로운 채용 시장이 열리는 상황은 원티드랩에도 기회가 되고 있다. 실제로 모바일 구인·구직 플랫폼 분야에서 원티드랩은 더욱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창업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하루가 고비”라며 자만을 경계했다. 

여전히 날마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는 스타트업으로서 ‘사람과 일자리’란 본질에 집중하는 게 원티드랩의 당면 과제이자 지향점이다. 이 대표는 “사람, 일자리 등의 개념은 인류나 기업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중요한 문제”라면서 “힘들어도 ‘우리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이처럼 신중한 태도는 이 대표의 창업 실패기와도 맞물려 있다.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정보학(MIS) 석사 학위를 받은 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센츄어에 입사했다. 모든 경영학도가 선망하는 회사에서 30대 초반에 이미 부장으로 승진해 1억원 넘는 연봉을 받았다. 그러다 ‘기업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고부가가치 업무를 컨설팅 기업 틀을 벗어나 직접 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2012년 12월 무작정 회사를 그만뒀다. 2014년 처음 도전한 집단소송 대행 사업에 이어 두 번째 여행 체험 프로그램 중개 사업도 실패했다. 너무 모르는 분야에 섣불리 덤벼든 게 화근이었다. 

세 번째 아이템은 혼자 생각하지 않고 사람부터 모았다. 알음알음으로 추천을 받아 개발자 2명, 마케터 1명 등 3명과 만났다. 사업 개발자인 이 대표까지 4명이 두 달간 100여 개 사업 아이템을 놓고 고민했다.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게 바로 지인 추천, 모바일 구인·구직 시스템을 골자로 하는 원티드랩이었다. 어쩌면 운명이었다. 공동창업자 4명도 주변 추천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창업 실패 경험까지 1년여의 기초공사가 끝나자 건물은 금방 튼튼하게 올라왔다. 원티드랩 공동창업자 4명은 2015년 1월 사업 아이디어를 확정한 뒤 2015년 3월에 페이스북을 통해 기업영업과 사용자 모집을 시작했고, 그해 5월 정식으로 웹사이트를 열었다. 

구직자들에게 희망을 얘기하는 이 대표는 창업 준비생들에겐 일단 비관적이고 현실적인 말부터 쏟아낸다. 일단 1년 안에, 첫 번째 도전 만에 성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이 대표의 경험칙이다. 그는 “3년 정도 생존해 보겠다는 맘으로 해야 한다”며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전후해선 창업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채용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구직자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전자상거래, 애플리케이션 등 (언택트 관련) 업종의 경우 오히려 사람을 더 뽑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산업군에 기회가 있을지, 그 산업군 내에서 잘할 기업인지 등을 잘 봐야 한다.” 

그런 기업을 어떻게 찾나. 

“재무제표를 볼 수도 있겠지만, 원티드랩이 주목하는 부분은 역시 채용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채용을 많이 하는지가 기업의 자신감과 성장 가능성을 나타낸다고 보고 있다. 원티드에 접속하면 해당 기업의 월별 인원 증가 추이가 다 나온다. 사람이 모이는, 혹은 떠나는 기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원티드랩에는 코로나19 타격이 없었나. 

“해외사업은 좀 힘들어졌어도 기업 인사관리(HR) 담당자 대상 온라인 밋업(Meet-Up·소모임)을 선보이는 등 돌파구를 마련해 대처하고 있다. 국내에선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많이 하면서 이직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원티드를 통해 좋은 직장이 있는지 찾아보고 온라인 면접도 본다. 코로나19 때문에 오히려 원티드를 통한 채용 건수는 늘었다. 물론 단기 데이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모든 기업이 힘들어질 테니.”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계획이 있다면. 

“지금껏 사람과 일자리를 효율적으로 매칭하는, 즉 채용에 오롯이 집중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극복된다면 채용을 넘어서서 사람들의 커리어 성장과 행복을 도와줄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 커리어 사이클을 보면 채용뿐 아니라 회사 내에서 성장하는 과정도 있다. 이를 통해 개개인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돕는 게 주안점이다. 만나고 싶은, 찾아가 노하우를 배우고픈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는 공간을 원티드랩이 제공하는 것이다. 이미 밋업, 원티드 에듀 등 프로그램을 늘려가고 있다.” 

HR 사안 전반을 포괄하고 싶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대표 스스로 사명감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앞선 2차례의 창업 때는 재미있는 일을 찾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재미있는 걸 일로 하면 재미가 없어졌다. 지금 원티드랩의 업무와 비전은 재미있다기보다는 중요한 사안이다. 사람과 일자리란 건 인류나 기업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될 문제다. 모든 기업과 사람들이 채용, 커리어, 기업문화 등을 굉장히 중시한다. 이렇게 중요한 문제와 개선 방안을 다루고 있으니 힘들어도 인내할 수 있다.” 

창업에 2번 실패했지만, 3번째에 성공을 맛보고 있다. 창업 준비생들에게 조언해 준다면. 

“창업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다면 안 했을 것 같다. 1년 안에 성공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시도에 성공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말 창업의 꿈이 있다면 일단 첫 시도는 무조건 실패할 거고, 3년 동안 한번 생존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나 출산 전후 등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 가정에서 본인을 필요로 하는 순간 등은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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