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독립적 검찰 인사기구 ‘公約’이 ‘空約’ 됐다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7 14:00
  • 호수 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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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 통제 강화, 검찰 개혁인가 검찰 장악인가

윤석열호(號) 검찰을 ‘검찰 정치’ ‘검찰 파쇼’로 규정하고 검찰권 통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정치권 수사에서 ‘검찰 사법’을 넘어 ‘검찰 정치’로 나아갔다”면서 검찰권 견제를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엄격한 상명하복 문화로 인해 검찰 상층부의 의지가 아래 검사들에게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면서 ‘검찰 조직 힘빼기’를 위한 인사제도 권고안을 내놨다. 공수처 설치와 검찰 인사는 당장 7월로 예정돼 있다. 그러나 공수처를 두고 ‘제2의 검찰’이라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으며, 검찰 개혁의 핵심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주는 방안은 한발도 나아가지 못한 상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야당 “공수처는 중수부·안기부 재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5월19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5월~2020년 4월 검찰을 감시한 ‘한발나간 검찰개혁, 반발하는 검찰권력’ 보고서를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조국 사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병두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은 “검찰 정치는 정치적 성향의 일부 현직 검사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포진한 전직 검사 출신 인사들의 개입, 그리고 언론을 통한 영향력의 확장 등 ‘검찰 네트워크’가 그 통로가 됐다”면서 “본격적인 검찰 개혁은 검찰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고리로서 ‘검찰 네트워크’를 해소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이 ‘권력형 비리’가 아님에도 검찰이 ‘먼지털이식’ 수사를 진행했고, 언론 역시 ‘받아쓰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실 감찰 무마 의혹 역시 조 전 장관을 엮기 위한 ‘별건 수사’에 불과했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공수처 설치를 “역사적 대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임지봉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공수처의 기소 대상을 수사 대상과 같도록 확대해야 한다”면서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뿐만 아니라 대통령,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 등에 대해서도 기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미래통합당, 국민의당 등 야당은 공수처를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공수처는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안과 달리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공수처가 “과거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현 반부패·강력부)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재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은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수사권-기소권을 동시에 가져 삼권분립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고위공직자의 범죄 혐의를 수사기관이 인지한 경우 즉시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조항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공수처 후속 법안들은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는데, 야당은 21대 국회를 앞두고 4·15 총선에서 공수처법 폐지 및 개정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사법정의의 핵심은 탈정치화-수사 및 소추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이를 위해 사법기관은 청와대 종속에서 해방돼야 한다”며 공수처가 집권세력의 의도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찰 역시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검찰 개혁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 된 것은 검찰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 입맛에 따라 정권 보위나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급급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정치화를 외부 문제가 아닌 내부의 문제로 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

“그동안 검찰 개혁은 검찰권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문제에 집중돼 왔으나 그 과정에서 오히려 검찰 조직이 민주적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권력화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검찰 개혁의 방향을 두고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참여연대의 기자회견 당일인 5월19일 ‘검찰 파쇼’를 거론하면서 위와 같이 말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 수뇌부가 복무평점을 활용해 검사 ‘줄세우기’와 ‘길들이기’를 자행하고 있다고 봤다. 즉 인사권이 검찰 정치화의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법무부,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검찰의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법무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를 보여주듯 조국 사태 이후 지난 1월 인사에서 ‘윤석열 사단 학살’ 논란이 일 정도의 대규모 인사가 단행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검찰 인사 독립성 확보’를 공약했다.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검찰총장 임명에 권력 개입을 차단하고, 검찰인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정부 5년간 대통령과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다. 이런 악습을 완전히 고치겠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독립적 인사기구를 통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 방안은 말 그대로 ‘공약(空約·헛된 약속)’에 그쳤다. 지금까지 검찰권 통제 방안이 쏟아지는 동안 인사기구 독립과 관련한 방안은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진보 성향 신문 한겨레의 법조 전문 강희철 기자는 최근 《검찰외전-다시 검찰의 시간이 온다》라는 저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시대적 요구였고 이를 위해 대통령의 인사권으로부터 독립한 검찰 인사기구가 설치돼야 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수사에 과몰입하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또한 공수처 역시 견제받지 않는 경찰(국가수사본부), 여전히 힘센 검찰(영장 청구권, 기소권)과 함께 ‘대통령의 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정치 검찰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정권 교체기마다 검찰의 칼춤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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