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5) 원티드랩] ‘현상금 사냥꾼’ 120만 명 만든 지인소개 앱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8 08:00
  • 호수 159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바일’에 ‘인재추천 보상’ 접목해 新 채용시장 최강자로
개인 120만 명, 기업 7000곳이 회원…월 400건 이상 매칭 성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구직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 시책에 발맞춰 고용을 확대하던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에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런데 한편에선 코로나19와 무관하게 구인(求人)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 바람에 올라탄 IT 기업,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등은 급성장세를 맞으며 같이 일할 사람을 못 구해 안달이다. 

모바일 구인·구직 플랫폼을 운영하는 원티드랩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더 심해진 채용시장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천정우 원티드랩 마케팅 담당자는 “직격탄을 맞은 산업군은 전혀 채용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간접적으로 영향받거나 비껴간 기업들은 지금 (언택트 관련) 특정 직군들에 대한 채용을 늘리는 추세”라며 “코로나19 사태 후 원티드랩을 통한 채용 건수도 이전보다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적 더 좋아져” 

원티드랩은 2015년 3월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센츄어 출신 이복기 대표가 공동창업자 3명과 함께 설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 황리건, 변호사이자 다음커뮤니케이션즈 개발자였던 허재창, 비슬로우 창업 멤버 김세훈 등이 이 대표와 뜻을 함께했다. 

‘원티드(wanted)’는 미국 서부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수배 전단 문구를 연상시킨다. 창업 멤버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며 붙였던 가제였는데, 회사명으로 굳어졌다. 원티드랩은 ‘지인 추천 채용 플랫폼’이란 타이틀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구직자가 기업 채용 공고를 보고 직접 이력서를 올려놓는 방법에 더해 회원이 적합한 인재(지인)를 기업에 추천할 수도 있게 했다. 원티드랩의 구직 회원이 지인에게 추천받고 기업에 합격하면 합격 보상금을 받는다. 원티드랩은 추천자에게도 보상금을 준다. 

원티드랩의 경쟁자인 잡 포털은 기업들의 구인 공고를 띄우고 지원자가 얼마나 많은지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또 다른 경쟁자 헤드헌팅 회사들은 합격 여부에 대해 책임지긴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헤드헌터 개개인별로 움직이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 원티드랩 서비스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은 살렸다. 지인 추천식 채용 서비스는 과거에도 있었으나, 성공 사례는 원티드랩이 처음이다. 

원티드랩이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 원티드에 접속해 봤다. SNS 친구들이 ‘추천할 만한 사람’ 목록에 떠 있었다. 그 밑에는 채용 중인 직군과 회사명이 쭉 나왔다. 지인 추천에 대해선 ‘추천받은 지원자는 직접 지원자 대비 합격률이 8배 높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지원자의 주특기, 업무 스타일, 성격 등을 잘 아는 지인이 추천하니 당연히 합격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원티드랩 직원들이 서울 강남구 위워크 역삼역점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원티드랩 제공
원티드랩 직원들이 서울 강남구 위워크 역삼역점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원티드랩 제공

‘지인 추천식’ 채용 첫 성공 사례 

지인 추천 시 채용 보상금은 100만원(추천자 50만원, 합격자 50만원)이다. 애초 원티드랩은 추천자에게만 보상금 100만원을 지급했다. 추천자들이 자신만 돈을 받는 데 대해 부담감을 토로하자 방식을 바꿨다. 

추천자·합격자에게 즉각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한편 구인 기업들은 ‘저렴한 수수료’로 공략했다. 원티드랩의 기업 회원은 채용을 확정하기 전엔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다. 채용 확정 시 원티드랩은 합격자 연봉의 7%만 가져간다. 일반 헤드헌팅 회사 수수료가 합격자 연봉의 15~20%선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지인 추천, 알고리즘 등을 통해 인건비와 각종 부대비용을 대폭 줄였기에 가능한 수수료 책정이다. 

최근엔 인공지능(AI) 머신러닝(방대한 분량의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 적용 확대로 경쟁력을 더욱 키웠다. 창업 초기 10만 건 정도이던 채용 매칭 데이터는 이제 100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 5년여간 원티드를 통해 100만 명 이상이 기업에 지원하며 쌓인 데이터다. 현재 월 평균 400명 넘는 사람이 원티드를 통해 취업한다. 원티드가 성사시키는 채용 건수만 놓고 보면 경쟁 관계에 있는 톱5 헤드헌팅 회사 모두를 합쳐야 비슷한 규모다. 원티드랩의 채용 매칭 비중은 3~10년 경력자 이직 또는 디지털 직군에서 높다. 

구직자의 지원서만 받아보고도 채용 성사 여부를 맞히는 비율이 초창기 30~40% 정도에서 이제 70%를 웃돌고 있다고 원티드랩은 설명했다. 데이터가 쌓이는 동시에 회사와 사업 규모도 부쩍 성장했다. 지난 4월21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공유오피스) 역삼역점에 있는 원티드랩을 찾았다. 눈을 크게 뜨고 보지 않으면 어디가 원티드랩 업무 공간인지 알기 힘들다. 하루가 다르게 직원 수가 불어나는 원티드랩 입장에서 지금의 틀, 사옥 따위는 전혀 중요치 않다. 이미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시작해 디캠프 선릉센터, 마루180, 구글캠퍼스 서울, 위워크 강남역점에 이어 지금 사무실까지 5번이나 옮겼다. 천정우 마케팅 담당자는 “직원이 계속 늘어나면서 거기에 맞는 사무실을 계속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현재 기획, 개발, 디자인, 경영 등 다양한 직군에 포진된 원티드랩 직원은 90여 명이다. 올해 말쯤엔 15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원티드랩은 내다봤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에서 원티드랩 직원들은 ‘OO님’이라며 서로의 이름만 부른다. 대표인 ‘복기님’도 예외가 없다. 다만 ‘시작, 과정, 결과 공유’ ‘긍정적인 동료 되기’ ‘데이터에 기반해 사용자 문제 풀기’ 등 협업 규율을 정해 뒀다. 이복기 대표는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했다. 수시로 공유하지 않고 부정적인 얘기를 했을 때 소통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을 곱씹으며 규율을 정했다”며 “고정된 계명 같은 건 아니고 서로 논의해 가면서 조금씩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티드랩은 데이터 변화, 즉 고객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온라인 밋업(Meet-Up·소모임) 등을 통해 원티드랩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수시로 경청한다. 

해마다 매출액 3배씩 성장 

원티드랩의 지난해 매출액은 94억원 정도였다. 매출액은 해마다 전년 대비 3배가량 성장해 왔다. 4월 현재 구직 회원은 120만 명, 기업 회원은 7000곳에 달한다. 양쪽 회원 수 모두 월 평균 10% 이상 성장 중이다. 원티드랩이 창업 이래 투자받은 금액은 누적으로 217억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티드랩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전통 업종의 취업시장이 얼어붙은 반면 언택트 경제를 주도하는 IT 기업과 관련 직종은 더욱 부상하고 있어서다. 

아직 기성 헤드헌팅 업체가 우위에 있는 시니어급 직원이나 C(Chief)레벨 임원 채용, 전체의 15% 정도로 적은 대기업 매칭 비중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이 대표는 “C레벨 임원 채용의 경우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한 적이 없는 시장”이라며 “분명히 개선할 부분이 있는 분야라고 여기고 있고, 진출하게 되면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갈 것”이라고 했다. 

 

최대 해외시장 일본…채용 문제 한국보다 심각 

원티드랩은 현재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한 상태다. 해외 구직 회원과 회원사 비중은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가장 큰 해외시장인 일본의 경우 창업 2년 차였던 2016년에 진출했다. 원티드의 일본 시장 진출명은 리퍼미(referme)다. 

1억2000만 인구를 보유한 데다 선진국인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HR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채용시장은 꽉 막혀 있다. 일단 인구구조상 젊은 층 비중이 낮아 신규로 채용할 수 있는 인력 규모가 제한적이다. 이직도 활발하지 않은 분위기다. 적합한 경력자를 구해야 하는 기업들이 늘 구인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헤드헌팅 회사들의 수수료도 합격자 연봉의 30~100% 수준으로 높다. 성공 확률이 높은 이직, 낮은 수수료 등으로 무장한 원티드랩에는 기회의 땅이나 다름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 기회를 발견한 것은 원티드랩이 아니라 2016년 당시 BNP파리바재팬 영업본부장이었던 조희준 원티드랩 일본지사장이다. 조 지사장은 원티드랩의 기업 소개서를 보고 이복기 대표에게 ‘일본 채용시장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라며 일본 진출을 강력 추천했다. 

원티드랩은 일본 현지 사정에 맞게 전략을 조정했다. 지인 ‘추천’ 대신 ‘응원’ 개념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추천한 사람이 떨어지면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여기는 일본인 정서를 고려한 조치다. 추천인이 받는 보상금 비율도 낮췄다. 지원자가 떨어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붙었을 때도 상을 받으면 부담스러워 한다는 분석 결과를 적용했다. 지금은 소프트뱅크·라쿠텐·닛산자동차 등이 원티드랩을 통해 채용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