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시행사 갈등에…‘창원SM타운’ 개장 지연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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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 지난달 사용승인 신청…창원시, 실시협약 위반 이유로 지연

경남 창원의 대표적인 한류 문화 시설로 탄생할 팔용동 ‘창원 문화복합타운’, 일명 ‘창원SM타운’. 이곳에 들어서면 완공된 건물의 화려한 조명과 전광판이 연신 반짝거린다. 마치 콘서트 장에 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밖에서 보이는 화려한 외양과 달리 최근 이 ‘창원SM타운’은 사용 승인권자인 창원시와 사업 시행사인 창원아티움씨티 간의 극심한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25일 저녁 찾아간 ‘창원SM타운’은 외벽 전광판에 ‘coming'이란 문자만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할 뿐 공연은 없었다.

건물 사용 승인을 놓고 창원시와 창원아티움시티가 갈등을 빚으면서 개장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위기에 놓였다. 창원아티움시티가 건물을 사용하려면 창원시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창원시는 실시협약에 따라 건물이 적법하게 기부채납돼야 승인할 수 있다며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건물 사용 승인을 둘러싸고 지자체와 사업 시행사 간의 갈등은 종종 있어왔지만, ‘창원SM타운’의 경우 사업 시행사와 현직 공무원 등 간에 여러 건의 고발까지 난무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SM타운 창원’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요즘 사용 승인 문제로 이 일대 상가 전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우려했다.

‘창원SM타운’은 창원시가 안상수 전임 시장 때 지역 한류체험공간을 만들겠다며 추진한 민간투자 사업이다. 사업 시행사인 창원아티움씨티가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35-2번지 일대 창원시 땅을 사들여 최고 49층짜리 아파트·오피스텔을 짓는다. 창원아티움씨티는 그 분양수익·자기자본 등으로 호텔, 공연장 등 한류체험공간 등을 갖춘 지하 4층 지상 8층짜리 ‘창원SM타운’과 근처에 차량 510대가 주차하는 공영주차장을 지어 창원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또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설립한 법인으로 ‘창원SM타운’을 책임 운영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시 팔용동의 SM타운 전경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경남 창원시 팔용동의 SM타운 전경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창원시 “자금조달 자료제출 거부 등 실시협약 위반” vs 시행사 “적법한 사업 진행”

시사저널이 입수한 창원시 문서에 따르면, 창원시는 창원아티움씨티 등에 실시협약에 따라 ‘창원SM타운’과 공영주차장을 적법하게 기부채납해달라고 요구했다. 창원시는 “기부채납은 (시)의회 의결이 있어야 하며, (시)의회 의결을 위해서는 (사업 시행사)의 귀책 사유에 대한 치유가 선행돼야 한다. 불완전한 치유로 인한 하자있는 기부체납을 사유로 (시)의회 미의결 시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기부채납이 불가하다”고 햇다. 창원시는  ‘창원SM타운’과 공영주차장의 기부채납이 안될 경우 아파트·오피스텔 건립을 포함한 사업 전체 효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창원아티움씨티는 “협약에 의해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창원시가 주장하는 실시협약 위반 근거 자료를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창원시는 창원아티움씨티가 ‘창원SM타운’ 조성을 위한 자금조달과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실시협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원시는 “창원아티움씨티가 (증빙자료 등)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창원시는 창원아티움씨티가 ‘창원SM타운’ 조성을 위해 타인자본(차입금)을 조달하지 않고, 주상복합아파트 등 수익사업을 위한 차입금을 조성해 ‘창원SM타운’ 건립에 투입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창원아티움씨티는 “창원아티움씨티 책임 하에 자기자본 외에 PF대출금 차입금, 분양수입금 등을 재원으로 현재까지 본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해왔며, 이와 관련한 각종 증빙서류를 이미 (창원시에) 제출했다”며 “창원시는 창원아티움씨티의 재원조달 게획을 (각) 해당 시기에 승인했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본 사업에 투입된 PF 대출의 목적과 PF 대출금의 공공부문 사업 사용 문제는 관련법 또는 실시협약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아니다”며 “본 사업의 구조 및 당사의 실시계획, 현재까지 진행사항이 사업계획서와 관련법, 실시협약에 위반된다는 창원시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창원시는 자금조달 자료제출 거부뿐 아니라 애초에 공영주차장 공사비가 아파트 등의 분양가에 포함돼 관련 법령 및 실시협약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했다. 또 아파트, 오피스텔, 창원SM타운 콘텐츠 제작비가 공사비에 산정돼 있고 공사비는 분양수입금 범위에서 지불하도록 계약돼 있는데, 이는 별도의 재원 마련을 통해 안정적으로 ‘창원SM타운’과 공영주차장을  추진하는 사업계획서에 위반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반면 창원아티움씨티는 “아파트 등 건립 지역은 분양가격 산정근거가 필요 없는 분양가 자율화 대상지역이다”며 “ 때문에 분양가격 산정근거 자료 및 그 세부내역의 적합성을 이유로 협약 위반했다는 주장은 적정하지 않다”고 했다. 또 “창원아티움씨티의 책임 하에 PF 대출금 및 분양수입금 등 사용 계획을 창원시에 제출하고 이를 승인받아 왔다”며 “‘창원SM타운’과 공영주차장 공사비 등을 분양수입금으로 사용했는지 여부는 실시협약 위반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창원시와 창원아티움씨티는 ‘창원SM타운’ 운영계획을 두고서도 이견을 표출했다. 창원시는 “창원아티움씨티가 이미 제출한 장기운영계획에는 운영 적자를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제출한 세부운영계획도 ‘창원SM타운’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필요 재원에 대한 구체적이고 책임성 있는 자금계획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며 “이는 ‘창원SM타운’의 기부채납 이후 정상적인 관리 운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협약에 위배한다”고 했다. 하지만 창원아티움씨티는 “장기운영계획은 창원시가 무상사용·수익을 거부하고 대부료 책정이 불합리할 경우 운영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원아티움씨티는 20년 누적 적자 40억원이 발생할 것을 감안해 자본금 45억원을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이미 ‘창원SM타운’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창원시는 홀로그램 공연장 등 ‘창원SM타운 시설 규모 변경도 지적했다. 홀로그램 공연장은 ’창원SM타운‘의 핵심 시설이다. 창원시는 “창원아티움씨티는 실시계획(변경)으로 홀로그램 공연장을 400석 규모로 축소하는 한편 숙박시설 면적은 당초보다 2배 이상 늘리고, 문화집회시설 면적은 연면적의 50% 미만으로 줄어들게 했다”며 “기부채납 예정인 ’창원SM타운‘이 행정재산으로서 용도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창원아티움씨티는 “당초 제안한 공연장 무대부와 객석부 규모는 그대로 유지했다”며 “홀로그램 전문 공연 때에는 400명을 수용하고, 기타 연애인 직접 출연 등 공연 때에는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가변형 좌석을 채택했다”고 했다. 또 “숙박시설은 당초 건축허가 및 실시계획보다 2개실이 늘면서 변경 승인됐다”며 “이는 별도의 컨벤션 공간과 부대시설이 추가됐기 때문이다”고 반박했다.

‘창원SM타운’ 사용 승인 지연은 창원시와 창원아티움씨티의 ‘초과이익환수 셈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시는 행정절차상 특혜를 제공받은 창원아티움씨티가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고 있다며, 기부채납과 별도로 초과이익환수를 요구했다. 창원아티움씨티는 ‘초법적 발상’이라며 이를 거부했고, 급기야 지난 2월 ‘창원SM타운’ 업무를 맡고 있는 창원시 고위 공무원을 업무방해죄 등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창원시와 창원아티움씨티는 몇해 전부터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기부채납, 관리운영 방안 마련 작업을 진행했었다. 그러나 최근 창원시와 창원아티움씨티는 상당한 견해차를 보이면서 건물 사용 승인이 지연 중이다.

경남 창원시 팔용동의 SM타운 전경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경남 창원시 팔용동의 SM타운 전경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출구전략 필요 여론…허성무 시장 “잘 마무리해 창원을 한류 메카로 만들겠다”

창원지역 인사들은 잦은 고소·고발로 ‘창원SM타운’의 경쟁력이 떨어진 만큼 출구전략 자체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일 창원시의회 임시회 2차 본회의 때 구점득 시의원은  ‘SM타운 사업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시정 질문했다. 이에 대해 허성무 창원시장은 “시민과 시의회가 납득하는 선에서 '창원SM타운‘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시가 향후 이성적인 협상으로 ’사용 승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용 승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날 허 시장은 “공공성을 좀 더 확보하는 쪽으로 민간사업자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창원SM타운‘ 사업을 잘 마무리해 창원시를 한류 메카, 글로벌 문화도시로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연장, 컨벤션 센터, 상업시설, 호텔을 한데 모은 ‘창원SM타운’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류 관광의 메카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구점득 시의원은 “‘창원SM타운’은 창원시를 명실상부 K-pop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시키고, 청년·청소년 세대를 유입시켜 보다 '젊은 창원'을 만드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 강진원 창원아티움씨티 부사장은 “사업 시행사는 ‘창원SM타운’의 합리적 구조개선과 정상화를 위해 일정수준 이상의 개발이익에 대한 사회적 기여와 운영수익이 발생할 경우 창원시·SM 등과 협력해 사회에 환원하기로 이미 약속했다”며 “향후 실시협약 변경 과정에서 비용 검증 등도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해명할 계획이다. 사업이 하루빨리 합리적인 방식으로 정상화되길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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