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로 본 ‘병적 도벽’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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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 속 준영의 도벽은 스트레스로 나타난 정신장애

최근 화제가 됐던 TV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와 박해준의 아들로 나오는 준영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는데도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도벽 증상을 보였다. 

도벽 중에서 병적 도벽(kleptomania)이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인 절도와 구별되는 정신적 장애로, 상담이나 약물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병적 도벽 환자는 개인적으로 쓸모가 없거나 금전적으로 가치가 없더라도 물건을 훔치려는 충동을 이기지 못한다. 돈보다는 식품이나 일회용 생활용품 등을 훔치는 경향이 많다.

병적 도벽 환자는 훔치기 직전의 긴장감과 이후의 기쁨, 충족감, 안도감을 느낀다. 즉 좀도둑과는 달리 훔치는 행동이 목적이다. 청소년기 후반부터 나타날 수 있는 병적 도벽은 인구의 0.3~0.6%로 추정된다. 여성이 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TV드라마 '부부의 세계' 중에서 준영이 PC방에서 물건을 훔치는 모습 ⓒJTBC
TV드라마 '부부의 세계' 중에서 준영이 PC방에서 물건을 훔치는 모습 ⓒJTBC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드라마처럼 부모의 이혼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등 큰 스트레스로 발현될 때가 종종 있다. 죄책감과 수치를 느끼고 대인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병적 도벽이 충동조절의 문제이긴 하나 훔치기 전에 긴장감을 느끼고 훔친 후에는 만족감을 느낀다는 측면에서 강박증과 관련되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치료 역시 비슷한 약물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병적 도벽이 반복돼 법적 문제로 비화되면 현실적 혹은 심리적으로 안 좋은 상황으로 치닫는다. 그전에 충분한 상담과 치료를 통해 충동 조절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지훈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분석적 정신 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 다양한 상담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등 약물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치료에 대한 환자의 동기가 치료 성과에 크게 반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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