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몰이’ 레깅스, 건강에는 어떤 영향 미칠까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3 15:00
  • 호수 1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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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순환 장애로 여자는 방광염, 남자는 전립선염 조심해야

발 부분이 없는 타이츠 모양의 하의인 레깅스가 최근 인기몰이 중이다. 신체활동에 편안함을 주고 몸매를 드러내는 패션 효과까지 있어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평상복처럼 입기도 한다. 그러나 레깅스를 오래 입으면 방광염과 전립선염 등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권고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외부활동은 줄어들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레이닝 붐을 타고 인기를 얻은 레깅스의 장점은 편하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운동할 때는 물론이고 일상에서 평상복처럼 입는 사람도 많다. 젊은 층의 등산 인구가 늘면서 산에서도 레깅스를 입은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운동(athletic)과 여가(leisure)에 모두 적합한 의류라는 의미인 애슬레저 시장이 커졌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국내 애슬레저 시장 규모가 2016년 1조5000억원에서 올해 3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4월18일부터 5월17일까지 레깅스를 포함한 요가복·필라테스복 하의 판매량은 약 391%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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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 증식 쉬워 질염으로 이어질 수도

그러나 레깅스와 같이 몸을 조이는 옷을 종일 입고 지내는 생활습관은 건강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문의들의 지적이 있다. 레깅스는 신축성이 좋은 소재로 만들어 신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데 편리하다. 그 대신 몸을 조이는 게 레깅스의 단점이다. 보정속옷처럼 신체를 압박하므로 하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손이나 다리에 쥐가 나는 것처럼 골반 부위에 피가 통하지 않으면 허혈성 염증이 생기기 쉽다. 또 근육, 신경, 혈관이 긴장하고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이면 피로가 누적된다.

게다가 통풍이 잘되지 않는 레깅스는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특히 생식기가 습해지면서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가 질 내에 증식하면 질염이 생길 수 있다. 질염은 여성의 70% 이상이 경험하는 질환으로 질 주변부가 빨갛게 부어오르며 가렵고 따끔거리거나 질 분비물이 늘어난다. 초기 질염을 방치하면 염증이 자궁으로 번져 자궁내막염, 난소염, 만성 골반통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주웅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통풍이 잘되지 않는 레깅스를 입으면 속옷과 생리대가 피부와 밀착하면서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또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압박 스타킹은 허벅지까지만 신지만 레깅스는 아랫배와 골반까지 압박한다. 그래서 레깅스를 입고 식사하면 소화도 잘 안된다. 또 골반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겨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액에 면역세포가 많은데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면역도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질과 항문의 거리는 약 1cm로 가까워 항문 주위에 있는 대장균이 생리나 질 분비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질 주변으로 이동하기도 쉽다. 질 주변의 대장균은 배뇨 후 처리 또는 성관계를 통해 질 내부로 들어와 방광으로 이동하면서 방광염을 일으킨다. 실제로 방광염은 여성의 50% 이상이 평생 한 번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심봉석 이대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방광에 만성 염증이 생기면 과민성 방광이라는 질병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때 신경계 이상으로 배뇨장애가 발생한다. 예컨대 정상인은 소변이 300cc 정도 쌓일 때까지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과민성 방광 환자에게는 소변이 50cc만 차도 소변을 참을 수 없는 증상이 생긴다. 그래서 화장실 가는 도중에 약간 실수하는 일도 생기며 화장실에 도착하면 안도감에 소변을 왈칵 쏟아낸다”고 말했다.

레깅스와 스키니진과 같이 몸에 꽉 끼는 옷은 하지정맥류 예방에도 좋지 않다. 하지정맥류란 다리에서 심장 방향으로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해 혈액이 다리에 정체된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다리의 정맥이 혹처럼 확장되고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정맥류 환자는 치료 목적으로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는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허벅지로 갈수록 압력이 줄어들어 혈액순환을 돕지만 레깅스나 스키니진처럼 전체적으로 몸을 조이는 옷은 하체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1년 19만7986명에서 2019년 31만3681명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2018년 전체 환자 중 여성 환자 수는 21만6398명으로 남성 환자 9만7283명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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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낭 온도 상승으로 호르몬 기능 약화 가능성

레깅스는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니어서 남성도 선호하는 제품이다. 레깅스를 입고 자전거를 타거나 운동하는 남성을 흔히 볼 수 있다. 유튜브 운동 채널에서도 남성 강사는 주로 레깅스를 입고 있다. 레깅스는 남성에게 자칫 전립선염을 부를 수 있다. 전립선염은 남성의 50% 이상이 평생 한 번은 경험하는 질환이다. 주로 30~40대 전립선염 환자가 많다.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 위치하며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기관으로 정자를 보호하는 물질을 분비한다. 또 음낭에 있는 고환은 정자와 남성호르몬을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한다.

남성의 음낭은 몸 밖으로 노출돼 있어 그 열을 발산할 수 있다. 또 고환을 둘러싼 음낭이 다른 피부보다 피하지방이 적고 주름이 많은 것도 열을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함이다. 그래서 음낭 부위는 체온보다 3~4도 낮은 32~33도를 유지한다. 심봉석 교수는 “통풍에 좋지 않고 하체를 압박하는 레깅스를 입으면 음낭의 열을 발산하기 어렵고 혈액순환 장애가 생긴다. 이 때문에 전립선염이 생기면 정자나 남성호르몬 생산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환 온도가 반복적으로 상승하면 고환 주위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확장하는 정계정맥류도 우려된다. 음낭의 정맥 혈관이 확장해 꼬불꼬불 엉키고 부풀어 오르면서 울퉁불퉁한 모양을 보이며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를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임 원인을 찾기 위해 병원을 찾는 남성 중 상당수가 정계정맥류로 진단된다. 그 외에도 레깅스는 사타구니, 항문, 허벅지 주변에 습진을 일으킬 수 있다.

 

덜 조이는 제품 고르고 입는 시간 줄여야

일상에서 레깅스를 전혀 입지 않고 생활할 수는 없다. 다만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등 통풍이 잘되지 않아 습기가 차는 소재로 만들어진 레깅스는 피하고 면과 같이 통풍과 습기 흡수에 좋은 소재의 레깅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레깅스를 사기 전에 입어보고 조이는 느낌이 덜한 제품을 고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레깅스를 입고 있는 시간을 줄이는 생활습관이 바람직하다. 운동할 때 잠시 입는 것은 큰 문제가 없지만 평상복처럼 종일 입는 것은 하체를 압박하므로 좋지 않다. 심봉석 교수는 “레깅스를 입은 날엔 온수 좌욕을 하면 골반 주변 근육을 풀 수 있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약 40도의 따뜻한 물에 엉덩이, 허벅지, 아랫배까지만 담그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온수 좌욕기를 사용한다. 반신욕 자세로 설명하자면 엉덩이와 허벅지는 물에 담그고 무릎 아랫부분은 물 밖으로 내놓은 모습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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