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법안’ 발의 위해 4박5일 밤샌 보좌진들…진중권 “이것이 한국의 노동현실”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6.0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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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1호 법안은 박광온 '사회적 가치법'…보좌진 4박 5일 간 줄서
진중권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일로 초과근무…뭐가 문제인지도 몰라”
1호 법안을 제출하는 박광온 의원 ⓒ 의원실 보도자료
21대 국회 1호 법안을 제출하는 박광온 의원 ⓒ 의원실 제공

1일 국회 본청 의안과 사무실 앞에는 법안을 제출하려는 각 의원실 보좌진들이 줄을 섰다. 국회가 개원할 때마다 의원들이 서로 개원 후 '1호 법안'을 차지하려는 경쟁전이 벌어진다.

21대 국회 1호 법안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제출한 사회적 가치법(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이다. 이 법안의 의안번호는 '2100001'로 등록됐다. 국회 의안과는 21대 국회 임기 개시일인 지난달 30일이 주말이어서 1일부터 법안 접수를 받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오전 9시 업무 개시와 동시에 이 법안을 제출하려고 박광온 의원실 보좌진은 지난달 28일부터 4박 5일 동안 돌아가면서 국회 본청 복도에서 밤을 새웠다. 법안 제출 순위 1등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박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공공기관이 비용절감이나 효율성보다는 인권 보호, 안전한 노동 등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19대 국회에서 문재인 당시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20대 국회에서도 재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한 법이다.

박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 "이윤과 효율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대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경영의 핵심으로 경쟁과 효율, 경제성이 우선시되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박 의원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러한 경쟁 제일주의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아픈 사례를 통해 확인해 왔다"면서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이천 화재, 구의역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은 공공성의 훼손, 무분별한 이윤 추구가 부른 참사"라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1호 법안 제출이라는 이벤트를 연출하려고 보좌진들을 국회 복도에서 밤을 새우게한 박 의원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 법안이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점과 모순된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한 탕, 재탕, 3탕 법안으로 고작 저 사진 하나 찍으려고 보좌진들에게 4박5일 교대로 밤을 새우게 하는 것이 한국의 노동현실"이라면서 "아무 짝에도 쓸 데 없는 일로 초과근무를 시키니, 산업재해와 안전사고가 안 일어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마 저게 왜 문제가 되는지도 모를 겁니다. 저런 걸 늘 당연하게 생각해 왔으니"라고도 했다.

여론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박 의원 블로그에 "의원님도 같이 근무하신건가. 내용이 중요하지, 기사 한 개를 내기 위해 동원된 보좌진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도 "갑질 중 최고 갑질"이라고 썼다.

ⓒ 페이스북 캡쳐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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