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탄에 뒤덮인 백악관…분노한 트럼프 “군사력 동원”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0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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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변질 후 연일 강경론…“가용한 모든 수단 동원 진압”
‘폭력시위는 테러’ 규정하며 엄단 의지 강조
미국 수도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에서 1일(현지 시각)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쏜 최루가스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 연합뉴스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1일(현지 시각) 미국 수도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에서 경찰이 쏜 최루가스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날로 격화하고 있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규탄시위'를 테러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총 동원해 폭력시위를 진압하겠다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백악관 야외 회견장인 로즈가든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성난 폭도가 평화적 시위자를 집어삼키게 허용할 수 없다"며 폭동과 약탈을 막기 위해 "가용한 모든 연방 자산과 민간인, 군대를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국의 주지사들을 향해 "충분한 수의 주 방위군을 배치하길 강력히 권고한다"면서 "만약 주와 시가 이를 거부한다면 미국 연방군대를 배치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가 폭력과 유혈사태로 이어지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주동자들이 '테러집단'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러를 조직한 자들이 중범죄 처벌과 감옥에서 긴 형량에 직면할 것임을 알기 바란다"며 "안티파(반파시즘 극좌파)와 이 폭력을 선동하는 이들도 (조치 대상에) 포함된다"고 시위대를 압박했다. 

그는 스스로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고 표현한 뒤 자신이 워싱턴DC에 군대를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5개 주에서 600~800명의 주 방위군이 워싱턴DC로 보내졌으며, 이미 현장에 도착했거나 이날 밤 12시까지는 모두 도착할 것이라며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에 분노한 시위대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수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차량을 부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에 분노한 시위대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수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차량을 부수고 있다.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7분가량 회견문을 읽은 뒤 별도 질의없이 퇴장했다. 회견 전후에도 백악관 북측의 라파예트 공원에서는 최루탄이 터지는 등 군중 시위와 이를 막는 경찰의 대립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회견 후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들과 함께 공원 건너편에 있는 세인트 존스 교회 앞까지 걸어갔다. 미국 4대 대통령 이래 모든 대통령이 최소 한 차례 이상 예배에 참석해 '대통령의 교회'라 불리는 이곳은 이번 시위 과정에서 공격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곳에서 성경을 들고 포즈를 취하며 폭력시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짓눌린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애도의 뜻을 표하며 관련자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시위가 폭력적 성향을 띠면서 일주일 가까이 방화와 약탈 등이 이어지자 강경 대응 기조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주지사들이 강경해지지 않으면 연방정부가 개입하겠다며 "이는 우리 군대의 무한한 힘을 활용하는 것과 대규모 체포를 포함한다"고 연방군대 투입을 경고했다. 폭력 시위대를 향해서는 '폭도', '약탈자'라고 비난하며 극좌파라고 명명하는 등 이념 논쟁에도 불을 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 전 주지사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여러분이 제압하지 못한다면 한 무리의 얼간이로 보일 것"이라며 거친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또 폭력과 약탈 장면이 담긴 영상을 언급하면서 시위대를 향해 "인간쓰레기"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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