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질긴 악연’ 또다시 마주 앉게 된 이해찬과 김종인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03 13: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년 넘게 이어 온 인연 뒤로하고 여야 사령탑으로 대화
李 “기본적인 법 지키며 협의해야”…金 “옛날 사고로는 정치 못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3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3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마주앉았다. 30년 넘게 질긴 인연을 이어 온 두 사람은 현안에 대해 뼈 있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 위원장은 3일 오전 취임 인사차 민주당 대표실을 찾아 이 대표를 예방했다. 4년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맡았던 김 위원장은 이 대표가 앉은 자리를 가리키며 "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기분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웃음을 보이며 "비대위원장을 맡으셨으니 새로운 모습으로"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선거로 거대 여당을 만드셨고, 경제 상황도 변화가 심하니 정치권이 옛날 사고로는 할 수 없다. 여야가 나라 발전을 위해 협조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협치를 강조했다. 그는 이어 "7선으로 의회 관록이 가장 많으신 분이니까 과거의 경험을 보셔서 빨리 정상적인 개원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해 달라"며 민주당의 단독개원 태세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이 대표는 "5일에 (개원을) 하도록 돼 있다"며 "기본적인 법은 지키면서 협의할 것은 협의하고 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나는 임기가 곧 끝난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원숙하신 분이라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3차 추경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국회가 정상적으로 잘 작동이 돼야 이 사태를 빨리 극복할 수 있다"며 "정부의 노력에 적극 협력할 테니 그런 식으로 (정상적으로) 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5분 가량 진행된 비공개 대화에서 이 대표는 "3차 추경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속도도 중요하다"며 조속한 처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내용을 보고 하겠다"고 답했다고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여야의 수장으로 마주앉게 된 두 사람은 1988년 13대 총선을 시작으로 32년 동안 질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두 번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 위원장은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해 3선을 노렸으나 평화민주당 후보인 이 대표에 5000여 표(4%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영입돼 친노 주류와 강경파를 타깃으로 한 물갈이를 단행했다. 이때 친노 좌장인 이 대표도 컷오프(공천배제) 됐다. 이 대표는 컷오프에 반발해 탈당한 뒤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했고, 김 위원장은 비례대표직을 던지고 탈당해 야인으로 돌아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