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효 “나의 30대는 《런닝맨》이었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6 12:00
  • 호수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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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침입자》로 돌아온 ‘달리는 여자’ 송지효

‘달리는 여자’ 송지효가 배우로 돌아왔다. 6월4일 개봉한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 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송지효는 극 중 속내를 알 수 없는 베일 속 여인 유진 역을 맞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그간 SBS 장수 예능 《런닝맨》을 비롯해 드라마 《궁》 《응급남녀》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등에서 친근한 모습으로 사랑받았던 그녀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주연배우로서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무엇보다 함께 출연한 무열씨의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잘하는 친구라는 걸 알았지만 엄청 잘하더라(웃음). 그래서 내 연기가 조금 아쉬웠다. ‘조금 더 잘했으면 무열씨 연기에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컸다. 무열씨는 진정 스릴러 장인이다. 촬영장에서도 엄지 척을 세운 순간이 많았다.”

 

그간 사랑스러운 역할을 많이 맡아왔다. 변신을 꾀한 이유는.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이미지여서 반대적인 성향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단순하게 그 갈망을 해소할 수 있는 작품이라 욕심이 났다. 캐릭터 자체도 미스터리한 인물이라 탐이 났다. 안 하던 역할이라 부담스럽지 않으냐고 하는데, 전혀. 부담보다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잘 어울리고 싶었다.”

 

후반부에 있었던 몸싸움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무열씨가 액션을 하면 나는 리액션을 할 뿐이었다.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보니 무열씨의 역할이 크게 다가왔다. 덕분에 나도 보태거나 끄집어내는 것 없이 자연스럽게 액션신을 촬영할 수 있었다. ‘액션배우’ 무열씨를 만난 게 큰 행운이었다.”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일부러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모니터 확인을 하면 잔상에 계속 남는다. 새롭게 그다음 신을 시작해야 하는데 잔상이 남아 있으면 불편하더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도 있지만 매 컷마다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인터뷰 도중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그녀가 창밖을 가리키며 “기자님, 비가 엄청 와요!”라고 한다. “제가 비를 좋아해요. 비 오기 전날에 무릎이 아프고 허리도 아프지만 좋아해요. 어제 몸이 쑤시더니 진짜 비가 오네요(웃음).” 올해 마흔 살이 된 그녀는 자연스레 나이와 건강, 체력에 대해 말을 이었다. 마흔 살의 여배우가 자신의 나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자연스러워 예뻐 보였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개봉이 한동안 미뤄졌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상업영화로는 최초 개봉이기도 하다.

“아쉬움보다는 안전이 더 중요하다. 제작사와 관계자분들이 최선의 시점을 찾은 것이 지금이다. 사실 부담은 좀 많이 됐다. 주연배우로서 많은 분들에게 영화를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혹여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어쩌나 걱정도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안전 수칙을 꼭 지키면서 관람하시길 바란다. 얼마 전 극장에서 오랜만에 영화를 보는데, 1시간 남짓한 그 시간이 여유 있고 좋더라. 힘든 시기에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일상의 탈출이 됐으면 좋겠다.”

 

영화에서 내내 노메이크업에 수수한 옷차림이었다. 여배우로서 부담은 없었나.

“전문가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스타일이다. 화장을 거의 안 했다. 의상도 헤어스타일도 정갈한 콘셉트였다. 감독님께서 유진이가 날카롭게 나오길 바라셔서 살도 좀 뺐다. 무열씨도 다이어트를 했는데, 무열씨는 찌우는 것보다 빼는 게 더 쉽다고 하더라. 신기한 친구다(웃음). 나 같은 경우엔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밤에 10km씩 러닝을 했다. 6시 이후에는 금식을 하려고 노력했다. 5kg 정도 감량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촬영을 진행하면서 2kg 정도 더 감량됐다. 촬영은 행복이지만 유진이를 표현하는 게 스트레스가 많이 됐나 보다(웃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은 아니다.”

 

《런닝맨》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10년째 출연 중이다.

“서른에 시작했는데 어느덧 마흔이 됐다. 나의 30대는 《런닝맨》이었고, 《런닝맨》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이다. 사실 기분이 좀 이상했다. 지난 10년을 생각해 봤을 때 가족 외에 내 인생에서 바뀌지 않은 것이 있을까. 휴대폰도 바뀌고 집도 이사를 했다. 10년 동안 줄곧 함께한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래서 《런닝맨》은 어느 한 단어로 단정 짓기 어려운 부분이다. 나의 30대를 함께했고, 덕분에 멤버들과 내가 발전했다. 많은 것을 얻었다.”

 

예능에 출연하는 배우로서 고충도 있었을 것 같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초반에 힘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버거울 때도 있었다. 익숙해지기까지 과정이 힘들었는데 그 시간이 지나니 내 것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런닝맨》이 영화나 드라마와 다를 게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대중에게 선보이는 작품 말이다. 그리고 10년 전 시작을 함께했던 감독님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분들은 지금 다른 곳으로 가셨지만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마음이 크다. 생각해 보면 그 10년이 그리 길지만도 않더라.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고맙고 감사하다.”

 

들리는 소문에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않는 아날로그형 인간이라고 들었다. 사실인가.

“디지털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게 서툴다. 카카오톡이 아닌 문자메시지를 사용한다. 사진이나 파일, 영상을 전송할 때 외엔 불편하지 않다. 급하면 전화통화를 하면 되지 않나(웃음). 주변에 카톡을 사용하지 않는 분들이 꽤 있어 내게는 자연스럽다.”

 

인간 송지효에게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

“가족이다. 가족이 나에겐 삶의 기반이다. 살아가는 이유이고, 열심히 하는 이유고, 내 모든 것의 원동력이다. 나는 가족과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가족과 웃고 싶어서 더 열심히 생활한다. 저에게는 가족은 가장 절대적인 존재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런 것 같다.”

 

JTBC 새 수목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의 방영도 앞두고 있다(14년 차 생계형 독수공방 싱글맘 앞에 ‘4대 1 로맨스’ 가 펼쳐지는 드라마로, 송지효는 싱글맘이자 영화사 프로듀서로 분해 보기만 해도 기력이 샘솟는 긍정 파워를 전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전주에서 영화 촬영을 했고, 올해 전주에서 드라마 촬영을 했다. 다른 작품을 같은 곳에서 촬영하는 게 기분이 묘했다. 그때 느꼈던 전주의 밤과 지금 느끼는 전주의 밤이 또 다르더라. 로맨틱 코미디물로 7월에 방영되는데, 나이가 나이니만큼 내게 마지막 로코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방방 열심히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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