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위로하고 세대를 연결하니 ‘영웅 시대’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6 10:00
  • 호수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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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 眞 임영웅 전성시대의 의미
풍진 세상살이 위로하며 신구 세대 대동단결 이끌어

임영웅에게는 얼굴에 흉터가 있다. 어린 시절 넘어져 흉터가 생겼는데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했다. 우리에게도 사실 다 그런 흉터가 하나쯤 있다. 특히 산업화 세대라 호칭되는 우리 부모 세대에게는 겉이든 속이든 알게 모르게 그런 흉터가 하나씩 다 있다. 임영웅은 어려운 환경과 긴 무명시절에도 떳떳하게 그 삶을 살아왔다. 우리 부모들이 그랬다. 임영웅은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 부모들은 어땠을까. 임영웅의 노래엔 삶의 역경을 헤쳐 온 서사가 있다. 그렇기에 그의 노래엔 깊은 울림이 있다. 우리 부모세대들의 삶도 그렇다. 깊은 주름 속 마디마디마다 말 못할 사연과 깊은 울림들이 하나씩 있다. 그렇기에 기성세대는 그의 노래에 감동 받았다. 

쌍용차가 특별 제작한 임영웅 화보 ‘REXTON Ⅹ Im Hero’ ⓒ쌍용차 제공
쌍용차가 특별 제작한 임영웅 화보 ‘REXTON Ⅹ Im Hero’ ⓒ쌍용차 제공

기성세대-2030세대 모두 감동시킨 비결

“우린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임영웅이 TV조선 경연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미스터트롯》에서 부른 노래 ‘바램’의 한 대목이다. 노래를 들은 원곡 가수 심사위원 노사연은 기립 박수를 쳤다. 당시 임영웅은 본선 경연으로 직행하며 펑펑 눈물을 흘렸다. 홀어머니를 생각하며 진심을 다해 불렀다고 했다. 

임영웅은 이 노래로 다리를 놓았다. 이유 없이 무언가에 막힌 듯 답답해하던 기성세대의 저 깊은 속을 녹였다. 기성세대에겐 노년의 아름다움을 우리네 정서에 맞게 긍정한 청년이 바로 임영웅이다. 청년세대에게도 임영웅은 부모 세대의 인생을 바라보게 했다. 우리와 비슷한 또래가 부르는 저 노래 속 가사에 울고 웃는 부모를 보며, 그들이 얼마나 풍진(風塵) 세상을 버텨내 왔는지, 고된 세상을 버틴 이유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한 것이다. 그렇게 신구세대는 대동단결해 그에게 진(眞)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임영웅 열풍에는 우리 사회의 저 기저 아래 흐르고 있는 어떤 흐름이 있다. 사실 여기엔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성공 요인도 같이 자리한다. 이들 프로그램 포맷에 숨겨진 전략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지만 거의 잊혀 졌다고 여겨지는 어떤 가치의 소환이다. 대표적 코드가 효(孝) 의식 같은 미풍양속이다. 서로 돕는 협동 정신, 전통적 관념에서의 예의처럼 지금은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미풍양속과 가난했지만 계속 도전하며 난관을 극복해온 7전8기 정신 같은 ‘올드패션’ 코드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가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있었던 이유와 비슷하다. 

그리고 이 숨은 코드를 가장 세심하게 건드리며, 진정성 있게 소화해 낸 장본인이 바로 임영웅이다. 특유의 ‘한(恨)’으로 전국을 울음바다로 만드는, 그가 부르는 트로트 노래의 생명력은 묘하게 우리의 일상과 닮았다. 그가 자신의 삶 전체에서 보여준 진정성은 우리 사회가 잊고 있다고 생각했던 어떤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렇게 풍진 세상을 버텨내는 우리는 그의 노래에 위로 받았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시대를 위로하고, 세대를 연결하라고. 임영웅은 그 호출에 영웅답게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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