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는 고발 대상에서 왜 빠졌나
  • 문정우·소종섭 기자 (mjw21@e-sisa.co.kr)
  • 승인 200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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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발표 이후 꼬리 무는 의문들/
'빅3' 추징세액 규모 등 논란


결국 국세청이 정치에 휘둘린 것이 아닐까. 사주나 법인이 함께 고발된 신문사가 아니더라도 이번 국세청의 세무 조사 결과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다.




우선 연간 매출액 규모가 신문사 빅3보다 2∼3배나 많은 방송사들이 모두 고발 대상에서 빠졌다. 매출 규모는 적더라도 경영 행태는 빅3 못지 않게 초법적일 것으로 의심받던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화를 모면했다. 공교롭게도 빅3 신문사에 추징된 금액은 짜맞춘 듯 8백억원대로 고만고만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계에서는 발 없는 말이 많이 떠돌아다닌다.


시민단체들도 그 때문에 언론사 세무 조사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6월29일 언론사 세무 조사 발표 직후 "당연히 고발될 것으로 여겨졌던 몇몇 언론사나 언론사주 일가가 검찰 고발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에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논평했다. 언론계나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갖가지 의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일보〉 사주가 빠진 까닭은?


신문 권력 문제를 집중 제기해온 〈한겨레〉는 6월29일자 초판∼3판에서 조선·중앙·동아·한국 4개 사 사주가 검찰에 고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가 4판부터는 〈한국일보〉를 제외했다. 또한 국세청은 6월29일 오전 11시 세무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오전 8시께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나누어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10시께 검찰에 고발장을 낸 다음에야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돌려 원망을 샀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자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성층권'에서 치열한 로비가 벌어져 국세청이 막판까지 갈팡질팡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와 함께 어느 신문사의 누구누구가 평소 사이가 각별한 김대중 대통령에게 읍소했다는 등 그럴듯한 소문이 나돌았다.


〈한국일보〉 사주 관련 보도에 대해 〈한겨레〉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국세청 관계자들로부터 사주를 고발하는 안과 사주를 고발하지 않는 안 2개가 올라갔다, 아니다 하는 서로 다른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국세청 고위 관계자에게 〈한국일보〉가 포함되었다고 써도 명예훼손에 걸리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해서 그대로 썼다. 그러나 그 뒤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아 4판부터는 뺐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아마도 〈한국일보〉를 포함하느냐 여부를 놓고 국세청 안팎에서 논란이 많았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국일보〉측은 "우리는 처음부터 사주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 도박 사건이 터졌을 때 잘 마무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장명수 사장과 현정부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추징액이 예상 외로 많았다?


KBS는 6월30일 국세청으로부터 2백90억원을 추징당했다고 자진해서 밝혔다. MBC도 추징 세액이 최종 결정되는 대로 액수를 자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경영이 방만하기로 소문이 높았던 방송사들이 고발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한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현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국세청이 마음먹고 뒤진 것 같지 않다는 데는 방송사 노조 관계자들도 동의한다. 특히 공룡 조직이라는 말을 듣는 KBS, 독립 법인인 지방 계열사들과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는 MBC, 두 사와 달리 사주가 있는 SBS의 경영 실태를 낱낱이 까발린 것 같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물론 정부로부터 정기 감사를 받는 KBS와 MBC 그리고 상장 기업인 SBS가 신문사처럼 회계 처리를 엉망으로 처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중앙일보〉는 사주가 고발되는 것은 면했으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못지 않은 액수를 추징당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설이 분분하다. 현정부가 〈중앙일보〉에 호의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의 논조에 별로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과, 정부와는 얘기가 잘 되었으나 장부를 파기해 국세청 실무자들의 반감을 샀다는 설 등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의 관계자는 "국세청이 처음에 1996년 자료부터 조사하겠다고 해서 1995년 자료는 파기했는데, 나중에 다시 요구해 문제가 되었다. 정부에 비판적인 신문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일부러 액수를 부풀렸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현정부와의 친소 관계에 따라 추징액이 깎이거나 늘어났다는 의혹이 꼬리를 무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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