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빚어낸 '빅 위기'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08.02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채·단기 차입금 등 1위…전직 간부 "추징금 내기 벅찰 것"


지난 5월7일 동아일보사 김학준 사장은 실·국장 이상이 참석한 간부회의에서 "올해가 회사의 생존을 가름하는 해이므로 비상 경영 체제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김사장의 말은 동아일보사가 안고 있는 전반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자금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언론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김사장이 말하기 전에도 동아일보사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언론계와 금융권에 공공연하게 퍼져 있었다. 그러나 탈루 소득에 대한 추징금 2백27억원(6월20일 국세청)과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 62억원(6월22일 공정거래위원회)을 부과받은 뒤에도 경영에 별다른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경영전략실의 한 관계자는 그 정도 금액은 납부할 수 있다며,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동아일보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 회사의 2000년도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거릴지도 모른다. 매출액 3천5백88억원에 당기순이익 1백5억원을 기록한 5년 연속 흑자 기업으로, 부채 비율은 145.8%로 나와 있다. 1999년에 비해 매출액이 4백억원 가량 는 반면 당기 순이익은 100억원이 줄고 부채 비율도 60% 가량 높아졌지만, 이것만 보면 전체적으로 괜찮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현금 흐름표를 중심으로 감사보고서를 검토한 맥 앤드 파트너즈 강성규 회계사는 전반적으로 1999년보다 2000년의 현금 흐름이 더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국세청이 추징금 내역을 공개한 직후 '여의도 동아문화센터 부지와 광주·대구 공장을 내놓았다' '하반기 보너스를 동결하는 등의 방안을 담은 건의서가 경영진에 올라갔다'는 소문이 떠도는 등 뒤숭숭했던 동아일보사 내부도 차츰 진정되는 듯한 분위기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추징금과 과징금 부과에 부당한 부분이 많으므로 끝까지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긴축 경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소문으로 나돌았던 공장 매각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도 회사가 그 정도 금액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경영에 변화가 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그러나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간단치 않다. 경영 환경을 알려주는 3대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37.43%→15.53%)과 매출액 순이익률(6.54%→2.95%), 부채 비율(88.26%→145.82%) 모두가 1999년에 비해 2000년에 악화했다. 우선 지난해 동아일보사의 부채는 3천4백4억원으로 언론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참고로 같은 시기 조선일보사의 지표를 살펴보자. 매출액 증가율은 41.70%에서 21.49%로, 매출액 순이익률은 10.17%에서 9.01%로 떨어졌지만 부채 비율은 65.33%에서 54.54%로 낮아졌다. 지난해 부채는 1천3백96억원. 매출액 증가율과 순이익률이 줄기는 했지만 동아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고, 부채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기업 재무 구조의 건실도와 수익성을 가늠하는 지수인 차입금 의존도(부채와 자본을 더한 총자산에서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를 살펴보면 동아일보사 재무 구조의 취약성이 더 잘 드러난다. 이 회사의 차입금 의존도는 1999년 39.03%, 2000년 47.82%다. 조선일보사(1999년 2.50%, 2000년 2.25%)는 물론 중앙일보사(1999년 19.87%, 2000년 26.35%)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치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단기 차입금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2000년 감사보고서를 기준으로 했을 때 동아일보사가 1천1백37억원으로 언론사 가운데 가장 많다. 반면 조선일보사는 89억원, 중앙일보사는 7백85억원이다. 중앙의 경우 단기 차입금의 대부분이 '특수 관계'인 삼성생명에서 빌린 것이어서 동아와는 사정이 다르다. 동아는 차입금 가운데 단기 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1.4%에 이르러 조선이나 중앙에 비해 재정 운용이 불안정한 상태다. 현금 보유 상태를 살펴보아도 마찬가지다. 동아는 1999년에 8억여원, 2000년에 34억원의 현금을 다음해로 넘겼다. 조선(1999년에 1백35억원, 2000년에 2백10억원)이나 중앙(1999년에 3백29억원, 2000년에 2백11억원)과 비교할 때 차이가 크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인지 동아일보사의 한 전직 고위 인사는 "상황이 좋지 않다. 추징금을 내기가 벅찰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사의 최근 4년간 재무 상황(단위 : 억원)



올 초부터 강력하게 추진했던 출판국 분사(分社)가 백지화한 핵심적인 이유도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3월15일 최맹호 경영전략실장은 사원들에게 분사를 백지화했다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 분사를 검토할 때의 상황과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 △ 분사 이후의 비전이 명확치 않다 △ 회사의 경영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당시 경영진은 분사를 위해서는 퇴직금 정산 등에 최소한 10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문제로 분사를 잠정 포기한 경영진은 이후 회계 방식을 분리해 각 국을 독립 법인화하는 등 수익에 따라 부서 운용에 차이를 두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러나 과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다. 지금 상황에 비추어 동아일보사는 앞으로 더욱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매출액의 70∼80%를 차지하는 광고 수입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국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질 것을 예상해 지난해보다 목표를 낮게 잡았는데도 올 상반기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며, 광고 수주 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감소했다고 전했다. 광고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엉망'이라는 말로 광고 수주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표현했다.


광고주협회의 한 관계자는 동아일보사가 수주에서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광고 단가도 조선이나 중앙에 비해 낮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동아의 경영이 장차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중앙이 광고 수주에서 약진한 것을 발판으로 삼아 발행부수공사기구(ABC)에 가입하며 조선을 맹추격하고 있는 것과 달리 동아는 경쟁에서 처지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권에는 세무 조사를 통해 언론을 압박한 여권이 2차로 은행을 통한 언론사 압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정부기관이 최근 금융권이 담보를 잡지 않고 언론사에 대출한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를 은밀하게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조선일보사가 100억원대 미만, 중앙일보사가 천억원대인 반면 동아일보사는 2천억원대에 달한다고 한다.


동아일보사의 한 관계자는 "공격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조만간 하반기 지출 구조를 논의할 텐데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감축이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