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벙긋' 노무현 '느긋'
  • 김종민 기자 (jm@e-sisa.co.kr)
  • 승인 2001.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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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차기 주자들의 '당·정 개편' 손익 계산서
차기 경선 관리를 맡은 한광옥 체제가 등장함으로써 민주당 내 차기 경쟁이 본격화 했다. 출발선에 선 차기 주자들의 전력은 1강(이인제) 2중(한화갑·노무현) 2약(김중권·김근태). 이번 당·정 개편 과정에서 표정이 가장 밝았던 쪽은 이인제 최고위원. 이한동 국무총리 유임과 한광옥 대표 등장 모두 그에게는 덧셈이다. 이총리가 유임됨으로써 혹시 새로운 차기 주자가 떠오를지 모른다는 걱정은 당분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한대표가 임명된 것은 이최고위원측에는 최상의 카드다. '이인제+동교동 구파'의 틀로 단독 선두를 굳힌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9월7일 지지 의원 단합 모임에 이훈평·조재환 등 동교동 구파 의원이 6명이나 가세했다.




당권과 대권의 갈림길에서 서성이던 한화갑 최고위원은 이번에 차기 도전의 길을 분명히 선언한 셈이다. 어정쩡한 상황에서 벗어난 것 자체가 최대 수확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그가 이번에 대표 직을 포기한 것을 패착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중적 지지보다는 당내 조직세로 승부해야 하는 처지에서 동교동 구파에 당권을 넘긴 것 자체가 자승자박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당 주류와의 관계에서 적지 않게 상처를 입은 김중권·김근태 최고위원은 홀로서기를 작정했다. 김중권 최고위원은 영남 후보라는 잠재력이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얼마 전 당무를 거부해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대통령의 신임과 지원마저 의심받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 그에게는 적지 않은 타격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이번에 부질없는 기대를 버리고 자유를 얻었다. '동교동계 해체'라는 초강수를 둠으로써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을 일말의 여지를 스스로 닫아버렸다. 개혁파 대표로서 깃발을 분명하게 치켜들어 비동교동계 의원들과 국민을 상대로 정치하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김최고위원측은 동교동계와 명분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자기 길을 가는 것이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당·정 개편 과정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던 노무현 상임고문의 경우 당장 손에 잡은 득실은 없다. 한대표 임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동교동 구파와는 사단(事端)을 만들지 않았다. 개혁파뿐만 아니라 동교동 구파의 지지도 이끌어 내겠다는 속셈에서다. 물론 앞으로 이인제 대세론이 확산된다면 그에게는 부담이다. 그러나 노고문측은, 이인제 대세론에 대한 반발로 반이인제 연대 분위기가 강해지면 이인제 대 노무현 양강 구도가 일찍 형성되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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