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권은 '족벌 정권'?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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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움직이는 인사'에 가신·가족이 주로 꼽혀…
권노갑·박지원 1·2위…이희호·김홍일 6·7위
한국에서 가장 '센'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파워맨 김대통령을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은 범동교동계 가신그룹과 가족을 주로 꼽았다. 한마디로 여론 주도층의 눈에는 DJ 정권이 '가신과 가족이 좌우하는 족벌 정권'쯤으로 비치고 있다는 얘기다.




DJ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측근 인사로는 동교동계 맏형인 권노갑 전 최고위원이 꼽혔다. 권씨는 사실 이 정권 들어 변변한 자리에 오른 적이 없다. 지난해 8월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된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도 정동영 최고위원을 비롯한 소장파의 직격탄을 맞고 4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하지만 어느 자리에 있건 권씨의 영향력은 막강하다는 것이 세간의 중론이다. 오죽했으면 그의 한 핵심 측근이 '방귀만 뀌어도 뉴스가 되는 사람이 권노갑'이라고 했을까. 이를 반영하듯 권씨는 10개 전문가 집단에서 한결같이 영향력 1위에 올랐다. 특히 정치인과 기업인 집단이 권씨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했는데, 이는 그가 야당 때부터 줄곧 DJ의 조직과 자금을 관리해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J의 '입안의 혀'라는 소리를 듣는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은 2등을 차지했다. 타고난 성실성과 순발력으로 DJ의 전폭적 신뢰를 얻고 있다는 점이 공인된 셈이다. DJ가 공식 라인을 제쳐두고 박수석에게 대북 밀사 역할을 맡겼던 점이나, 한빛은행 파문으로 물러난 그를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정책기획수석에 재기용한 사례는 그에 대한 DJ의 애정지수를 보여준다. 정가에서는 박수석이 현재 DJ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권씨보다 오히려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한다.


대통령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

권노갑 46.2%
박지원 38.3%
한화갑 26.4%
한광옥 23.9%
이상주 10.5%
이희호 4.2%
김홍일 2.4%
김중권 2.1%
이한동 2.1%
임동원 2.1%


'한화갑 3위'는 정권 교체 이후 달라진 그의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당 때만 해도 그는 동교동내 비주류로 분류되었다. 그런 그가 DJ 정권 들어 사무총장과 원내총무 등 주요 직책을 도맡더니 마침내 대권 주자로까지 성장했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한위원이 권노갑으로 상징되는 동교동 구파와 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득점 요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사람에게 힘을 몰아주지 않는 DJ의 스타일로 볼 때 한위원이 DJ의 또 다른 조언자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한광옥·이상주 '전·현직 비서실장' 프리미엄

 


4, 5위에 오른 한광옥 민주당 대표와 이상주 청와대 비서실장은 전·현직 비서실장이라는 '직책 프리미엄'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같은 비서실장 출신이라도 한대표와 이실장을 대하는 시각에는 차이가 컸다. 4위와 5위 사이의 간격이 뚝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정치인 집단에서는 단 한 사람도 이실장을 'DJ에게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지 않은 것. 한대표는 비서실장에 이어 당 대표에 이르기까지 DJ가 긴히 쓰고 있다는 점이 입증된 반면, 이실장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점이 걸린 듯하다.


가신그룹에 비해 이희호 여사와 김홍일 의원이 낮은 순위에 오른 것은 이채롭다. 친인척의 국정 개입을 엄격하게 경계하겠다는 DJ의 의지를 전문가들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권력 핵심부에서는 이여사나 김의원의 '말발'이 외부에 비치는 것 이상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여사는 여성·교육 등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해 DJ에게 조언을 하고 주변 인물도 천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의원 역시 단순한 아들을 넘어 DJ의 오랜 정치적 동지 역할을 해온 터라 아버지에 대한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 김중권 최고위원·이한동 총리·임동원 특보가 나란히 8위에 올랐다. 가신과 친인척을 빼고는 DJ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테크너크랫 3인'인 셈이다. 하지만 지목률은 미미했다.


가신과 친인척의 영향력 강세는 필연적으로 '비선 조직 국정 개입'이라는 비판을 낳는다. 국민의 정부에서 동교동 가신그룹으로 대표되는 비선 조직이 끊임없이 쇄신파의 공격 대상이 되었고, 급기야 김근태 최고위원이 '동교동 해체'라는 극약 처방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 이런 비판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임기 말로 갈수록 이들 측근 그룹의 영향력이 더하면 더했지 줄어들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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