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동교동계와 발 맞추는 까닭
  • 안철흥 기자 (epigon@e-sisa.co.kr)
  • 승인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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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가시화론 편승 '의외 행보'…배경에 이목 쏠려
동교동계 구파와 이인제 최고위원 진영을 한편으로 하고, 개혁파와 대다수 대권 주자 진영을 다른 편으로 하는 대결. 민주당 내 대권 후보 조기 가시화 논쟁의 겉모습이다.


이들의 '편가르기'는 언뜻 보아도 그럴듯하다. 선두 주자인 이인제 위원으로서야 전당대회를 빨리 해치워야 유리하고, 다른 주자들이야 시간을 버는 것이 낫다. 동구파가 국면 전환을 노리는 것이나, 개혁파가 당·정 쇄신을 먼저 내세우는 것 또한 쉽게 납득되는 바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당내 2위인 노무현 민주당 최고위원도 후보 조기 가시화 대열에 합류했다. 전당대회를 일찍 치르더라도 '예선 2등, 결선 역전'이 가능하다고 계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측면에서 '조기 전당대회론'에 가세한 노무현 최고위원의 행보는 궁금증을 낳기에 충분하다. 노위원은 "전당대회 시기가 언제든 상관없으나, 지방 선거 전에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 당의 미래 이미지를 제시해야 한다"라며 사실상 조기 전당대회 입장을 분명히했다. 그는 또한 "인사 쇄신을 통해 국면 돌파에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라고도 했다. 개혁파에 발을 걸치고 있는 노위원이 동구파의 '노선'에 합승하는 느낌을 주기까지 했다.


노위원의 이런 태도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동구파의 지원을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있다. 그는 9월26일 권노갑 전 최고위원을 찾아 '협조'를 부탁하기도 했다. 개혁파 사이에서 '훼절' 시비가 나올 법도 하다.


노위원측은 그러나 동교동계 밀착설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조기 전당대회 주장은 자신감의 표현일 뿐, 동구파와 발을 맞추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권씨를 만난 것도, 지원 요청이 아닌 경선 중립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는 해명이다. "DJ의 철학과 정치 노선은 크게 잘못이 없다. 다만 정치 문화와 리더십이 문제인데, 이는 차기에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당·정 쇄신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한 노의원측의 답변이다.


노위원은 11월 10일 무주에서 대의원 2천여명이 참석하는 단합대회를 연다. 전당대회 시기 논란과 관계없이 대권 행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 '2등 주자'인 그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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