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DJ 건강 전선’
  • 이숙이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2.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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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장애로 일시 입원…‘아들 문제 따른 스트레스 가중’ 우려
민주당 고위 당직자 아무개씨는 4월9일 핀란드 할로넨 대통령을 환영해 김대중 대통령이 마련한 공식 만찬에 초대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 날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고 한다. 대여섯 가지 반찬이 순서대로 나오는 한정식이었는데, 미처 그릇을 비우기도 전에 웨이터들이 ‘치워도 되겠느냐’며 서둘렀기 때문이다. 그는 다음날 아침 김대통령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뉴스를 듣고서야 전날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깨달았다.




김대통령은 당초 입원할 계획이 없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저녁 식사를 거의 못하자 청와대 참모들이 입원을 적극 권유했다. 대통령은 4월7일부터 3일째 식사를 제대로 못한 상태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시중에 ‘대통령이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카펫에 걸려 두 번이나 주저앉았다’는 식의 무지막지한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대통령은 정상적으로 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접견실 카펫이 이음새가 없는 통짜여서 걸려 넘어질 가능성도 없고, 집무실에는 카펫 대신 모노륨이 깔려 있다는 설명까지 친절하게 곁들였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건강 관련 여론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월14일 연두 기자회견 때는 목소리가 매우 갈라진 데다 유난히 피곤한 모습으로 말실수를 거듭했고, 3월31일에는 다리를 삐끗해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급기야 입원까지 한 것이다.


청와대 “피로 누적에 소염제 부작용 겹쳐”


김대통령이 입원한 직접적인 원인은 위장 장애다. 대퇴부 염좌를 치료하려고 복용한 소염제가 위장 장애를 일으켜 식사를 못한 것이다.
소염제가 결정타였다면, 간접적인 원인은 피로 누적이라는 것이 청와대측 설명이다. DJ의 한 핵심 참모는 한·미 정상회담과 발전노조 파업을 김대통령의 ‘속을 끓인’ 양대 요인으로 꼽았다. “1·29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이 한달 이상 긴장했다. 주중에는 일상 업무를 보고 주말과 연휴에는 하루 7시간 이상씩 정상회담 현안 파악에 매달렸다. 그 이후 약간 긴장이 풀렸는데, 발전노조 파업이 시작되면서 37일간 내내 또다시 노심초사했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세간에는 대통령의 세 아들을 둘러싼 연이은 의혹이 결국 대통령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대통령은 할 일이 너무 많아 아들들 일에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다”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김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켜 본 동교동 사람들은 대통령이 아들들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YS의 전례를 타산지석으로 삼겠다며 집권 초부터 자식 단속에 나섰던 그로서는 임기 말에 터져 나오는 세 아들 관련 의혹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4월14일 퇴원해 정상 업무에 들어갔다. 지금은 식사도 정상으로 하고 간간이 간식도 찾는다는 후문이다. 청와대측은 앞으로 김대통령의 일정을 대폭 줄여 대통령의 건강을 챙길 예정이다. 하지만 앞으로 세 아들을 둘러싼 공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그 여파가 대통령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 대통령은 아플 자유도 없다는 말이 새삼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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