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노풍아, 제발 죽지마”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2.10.2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자 대결이 최상”…정몽준 때리기 강도 높여



현재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누가 이후보의 경쟁자가 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금은 지지도가 낮지만 결국 민주당 노무현 후보라는 사람도 있고, 이미 큰판의 흐름이 정몽준 후보 쪽으로 갔기 때문에 노후보는 고려 대상이 안된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지금은 정후보를 집중 공격해 그의 높은 지지도를 꺾어 놓아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한나라당 핵심부가 이렇게 판단한 데는 김민석 전 의원이 정몽준 캠프에 합류하고, 동교동계가 대선 정국에서 행동을 같이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인사는 이런 움직임이 정권 핵심부와 연결되어 있다며, 정의원이 현역 의원들을 대거 수혈할 경우 그동안 취약했던 조직력이 보강되면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대선을 앞둔 정국 지형이 이회창-정몽준의 2강 구도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이 3자가 경쟁하는 모양이 되면 필승이라고 본다. ‘1강(이회창) 2중(정몽준·노무현)’ 구도가 제일 좋다는 것이다.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회창 대 반이회창’ 그림이다. 60%에 달하는 이른바 ‘반창 정서’가 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뭉칠 경우 승패를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 한나라당이 최근 ‘정몽준 때리기를 통한 노무현 살리기’에 열심인 이유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10월 들어 한나라당의 각종 회의에서는 정후보와 현대에 대한 비판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고 있다.
대변인실이 낸 성명과 논평을 살펴보면 한나라당의 속마음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노후보의 이름은 9월30일을 끝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남경필 대변인은 9월30일, ‘선대위 발족을 계기로 노후보가 나름으로 정체성을 지켜 가기를 기대한다’는 격려성 성명을 냈는데, 그 이후로는 노후보와 관련한 성명이나 논평을 한 건도 내지 않았다.


반면 정후보에 대해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10월 들어 20일까지 성명과 논평을 14건이나 냈다. ‘축구협회장 직을 내놓아라’ ‘현대중공업 주식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하라’는 등 내용도 하나같이 공격적이다.


비록 지금은 간접적으로 노무현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한나라당의 칼끝은 언제든 노후보에게 되돌아갈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허병기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신당이 제 모습을 갖추는 순간부터 정후보 지지도는 추락하기 시작해 결국 3등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후보의 막판 경쟁자는 노후보라는 것이다.


노·정 두 후보의 분열을 틈타 손쉽게 승리하겠다고 생각하는 한나라당은 당분간 ‘정몽준 죽이기= 노무현 살리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인사는 정후보에 대한 검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강도 높은 공격이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정후보가 완전히 가라앉는 것도 바라지 않는 한나라당은 수위를 조절하는 데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